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Textbook Ⅲ] 외국의 역사 교과서 서술
[History Textbook Ⅲ] 외국의 역사 교과서 서술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3.11.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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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연대기 중심의 통사(通史) 체계, 부실한 근현대사. 

                                                  개선의 여지 많은 우리 교과서


외국은 충분한 통사 교육의 토대 위해 주제사 가르쳐


흔히 교실 수업을 이루는 세 가지 주요한 요소를 학생, 교사, 교과서라고 말한다, 이 중 교과서는 학교 교육의 설계도서 교육과정을 교사와 학생이 교육과정을 교수 및 학습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교과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특히나 역사 교과서는 학생 개개인이 앞으로 가지고 살아나갈 역사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또한 같은 역사 교과서라 해도 그 서술방식에 따라 역사는 다른 지형도를 그린다.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외국의 역사 교과서의 서술방식을 통해 우리 역사 교과서의 새로운 과제와 전망을 모색한다.




2007년, 한국사와 세계사 과목의 통합 이루어져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연구와 논쟁은 논의의 성격과 지형상 1997년 12월 30일, 교육부 고시 제1997-15호로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의 적용을 기점으로 한다. 7차 교육과정 이전의 논의는 1974년 이후 국사 교과서의 국정 단일화 발행에 대한 비판으로, 교과서 발행제도 개선 및 교과서 서술 ‘내용’에 대한 연구와 논쟁이 이루어졌다. 한편 7차 교육과정 적용 이후에는 다양한 역사 교과서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외국의 역사 교과서와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의 서술 ‘방식’의 차이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은 1963년 2월 15일, 문교부령으로 공표된 제2차 교육과정에서 잠시간 ‘역사 영역’으로 한국사와 세계사가 동시에 다루어진 이래 국사과의 독립으로 세계사는 오랫동안 분리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세계사 교육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세계사 교육 강화의 요구가 터져 나왔다. 주로 2000년대 초반에 주로 이루어진 논의의 핵심은 한국사의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세계사와 연계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와 요구의 결과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와 세계사가 통합된 ‘역사’ 과목이 신설된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사와 세계사의 구분 없이 세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국사를 기술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양권,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등은 자국사와 세계사 교육을 분리하고 있다. 오랫동안 영국의 영향 하에 있었던 홍콩의 역사 교육은 동양지역이나 유럽적 특성을 보인다.



유럽의 한국, 아일랜드의 사례

아일랜드는 한국과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어 혹자는 한국을 ‘동양의 아일랜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용인대 영어과의 한일동 교수는 그의 저서 ‘아일랜드-수난 속에 피어난 문화의 향기’에서 “거의 800년 동안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은 점, 유럽의 최빈국이 불과 10년간의 고도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한 점 등은 물론 정서상에서도 양국은 많은 유사점을 보인다”라고 밝히고 있다. 아일랜드는 이주와 정착에 의한 외래 민족과의 조우, 영국 침탈에 따른 저항과 내분 등 복잡다단한 역사가 전개된 국가로서, 그들이 자신의 역사적 특성을 어떤 맥락에서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일랜드는 중학교 전 과정에서 역사를 배운 뒤 고등학교에서는 근현대사를 배운다. 교과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중학교 단계(junior cycle)는 다시 3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일정한 내용구성의 원리를 포함하고 있다, 제1영역은 ‘과거를 발견하는 법(How we find out about the past)’으로 역사연구 방법론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가 첫 장에서부터 연대기적으로 사실만을 서술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제2영역은 ‘변화와 탐구(Studies of change)’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탐험, 종교개혁과 프랑스 혁명 등 세계사의 궤적을 바꾼 사건들을 심도 있게 가르친다. 마지막 영역은 ‘근대 세계의 이해(Understanding the modern world)’로 1·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의 역사를 배운다. 아릴랜드의 역사는 이 세가지 영역 총 72개 단원 가운데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고대사회에서의 인적, 물적교류 과정에서 켈트족이 아일랜드에 정착하는 과정을 다루면서 외래 선진 문화의 유입 속에서 자국 문명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도록 하는 배려가 돋보인다. 그런가 하면 초기 제국주의의 출현과 영국의 식민지 건설 과정에서 그 식민지배 방식인 플랜테이션을 자세히 다룬다. 이어 프랑스 및 미국의 시민혁명의 영향으로 전개된 아일랜드의 저항, 양차 대전의 배경 속에서 전개된 자구의 독립과 내분을 다룬다. 그 분량은 적지만 자국의 역사를 중심으로 놓으며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한 근현대사 교육, 통사 중심의 체계도 문제

근현대사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역사로서 현재사회를 형성하는 토대이다, 따라서 근현대사가 남긴 과제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삶으로 연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근현대사 교육의 중요성은 일찍부터 강조되어 왔다. 많은 국가들 또한 근현대사에 비중을 둔 교과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구난희 교수는 “한국의 경우 주제사가 아닌 통사를 근간으로 시대별 안배는 산술적 비율로 할애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근현대사 비중은 적었다 비록 점차 근현대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여전히 10% 내외로 다른 나라의 비중과 대비해보면 여전히 미진하다”면서 “제7차 교육과정기에는 한국근현대사 별도 과목으로 개설되었으나 이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근현대사 교육은 불편한 영역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식민지 경험을 가진 국가들의 근현대사 서술은 다분히 민족항쟁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는 전체 역사가 민족항쟁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다. 인도의 경우도 침략과 저항이라는 양분구조를 기본으로 역사 교과서를 서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분법적 구성에 대한 비판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지만 비판을 넘어선 실질적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개선될 여지가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구도의 개선은 요원하다. 부실한 근현대사 교육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의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통사 체계’ 일색이라는 점이다. 이에 배해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와 중국도 주제사 중심의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주제사 과목의 학습은 그 전 단계에서 통사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진 위에 이루어진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역사교육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현격하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초·중·고 모두 통사적 체계를 벗어나기 어렵고 근현대사 교육은 사회적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해 더욱 간단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통사를 벗어난 새로운 구성의 과목은 상상조차 어렵다. 이에 대해 구난희 교수는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의 획기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역사 교과의 체계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학교 단계에서 역사 교과를 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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