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oholic] 음주공화국 - 대한민국
[Alcoholic] 음주공화국 - 대한민국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3.11.2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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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술의 나라, 다시 술의 계절을 맞이하다


막대한 사회적 손실과 비용, 제도적 장치 마련되어야


술의 계절이 돌아 왔다. 연말이 되면서 늘어나는 게 술자리다. 송년회다 동문회다 각종 모임도 모임이지만 몇 년 째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르는 경기는 술자리를 더욱 재촉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음주량과 그에 따른 부작용들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되어 왔지만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는 끊일 줄을 모른다. 12월을 맞아 우리의 음주 현실과 문화를 돌이켜 본다.




술 소비가 줄고 있다? 일종의 착시현상

올해 4월,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음주량이 줄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 현재 국내 주류 출고 및 수입량을 근거로 한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조사에서 15세 이상 인구의 알코올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1인당 9.18ℓ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종별 알코올 소비량은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가 6.06ℓ, 맥주 1.99ℓ, 와인 등 기타주류가 1.09ℓ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07년 9.48ℓ, 2008년 9.67ℓ, 2009년 9.1ℓ, 2010년 9.2ℓ으로 확실한 감소 추세다. 이는 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11년 우리나라 1인당 공식 알코올 소비량(9.0ℓ)과도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으로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른 다면 우리나라 국민 음주량은 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로 알코올 소비가 적은 축에 속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스스로 ‘음주공화국’임을 자각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소 의외의 결과다. 실제로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조사결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8년 발표한 한국 성인 한명 당 알코올을 섭취량인 14.8ℓ와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우리나라는 188개 회원국 중 13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주류산업협회 측은 2000년대 후반부터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음주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또한 “주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유럽에선 버리는 술이 거의 없는 반면 한국은 술집, 식당 등에서 술을 권하며 마시기 때문에 버려지는 술 양이 상당하다”며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실제 알코올 소비량은 공식 수치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적인 조사결과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림대 의대 정신의학과의 최인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둘째가라면 서러운 음주대국이다. 2011년 기준으로 성인 인구 한 사람이 연간 소주 84병, 맥주 89병을 소비한다는 통계가 있다. 알코올 소비량은 순수한 알코올만을 의미한다. 가령 350㎖ 소주의 경우 도수가 20도 정도니, 알코올 소비는 그의 100분의 20인 70㎖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따진다면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알코올 소비량은 성인 인구 1인당 연간 9.8ℓ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러시아에 이어 2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정식 거래만 계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워낙 술 관련 무자료 거래가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해외에 가면 양주를 많이 사오지만 이 또한 통계에 들어가 있지 않다. 비공식 추정치는 12ℓ정도다.



술독에 빠진 대한민국, 사실상 세계 1위의 음주대국

다른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상황은 좀 더 명확해 진다. 미국 경제전문 CNBC 방송이 2011년 발표한 음주가, 비음주가를 막론하고 인구대비로 통계를 낸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한 해 주류 소비량은 14.8ℓ다. 이는 9위 벨로루시의 15.13ℓ, 10위 크로아티아의 15.11ℓ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1위를 차지한 몰도바의 18.22ℓ에 비하면 명백히 낮은 수치다. 그러나 독주 소비량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주종별 소비량은 맥주가 2.14ℓ, 와인이 0.06ℓ, 증류주가 9.57ℓ로 나타났다. 증류주는 거의 다 독주인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독주 소비량은 명실 공히 세계 1위다. 보드카를 많이 마시기로 알려진 러시아의 증류주 소비량(2위)도 6.88ℓ에 그쳤다. 다른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주사랑’은 여실히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7년산 이상 고급 위스키(슈퍼프리미엄급)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한국의 위스키 소비는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영국의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고급 위스키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출고량 69만8000상자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1년부터 11년째 1위를 고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음주가 원인이 되어 벌어지는 사고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가 최근까지도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신입생 입학식이 치러지는 3월, 신입생 환영의 표현을 주로 '술'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대학생의 음주로 사망자 수가 2006년 3명, 2007년 2명, 2009년 2명 등으로 집계돼 해마다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관계자는 “한국사회는 대학생들의 음주로 성인 또는 사회인으로 가는 통과의례로 당연시하며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매년 대학생들의 음주러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알코올 클린 캠퍼스'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학 내 음주사고 등 건강한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및 제도마련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자나 해 9월 대학 내에서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줄지 않는 술 소비, 슬프니까 술푼다?

음주문화연구센터 연구보고에 따르면 음주로 인해 손실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의료비가 2조원, 생산성 손실이 6조원, 조기 사망이 3조원 등 연간 20조 990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서울시의 2014년 전제 예산안인 24조 5042억과 맞먹는 액수다. OECD는 한국의 알코올 소비로 인한 직·간접적 비용이 GDP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술 소비 최대국’ 슬픈 오명과 사회적 비용, 그리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개선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소주 출고량은 16억9025만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5% 늘었다. 만 19세 이상 성인 1명당 상반기에만 40병 정도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룸살롱 등 유흥업소는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전국에 19만2108개의 풍속영업소가 운영되고 있다. 풍속영업소란, 룸살롱ㆍ나이트클럽ㆍ카바레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등을 가리킨다. 여기서 룸살롱 등 유흥주점은 같은 기간 기준 3만2790개로, 2010년(3만 1294개)에 비해 1496개(4.8%) 늘었다. 단란주점도 1만 8022개에서 1만8789개로 767개(4.3%) 증가했다.

한편 취업난이 가속화되면서 대학생 등 20대들의 폭음문화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 15세 이상 남녀 2066명을 대상으로 주류 조사를 벌인 결과, 이 중 30.3%가 최근 1년 사이에 ‘섞어 마시는 술(일명 폭탄주)’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조사자 중 20대가 49.2%나 1년간 폭탄주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장기훈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술자리 빈도는 주당 2~3회 정도로, 비교적 10년 전보다는 줄었지만, 한자리에서 마시는 술의 양은 오히려 늘었다”며 “예전 대학생들은 과 사람들이나 동아리 멤버들끼리 수업 후 친목 도모 차원에서 술을 마셨다면 요새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다 보니 같은 취업준비생 끼리나 혼자서 폭음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풍속업소가 늘고 경기침체로 인한 취업난 가운데 술 소비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늘어가는 알코올 사용장애,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사실 알코올 남용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나 뿐만이 아니다. 특히 핀란드의 과다 음주(heavy drink) 문제는 심각하다.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는 평소에 맥주나 와인을 하루 한두 잔 정도 조금씩 마시는 문화다. 하지만 핀란드를 비롯해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3국은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도수가 높은 위스키, 보드카를 몰아 마신다. 러시아 스타일에 가깝다.

지난 10월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열린 ‘제4회 한림-오울루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마르꾸 사볼라이넨 핀란드 오울루의대 내과 교수는 “핀란드 인구 약 500만 명 가운데 50만 명이 알코올 고위험군으로 추정된다. 이 중 20만 명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다. 중환자실 환자의 7∼8%가 술과 직접 관련 있는 질환으로 병원을 찾고, 넓게 잡으면 27%가 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성인 인구의 20% 정도를 고위험군으로 보고, 10%를 알코올 사용장애로 추정한다. 고위험군이 350만∼400만 명, 알코올 사용장애는 170만 명 정도다. 2011년 서울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알코올 사용장애 평생 유병률이 13.4%로 조사됐다. 100명 중 13명 정도는 살아가면서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 환 중 가장 높은 빈도다.

이렇듯 두 나라의 현실은 비슷하지만, 알코올 사용장애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단 술에 대한 접근성 면에서 핀란드의 경우, 도수가 높은 술은 식료품점에서 살 수 없다. 몇몇 술 전문 판매점에 가야 하는데, 이곳은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술을 마실 만할 때는 이미 가게 문이 닫혀버린 것이다. 물론 일반 술집이 있지만 술 가격이 2∼3배 높다. 술을 가지고 나갈 수도 없어 그 자리에서 다 마시거나 남겨야 한다. 핀란드는 술에 대한 세금을 도수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위스키, 보드카는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의료적 시스템은 각 도시마다 의료센터 내 A(알코올)클리닉이 설치돼 있다. 클리닉마다 연간 1500∼2000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핀란드는 공공 의료기관 비중이 90∼95% 수준이기 때문에 비용은 저렴하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1000유로(약 145만 원) 정도의 치료비가 나오지만 환자 부담은 30유로 정도다.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우리나라는 술을 구하기 쉬운 나라다. 밤새 술집을 열고, 24 시간여는 편의점 어느 곳에서든 도수가 높고 낮은 다양한 술을 살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알코올 사용장애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서 술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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