중소기업의 나라 독일, 독일 경제와 중산층의 버팀목, 세계 최고의 독일 중소기업
중소기업의 나라 독일, 독일 경제와 중산층의 버팀목, 세계 최고의 독일 중소기업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12.10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Global World]


독일 경제와 중산층의 버팀목, 세계 최고의 독일 중소기업


경제위기 속에도 ‘유럽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독일의 중심




“중소기업은 독일을 세계 주요수출국가로 만드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엘리트기업이고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숨은 챔피언입니다.”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은 독일경제의 강점은 중소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중소기업들이 세계 1000개의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독일처럼 강한 중소기업은 없다고 전했다.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중소기업’

유로존 경제위기가 서유럽을 덮쳤을 때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도움을 요청한 국가는 독일 이었다. 이는 유럽연합 경제체제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증표다. 독일은 유럽연합 27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 이다. 독일 연방 재무부와 연방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유로존 위기가 덮친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도 독일은 각각 3.7%, 3.0%의 성장세를 보였고 실업률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은 한때 ‘유럽의 병자’란 놀림을 받았지만, 현재는 ‘유럽의 강자’로 우뚝 선 나라다. 독일을 경제 강국으로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독일이 자랑하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그를 뒷받침하는 제도이다. 독일의 중소기업 중에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강소기업, 즉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들이 많다.

중소기업으로 인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도 독일의 강한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26.1%로 영국(16.1%)과 프랑스(14.1%)를 압도한다. 독일 듀스버그에센대 경제학과의 앙거 벨케(Anger Belcke) 교수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은 독일 경제의 심장이다. 중소기업 규모인데도 한국의 삼성전자처럼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히든 챔피언이 130여개나 된다. 한국 제조업도 기술력도 상당하지만 독일은 그보다 한 단계 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독일경제 지탱하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

‘미텔슈탄트(Mittelstand)’는 독일어로 ‘사회의 중산층, 또는 중소기업’을 뜻한다. 경제위기가 와도 독일이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부자 한명이 아니라 수많은 중산층들이 만들어나가는 나라’ 이기 때문이다.

뮌헨 교외에 위치한 중소기업 ‘그문트(Gmund)’는 1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작은 기업이지만 120년 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문트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매년 새로운 종이를 세계 7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문트의 경쟁력 중 하나는 가격 경쟁을 위한 저가상품을 만들지 않고, 매출액의 2~30%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부모세대부터 평생 일해 온 직원이 많은 게 특징인 그문트는 2009년 위기 때도 연구비와 직원을 줄이지 않고 보호했다. 그문트에서 출고관리자로 일하는 미켈 마우어(33. 남)씨는 주당 35시간을 일하며 오후 4시에 퇴근한다. 그는 전형적인 독일의 중산층으로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가장이다. 퇴직 후에는 지금 받는 임금의 절반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생활까지 가능하며 현재 자신의 삶에 강한 만족도를 느끼고 있다.

유럽 가전 시장 점유율 1위 밀레(Miele)는 작은 가족 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밀레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경쟁력인 밀레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판매 지사만 설립하고 공장은 독일에만 운영한다는 원칙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밀레에서 일하는 알렉산더 비겔(34. 남)씨는 “밀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일이 없었고 제가 직장을 잃을까 걱정할 이유도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으며 노동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대기업 못지않다. OECD 국가들 중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인들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안두순 명예교수는 “이는 짧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고품질,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독일의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독일은 가족들이 대대로 한 기업에서 일하며 자신이 속한 기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독일 경제의 또 다른 원동력, 중소기업의 가족경영

독일 중소기업의 95%는 가족기업이다. 기업 소유자가 직접 경영을 하며 다음 세대로 상속되는 독일 가족기업은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고,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단기 이윤 추구보다 장기 투자와 성과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독일 중소기업이 세계를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특징으로 가족기업을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업체인 독일의 밀레(Miele) 역시 전형적인 가족기업이다. 공동 창업자인 밀레(Miele)가문과 진칸(Zinkann)가문이 1899년 이후 4대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밀레의 레인하르트 진칸(Reinhard Zinkann) 회장은 밀레의 성장 비결로 품질경영, 무차입 경영 두 가지를 우선 꼽았다. “밀레가 독일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4대째 두 가문 공동경영을 성공적으로 이어온 것은 보완과 견제, 그리고 능력 있는 후계자 양성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전했다. 진칸 회장은 “저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마르크스 밀레 공동회장은 기술 부문을 맡는 등 철저하게 역할이 분담되어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 때는 서로 견제하고 규제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분담했지만 서로 힘을 합칠 부분이 있으면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서로 채워주고 서로 규제하는 게 공동경영의 장점입니다”라고 소개했다. 밀레의 경우 한 세대를 거칠 때마다 한 집안이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부문과 경영부문의 대표를 번갈아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후계자인 CEO 선발 과정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진칸 회장은 “가족 중 회사에 들어오고 싶으면 경영이나 기술 등 관련된 공부를 하고 한 가지 이상 외국어에 능통해야 합니다. 또 밀레가 아닌 다른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하며 최종적으로 회사와 관계없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의 인터뷰를 거쳐 적정성 여부를 평가받습니다”라고 전했다.



독일 기업에는 노조가 없다

“BMW의 성공은 노사가 ‘서로 함께한 결과’이지, ‘서로 대치한 결과’에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한 BMW 경영진의 말이다. 브랜드 가치 218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자동차 브랜드 BMW는 1993년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노사가 함께 논의 한 결과, ‘근로시간계좌제’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했다. ‘근로시간계좌제’란 호황기에는 초과 노동시간을 저축했다가 일이 없는 불경기에 직장에 나오지 않고 저축한 노동시간에 준해 임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BMW의 경쟁력은 하청업체와의 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에어백과 안전벨트를 납품하는 하청업체 ‘오토리브(Autoliv)’ 역시 BMW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과 대우를 받는다. BMW와 동등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공정한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하며, 새 모델을 출시할 땐 초기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BMW와 하청업체 모두가 서로의 협력과 상생이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독일 개별 기업에는 노조가 없다.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베른크 뤼케 교수는 “직장평의회(Betriebsrat)가 사실상 노조 역할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노조는 아니다. 그러나 개별 기업에 노조원은 있다. 노조원은 산별노조에 가입돼 있고, 산별노조의 단체교섭에 따라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이 결정된다”고 전했다. 독일 기업 노사 협상은 중앙집중식이다. 전국 단위 노동조합인 독일노동조합연맹(DGB) 산하에 8개 산별노조가 있고 산별노조는 사용자단체와 임금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노조의 협상파트너인 사용자단체는 독일사용자단체연맹(BDA)이다. 47개 전국 단위의 사용자연합회로 구성됐다. DGB는 618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으며, BDA 역시 200여만개 기업을 대표한다.



독일 중소기업을 유지하는 밑바탕, 직업훈련시스템

독일은 자기 자리에서 제몫을 다하는 인재가 사회 곳곳에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실력과 성실함을 갖춘 일꾼들이 풍부하다. 이는 ‘이원화 직업교육’이라는 독특한 인재 양성 시스템 덕분이다. 독일은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10년 의무교육을 마친 10대 후반의 청년들은 기업과 일종의 인턴 계약을 3년간 맺는다. 계약을 맺은 청년들은 1주일에 3~4일 회사로 출근하고 나머지 1~2일 학교로 간다. 회사에서는 실무를, 학교에선 이론을 익히는 시스템이다. 독일 국책 연구기관인 연방직업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이런 인턴 계약이 해마다 55만~60만개씩 체결되고 2010년 기준으로 독일 청년 150만8328명이 이원화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직업교육 분야는 일반 산업뿐 아니라 수공업, 서비스업, 농업 등 다양하다. 회사는 교육기간 이들이 보여준 업무 태도와 성과, 직업학교 성적 등을 종합해 채용을 결정한다. 청년실업률이 유독 낮은 이유는 이처럼 미리맞춤형 직업교육을 받은 일꾼을 키우기 때문이다.

직업훈련생 1명당 연간 1만5300유로(약 2200만원)로 직업교육에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기업이 이들에게 매달 지급하는 훈련지원금과 정부가 직업학교에 지원하는 수업료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독일 정부는 2010년 직업교육 관련 비용으로 약 130억 유로(19조원)를 썼다. 독일이 이처럼 직업교육을 지속하는 이유는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고 미래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방직업교육연구소 피르니 프리드리히 소장은 “직업교육을 빼놓고 독일 성장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 자체가 독일의 문화이자 역사다”고 전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과 독일의 수출산업 구조 비교와 시사점’을 통해 독일의 주력 수출 산업의 다변화와 함께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주목했다. 고부가가치 상품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소기업 역시 독일 경제의 단단한 뿌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백다미 연구원은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총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낮은 철강과 기계 부문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 연구원은 “국가적 차원의 수출 기반 강화를 위해 중견·중소기업의 동반 육성이 중요하다.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 박성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