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Culture I] 대한민국 흔드는 군대문화
[Military Culture I] 대한민국 흔드는 군대문화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08.0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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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군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웃음을 넘어 ‘창조경제’와 ‘창업’의 중심에 서다

 

 

 

 

대한미국에서 ‘군대문화’가 뜨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달가워하는’ 소재가 아니었던 군대문화는 최근 ‘군대 예능’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MBC ‘진짜사나이’는 방송 직후 ‘군대리아’류 ‘PX’ 등 군대 용어들이 온라인 포털 사이트 순위를 차지했다. ‘진짜 사나이’에 앞서 ‘군대 예능’의 열풍을 몰고 온 tvN ‘푸른거탑’의 인기는 출연자 최종훈의 음주운전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군대 예능의 인기가 단순히 ‘웃음’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평론가들은 ‘군대 예능’이 갈수록 팍팍하고 엄격해지는 사회생활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한 반면, 경제학자들은 군대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와 ‘창업’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지루했던 군대 이야기, 이젠 재미있다!
군대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과 소설 등이 최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각광받고 있다. 7명의 연예인들이 실제 군부대에서 생활하며 훈련받는 것을 그린 MBC ‘진짜사나이’는 평균 14.6%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군대의 에피소드를 코미디로 재구성한 tvN ‘푸른거탑’은 시즌2를 기약하며 인기리에 종영됐다. 또한 ‘내 심장을 쏴라’의 정유정 작가, ‘누런 강 배 한 척’을 쓴 이현수 작가 등도 군대와 전쟁을 다룬 소설을 최근 출간하며 요즘 유행하는 군대 열풍에 동참했다. 이들 예능과 드라마에 출연한 이들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인기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중과 군대의 사이가 예전에 비해 친밀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김남희(51)씨는 “군대 간 아들을 생각하며 주말마다 진짜사나이를 시청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군대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사실적이고 유쾌하게 보여줘, 아들을 비롯한 군인들에게 한층 친밀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예비역 3년차 김민성(26)씨 역시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여자 후배들이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먼저 군대는 어떤 곳이냐며 물어온다. 최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군대 열풍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에 군대에 대한 대중들의 자성적 재평가의 모습도 나온다. 중·고등학생 때 군사독재시절 군부의 만행을 책으로 배운 학생들은 상명하복과 위계질서가 뚜렷한 군대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서울에 사는 최유민(21)씨는 “친오빠가 군인일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군대는 힘들고 삭막한 공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이나 예능을 통해 보여진 군대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최근 들어서야 그곳에도 나름대로의 우정과 신뢰,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맛다시와 짜장면, 군대리아, 건플레이크 등 일명 ‘군푸드’라 불리는 군대 특유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마법의 양념이라 불리는 맛다시와 먹는 방법도 각양각색인 군대리아는 텔레비전 방영 후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되며 집중 관심을 받았다. 좀처럼 밖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대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음식 등의 군대문화가 대중화되면서 군대 스스로도 촬영과 취재를 위해 적극 협조하는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중이다. 

 

 

실제 군대문화도 변모 중이다
5주간의 신병훈련을 마친 훈련병 170여 명의 수료식이 열리는 모 사단 신병교육대. 제주·진주·부산·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아들을 보러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예전엔 100일 휴가를 받기 전까진 외출이나 외박·면회가 일절 금지됐고, 전화통화도 자유롭지 않아 가족들은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야 아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군대’는 다르다.
  폐쇄적이던 군이 2008년 신교대 수료식을 인터넷 생중계한 데 이어 2011년부터는 수료식 당일 가족면회도 허용했다. 군 관계자는 “당일 외출이 가능해지면서 인근 펜션에서 시간을 보내고 음식을 배달해 먹는 등 면회 문화도 크게 변했다”고 전했다. 아들 면회를 온 김수경(47)씨도 “영외면회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 펜션을 예약했다. 내무반 동료들에게 떡을 보내고 육개장을 끓여 넣어주던 과거 면회 풍경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군대 간식문화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고된 훈련과 극도의 허기, 매서운 추위와 부족한 먹거리에 창의력이 더해지니 환상적인 음식이 탄생한다. 예비역들이 전역 후에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는 군 햄버거 ‘군대리아’는 수십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최근 군대리아 재료들을 판매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냄비가 없어 라면봉지에 그대로 물을 부어 먹기 시작한 전 국민의 간식 ‘뽀글이’는 이제 라면뿐 아니라 짜장면·스파게티·비빔면 등으로 종류가 확대됐다. 현재 GOP의 병사들이 가장 사랑하는 간식은 ‘라볶이’. 일선 부대에는 배급되지 않는 귀한 컵 떡볶이가 주재료다. 일회용기에 라면을 부숴 넣고 뜨거운 물과 소스를 부어 함께 불려 먹는 ‘GOP표 라볶이’는 2000년대 후반 군번부터 맛볼 수 있는 특식이다. 건빵봉지에 별사탕을 갈아넣은 뒤 잘게 부순 건빵과 우유를 넣어 먹는 ‘건프레이크’도 2000년대 이전 군번은 경험하지 못한 신형 간식이다. 화장품 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피부 관리에 대한 병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GOP 소초에서 근무하는 김준권(22)상병은 “아침엔 스킨로션을, 저녁엔 수분크림을 듬뿍 발라주고 일주일에 한 번은 코팩과 각질 제거도 빼놓지 않는다. 위장크림을 바르기 전 선크림을 충분히 발라주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2011년 신형 군복이 보급되면서 ‘오버로크병(兵)’이 사라진 것도 흥미로운 변화다. 승급 때마다 벨크로(Velcro·찍찍이) 계급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게 되면서 꿰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림질도 필요 없어 휴가를 맞아 선임이 후임의 군복을 새것처럼 다려주는 ‘전투복 줄잡기’ 문화도 보기 힘들어졌고, 전투모가 베레모로 바뀌면서 ‘전투모 각 잡기’도 불가능해졌다. 군화 역시 고어텍스가 섞여 있어 닦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몇 시간을 공들여 내던 ‘물광’과 ‘불광’도 추억 속의 단어가 되고 있다.

 

 

군대 문화가 창조 경제에 일조한다
“창조경제와 관련해 앞으로 우리나라 군대 시스템을 이스라엘처럼 개선해 연구·개발과 창업 등에 활용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동선 원장은 지난 5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창조경제 개념 정리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실제 활용할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김 원장은 특히 고교를 졸업한 이공계 인력들이 군대에서 사실상 창업준비를 마치고 나와 사회에 진출하는 이스라엘 군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고교를 마친 이스라엘 국민은 여성은 2년, 남성은 3년간 군복무를 하는데, 그 기간 이상 복무하면 기초적인 연구개발 기회가 온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대부분 취업은 대학 졸업 이후에 이뤄지지만 그 이전 단계로서 군대 시스템을 개선해 활용하면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군대 내에서 이공계 연구 활동 등에 대해 학점을 인정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이스라엘 금융기관의 보안솔루션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군대 보안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대 시스템을 도입하면 군대 내 사이버 보안, 경영학 관련 보급 업무 등에서 일했던 군 인력이 제대 후 유사한 솔루션 개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창업하거나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 군생활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분위기도 개선돼 자발적 입대도 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방대 안보대학원 김효재 교수는 “군과 민간 기술의 연계성이 없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민간이 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군은 민간에 쓰일 인력 제공자로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복안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기업 납품에서 벗어나 해외에 직접 수출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만 바라보고 경쟁하지 않고 눈치를 보면서 납품만 하면 중소기업의 발전은 없다”며 “중소기업 자체가 수출기업으로서 역량이 뛰어나 중기산업구조가 튼튼한 독일처럼 해외로 눈을 돌리는 수출 중소기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운 교수는 “군대 프로그램도 이스라엘의 창조경제와 창업국가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의무복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군대 입영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은 19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군 복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자는 대부분 3년, 여자는 2년으로 우리나라보다 복무 기간도 길다. 이스라엘의 엘리트 군인들은 ‘탈피오트(Talpiot)’라는 별도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받는다.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의미하는 말인 탈피오트는 군 복무를 통해 최고의 엘리트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우수 인재들은 군에서 복무하는 동안 다양한 기술분야를 연구하고 제대한 뒤에는 벤처기업가로 활동한다”고 전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 투비아 이스라엘리는 “모든 이스라엘 젊은이가 가야 하는 군대가 창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인큐베이터다. 현대전에서 군대는 많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필요로 한다. 해당 병과에서는 유능한 젊은이를 뽑아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르친다. 3년간의 군 복무를 마쳤을 때는 많은 젊은이가 당장 창업에 써먹을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스라엘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베터플레이’가 단적인 예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은 공군에서 배운 기술을 응용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대두되는 문제점 반드시 바로잡아 긍정적인 시선 유지해야
지난달 18일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훈련캠프에서 발생한 사고는 안전관리의 부재로 인한 인재였음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돈 벌기에 급급한 나머지 해병대 체험 프로그램을 내세워 위험한 군대식 훈련을 막무가내로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태안군 소재 사설 해병대 캠프는 해병대에서 운영하지 않고, 민간 사설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해병대 복장을 하고, 해병대식 훈련을 진행하지만, 정작 해병대와는 무관한 곳이다.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8일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 배사장 항포구 인근에서는 지난 2003년 7월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태안군해수욕장연합회 윤현돈 회장은 “2003년 7월 13일 같은 장소로 하계 캠프를 온 중학생 2명이 바다에 빠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05년에는 모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40대 남자가 훈련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적이 있으며, 일부 어린 아이들은 각종 낙하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뜨고 군대 문화에 부정적인 요인만을 안겨다 준다.
  연예사병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근태문제 등 논란을 빚어온 연예병사 제도가 지난달 결국 폐지됐다. 국방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국방홍보지원대(연예병사)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감사 결과 후속조치로 연예병사제도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예병사 제도는 군 홍보와 장병들 사기충전을 위한 것이었는데, 연이은 불미스러운 일로 군 이미지가 오히려 실추됐다. 연예병사 폐지에 따라 이들이 출연했던 국군방송인 위문열차 공연에는 외부 민간출연자 섭외와 재능 있는 일반병사를 선발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군대문화’는 지금 대한민국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를 넘어 국가적인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모두의 바람대로 군대문화의 변화가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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