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첫 국정감사
박근혜정부 첫 국정감사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11.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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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위로 떠오른 국감개혁, 여∙야 한목소리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over Story] 국정감사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국정감사는 소관 상임위원회 별로 매년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기회 기간에 실시한다. 이번에 실시된 국정감사가 지난달 11월 2일 논란과 혼동 속에 막을 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국정감사는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국회 대기실은 수많은 인파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와 과정의 미흡함은 대한민국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증인채택, 국회기능은 마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국정감사를 두고 국회의원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의 숙제를 검사하는 것이라 비꼬아 설명했다. 하지만 여타 숙제와 달리 국정감사는 선생님이 된 국회의원부터 학생이 되는 증인에게 까지 많은 준비와 시간을 소요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정감사에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인들이 무더기로 소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근혜정부 첫 정기국회 국정감사인 이번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의 수가 올해 처음으로 600곳을 넘어서면서 각 상임위의 국감 부담이 어느 때보다 증가했다. 국회 운영위는 지난 10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감 대상기관 630곳을 의결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승인받아야 하는 대상기관은 금융감독원과 군인공제회를 비롯한 34개이고 그 외 국가기관 285개, 광역자치단체 및 시도교육청 31개, 공공기관 280개 등이다. 과거로부터 국감 피감기관의 수는 매년 증가했는데 지난 2011년 566개, 2012년 557곳이 받은 것에 비해, 올해는 그 규모가 1988년 국감이 부활한 이래 25년 만에 최대를 자랑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국감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그 전과 같은 ‘수박겉핥기식’ 진행이 이어져 생산적, 효율적 국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상 오전 1개, 오후 1개를 감사하는 데 하루가 다 가는 전례를 볼 때, 국감기간 20일 중 주말을 제외한 15일을 기준으로 1개 상임위가 하루 3, 4개 기관을 감사한 것으로 나머지 1, 2개는 밤늦도록, 또는 ‘약식’으로 감사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는 국정감사가 해결해야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증인 소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도 경제인들의 무더기 소환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의 총수나 임원 등 기업인 증인 숫자만 200명에 가깝다. 전체 일반 증인 4명 중 3명꼴이다. 이 때문에 ‘기업경영 감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무위, 산업위, 환노위, 국토위가 기업인을 무더기로 증인대에 부르는 대표적 상임이다. 특히 정무위는 일반 증인 중 94%(66명 중 62명)를 민간 부문 기업인으로 채웠다. 이는 곧 국회가 기업을 상대로 경영감사를 벌이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3년을 휩쓴 경제민주화, 일감 몰아주기, 갑을 관계, 노동현안, 4대강 사업 문제 등 올해 기업 관련 이슈가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이런 형태의 ‘무더기’ 증인 신청은 밀도 있는 국감만 방해할 뿐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선 증인 32명 중 26명이 출석했으나, 12명은 한마디 증언도 없이 자리만 지키다 돌아갔다. 분초를 다투는 경제인들에게 시간만 끌고 끝난 이번 청문회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의원들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증인 채택을 너무 많이 하고 피감기관이 늘어나면 국회가 행정부 견제를 넘어 아예 국정을 마비시키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며 “효율적인 국감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상임위별 로드맵 작성 등을 통해 국감의 내실을 기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시 국감 등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동양사태 수습 비롯해 ‘금융권’, 얻은 것도 있다

비록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국감이지만 얻은 것도 있다.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4일째인 17일, 금융위원회 국감장은 ‘동양그룹 부실 사태’로 시끄러웠다. 이날은 법원이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의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관련자들이 대거 국감장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포함해 계열사 사장들, 시중은행장 등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직접 국감장에 모습을 보였고, 여야 의원들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질타했다. 정무위 조사 결과 파악되는 동양 사태 피해자는 약 5만 명이다. 피해자 수를 기준으로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2배이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동양 사태를 보면 작년 저축은행 사태도 그렇고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정책 당국은 구조적 문제로 미루고 국회는 인재라고 질타하고 대기업 분 중 감옥에 가는 사람도 나올 텐데 피해자들은 보호를 못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동양증권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당시 이승국 대표이사가 현재현 회장에게 동양관련 금융 상품 고객의 피해가 예상되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며 “금융위가 계열사 지원 목적의 CP를 규제하는 신탁업 규정을 없애면서 올해 들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CP가 1조 7,000억 원이나 판매된 것은 사기 행각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이런 사태가 또 나타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부분들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동양사태가 국감의 바람을 타고 여론이 거세지자.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은 11월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같은 달 20일 동양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피해수습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온 서명석 부사장을 신임대표로 내정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더불어 우리금융·정금공 등 ‘정부 4대 과제’가 국감의 한 면을 장식했다. 즉,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 정책금융 체계 개편도 국감장에서 거론됐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의 4대 과제 중 일부로 지역단체나 관련 기관들로부터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데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지역 균형 발전과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지방은행들을 지역에 환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지역의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해야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신제윤 위원장은 “소유에 대한 문제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역별 제한을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로부터 국민에게 환원하는 것이지, 지역에 환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하며 정부와 국회의 입장차를 드러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위가 미리 답을 정해놓고 결과만 발표했다는 인상이 강하다”면서 “산업은행의 경우 4년 전 민영화한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다시 합친다고 하지 않냐. 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정부 과제가 겪을 험난한 과정을 암시했다.



국감의 천태만상, ‘안면몰수부터 증인 뒤집기까지’

국정감사가 끝나고 여러 후폭풍들이 들이닥쳤지만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걷는 인물들 역시 다른 의미로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업사원의 막말파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국정감사에 두 번이나 불려나가야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손영철 사장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로 불공정행위가 있었던 것에 대해 인정한다”며 “방문판매 관련 협력체들과 협의를 진행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지만 당시뿐이었다. 국감에서 홍역을 치른 이후 대리점들과의 상생을 다짐했지만 국감이 끝나고 여론이 잠잠해지자 돌연 ‘안면몰수’ 모드로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보상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구실로 소액의 위자료만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피해대리점주협회와의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피해대리점주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손영철 사장의 국감 출석 이전 두 번의 협상을 벌였을 당시만 해도 보상문제 등에 대해 성실히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며 “하지만 국감이 끝나자 마자 ‘보상’이란 단어가 ‘위자료’로 바뀌면서 국감 전후로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를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석채 KT 전 회장을 출석시켜 국감 증인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은 10월 28~31일 아프리카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국감에 불참했다. 이 회장 측은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던 출장”이라고 설명했지만 국감을 피하기 위해 출국했다는 비난을 받기 충분했다. 이런 비난의 원인에는 국정감사를 운영하는 국회에도 책임이 있다. ‘국감에 출석해야 하는 날에 다른 중요한 일정이 겹친다’거나, ‘해당 사안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등의 당사자 소명을 받아들여, 개별 의원들 스스로 증인 신청을 거둬들인 것이 발단이다. 이는 일관되지 않은 국회의 증인출석에 대한 반발을 낳았고, 증인출석에 대한 확실한 제재방안이 있어야한다는 문제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데 대해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여기에 여당 지도부까지 증인채택을 거부하면서 ‘증인 뒤집기’에 재계의 입김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3년 국정감사에 대한 종합평가와 함께 13개 상임위원회 34명의 우수의원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의원은 3년 연속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국감 개혁, 여야 공감으로 이끌어내야 할 ‘2014’

국정감사를 끝마치고 국감 개혁에 대한 논의가 높다. 일 년에 한번 그것도 20일에 걸친 감사를 통해 국가 운영을 어떻게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30일 상시 국감제를 정식으로 제안하면서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힘쓰자고 전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도 동의하면서 추후 국감 개혁이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국감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연중 상임위별로 캘린더식 상시국감 도입, 소수정파 증인채택 인정과 증인 불출석, 위증, 정부의 자료제출거부에 대한 처벌 강화, 국감 사후검증 제도 철저 실시 등을 통한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여부의 사전검증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국회에 건의하고 있으며 이 같은 경실련의 노력이 반영 될 것인지 지켜볼 여지가 있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실정과 부조리를 파헤쳐 이를 바로 잡고 개선하는 국회의 권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를 두고 경실련은 “여야가 정치 공방에 매몰되면서 정작 중요한 행정부 견제와 경제 민주화, 복지,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창출, 전월세대책, 가계부채 등 민생현안이 외면당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를 받은 이번 국정감사를 박근혜정부와 국회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국감을 통해 국민의 고통과 현안을 알게 됐다면 이것들은 추후 국책과제로써 여야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오는 2014년은 올바른 정치와 국정운영을 위해 국정감사의 개혁과 후속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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