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Situation Ⅱ] 동북아시아 시대
[Asia Situation Ⅱ] 동북아시아 시대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12.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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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한∙중∙일 삼국지 다시 재현되고 있다

 

한반도 역할 인지하고 균형 잡힌 외교로 해결해야 할 때

 

‘한∙중∙일’ 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세 나라는 과거의 역사 속에도 수많은 침략전쟁과 힘의 역사로 신대를 풍미하며 서로의 패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분리되어 예전의 위상을 잃어가고, 가장 먼저 강자임을 자처했던 일본도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력 약화로 그 힘을 잃었다. 아시아 국가 중, 중국의 성장이 눈부실 정도로 빨라지면서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은 현대에 들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군사력 회복을 꿈꾸는 일본,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국, 이들의 싸움과 견제 속에 한반도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한반도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과 먼저 손잡은 중국, 한국과 협조가 있어야

중국은 한반도 정세에 있어 가장먼저 영향을 끼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후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빅브라더(Big brother)’ 행보이어 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의 체제 정비 과정에 개입할 의사를 국제사회에 적극 개진하며 ‘후견인’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같은 중국의 적극적인 대응에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이 김정일의 사망 후, 한반도를 이용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한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북한의 친 중화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도에 넘는 외교행위”라는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행보는 북한이 무너져선 안 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경제 및 안보에 불안정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있어서 한반도, 특히 북한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중국의 원조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더불어 이를 통해 중국화를 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각 국가의 관계를 가장 경색시킨 것을 꼽으라면 북한이 가진 핵인데 미국과 중국 역시 핵의 포기를 종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종용은 타 국가에 비하면 미온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 속에서 북한은 중국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했다. 또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기업인 스트랫포는 ‘중국의 잠재적 역할과 정책 우선순위’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북한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 행사를 위해 북한의 고립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북∙중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면 남북관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내 외교전문가 및 대북전문가들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북한의 개혁, 개방화 정책을 한국에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북∙중관계에 있어 남한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퍄오동쉰(朴東勛) 중국 옌볜대 교수는 20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동북아역사재단이 서울대에서 주최한 ‘한반도 통일비전과 한중관계의 미래’란 제목의 한중 학술회의 발표자료에서 “앞으로 남북경협이 추진되면 북한이 한중 양자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챙기려고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퍄오 교수는 현재 북중경협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한중 간 경쟁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북한 내부 상황은 다소 개선될 수 있더라도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요구하는 북한의 국제규범으로의 편입 목표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한중 양국은 대북경협 분야에서 전략적 협조관계를 먼저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양국은 “대북경협의 목표, 원칙, 방법, 절차, 내용 등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보조를 맞춰 북한 경제가 올바르게 변화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의 또 다른 발제자인 진징이(金景一)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발표자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 여부는 남북경제교류와 합작에 달렸다”라며 북한 경제가 발전해야 한반도 평화통일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왜곡에서 제국주의 역사의 재현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

중국과 한반도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면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일본 정부 대변인이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라고 지칭해 한국의 국민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스가 장관은 이에 대해 “이런 움직임은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안 의사를 ‘범죄자’라고 표현했다. 스가 장관은 한술 더 떠 “일본이 그동안 안 의사에 대해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왔다며 이런 주장을 한국에 다시 전달하겠다”고도 했다. 우리 외교부는 스가 관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을 범죄자라고 표현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으며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몰역사적인 발언으로, 우리 국민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라며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피해국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촉구했다. 일제 강점기 가해국이 피해국 국민감정을 해치고, 옛 상처를 덧나게 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작금의 상황을 돌아보면 양국 관계가 조기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몹시 어려워 보인다.

역사의 왜곡 문제를 뒤로하고도 일본은 다시 제국주의의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본의 경제 부흥과 군사력 증강 등 우경화를 이끌고 있는 아베 총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지난 15년간 지나치게 움츠러들었다”며 “일본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편의 하나는 중국에 맞서 대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의 우익성향 매체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센카쿠 국유화 이후 중국 선박이 영해에 들어온 일수는 모두 63일이며 올해만 43일이나 된다”고 일본의 당위성을 보도했다. 중국 공군기가 센카쿠 해역에 접근하고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요격에 나서는 상황은 벌써 오래 전부터 반복되고 있으며, 해상에서는 양국 순시선이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만들어지고 있다. 대결 국면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사실상 용인했다. EU까지 일본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본의 우경화를 둘러싸고 한국∙중국∙러시아 3국과 미국∙EU∙일본 등 3국 사이의 신(新) 3각 기싸움이 불가피해 동북아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도 총리관저에서 헤르만 반롬푀이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포함해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회담 후 EU와 일본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북아의 질서 균형을 무너뜨린 강대국의 입김

최근 동북아시아 외교·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것은 대체로 미국이 일본과의 군사적 밀월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의 동북아 패권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며 대북 압력을 강화했던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요소가 다시 부상하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중 관계 개선 움직임은 지난 7월 중국의 서열 8위인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의 방북, 9월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 등 고위급 교류가 활성화된 데서도 유추할 수 있다. 북한은 “피로써 맺은 친선 관계”를 강조하며 양국 관계 강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미국과 일본의 ‘중국 봉쇄’를 막아줄 방어막으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부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일 군사 동맹 강화가 일종의 ‘탈출로’로 작용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 본격화될수록 북·중 관계가 이전의 전통적 동맹 수준과 가깝게 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의 안보 이익과 배치되는 일이지만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이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계속 등을 돌리고 있을 이유도, 의지도 중국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원유 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것이 대북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로 지적됐다.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때도 전략적으로 북·중 관계를 돈독히 해 왔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강경책은 일시적인 전술적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미래 국정 비전인 세계 강대국으로 발전하려면 그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감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드러내 놓고 북한 끌어안기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처럼 북·중 관계가 국제 질서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한 북한도 대미, 대일, 대러 등 다양한 채널 확보에 동시다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벌어진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얘기하는 비핵화 국제 공조에 일본이 참가하고 있는데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북한은 확실히 북·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서 “10여년 전 ‘평양선언’ 당시 일본이 114억 달러의 전후 보상을 약속한 게 사실이라면 일본으로부터 이를 받아내기 위해 관계 정상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동아시아 균형자가 되어야

북한연구자인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지난달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경실련 통일포럼’에서 “동북아에서 강대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한국은 적정한 전쟁억지 수단이 없어 구한말처럼 주변 강대국의 세력균형이 깨지면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균형자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장은 “한국은 전쟁방지를 위해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균형외교’를 하고, 국제정치에서 중립국을 표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한데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다면 다른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이용해 남북한을 서로 왔다갔다하며 자국의 이익만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처럼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혼란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1년이 지나 2014년을 준비하는 지금.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균형자로써 외교정책의 수립과 장기적 안목을 가진 남북관계를 지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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