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의 남다른 행보
여권 잠룡의 남다른 행보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10.29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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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 준비된 만큼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over Story]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잠룡(潛龍)’은 시기를 기다리며 하늘로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9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요즘 대권 잠룡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4∙24 재∙보선을 통해 중앙정치에 뛰어든 안철수를 비롯해 함께 정계로 복귀한 김무성 의원의 행보가 바로 그것이다. 한때는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하던 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두고 ‘탈박’하면서 박 대통령과 소원해졌다. 이어 지난해 4·11 총선에서는 낙천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낮은 지지율로 공천을 받지 못하며 와신상담의 시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제 고난의 시기를 끝내고 수면 위의 대권을 위한 기회를 보며 떠오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무성대장의 귀환, 여의도 정치로 복귀하다

2012년 3월 9일 김무성 의원의 사무실에 비보가 날아왔다. 23년간 몸담았던 당의 낙천소식이다. 18대에서는 친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하고, 19대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등을 돌렸다는 이유로 그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19대 공천당시 김무성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각을 세우면서 탈박을 외친 것이 민심을 흔들어 놨다. 그는 공천혁명을 위해 당이 내놓은, ‘여론조사로 현역 의원 하위 25%를 공천 배제한다’는 컷오프 룰에 걸려 부산에서 대상이 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되레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친이계’의 도미노 탈당을 막아 박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총선 때는 부산시 선대위원장을 맡아 야당의 ‘낙동강 벨트’ 공세를 막아냈고 대선 때는 캠프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아 보수층 결집에 기여했다. 김 의원은 대선 승리 후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며 종이 한 장에 감사인사를 써두고 홀연히 당사를 떠났다.

그리고 4.24 부산 영도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로 복귀하기 까지 그는 정치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시 새누리당 공심위는 당선가능성, 도덕성, 전문성, 지역유권자 신뢰도, 당 및 사회기여도 등 5개 항에 대한 심사와 현지 방문조사·방문면접 등을 거쳐 후보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김무성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는 그가 여의도 복귀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적지 않다. 그는 영도구 출마를 준비했던 많은 후보들을 설득, 출마를 포기시키고 새누리당에 단독 공천신청을 했을 정도로 재보선을 착실히 준비해나갔다. 그가 공천을 신청했을 때 이미 그는 후보 시절부터 후보 신분이 아니었다.

당사에 공천 심사를 받으러 갔을 때 공천심사 위원이 그를 따라 나와 90도로 배웅 인사를 했는가 하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중진 의원들이 영도로 달려가 김 의원에게 협력을 요청할 정도였다. 이제 5선 의원으로 국회에 재입성한 김 당선자에게 거칠 것은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현재 구심점을 잃은 권력의 공백 상태며 정부조직법 개편 협상과 인사 파동 등을 거치며 당 지도부는 정치력 부족을 드러냈다. 당청 관계에서도 ‘거수기 여당’으로 전락해 버린 데 대한 자조가 넘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할 말은 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김무성 의원의 등장은 여권 내 급속한 권력 쏠림을 예고하고 있다.




대권의 의지 선언, 대항마는 누구

‘무대’는 ‘(김)무성 대장’의 준말로 1980년대 상도동계 후배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줄곧 보였던 ‘돌격대장’ 스타일 때문이다. 그만큼 카리스마가 있고 리더십이 강한 정치인이라고 평가받는다. 그의 리더십 덕분인지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의 다음 대권을 위한 여야 잠룡들 중 가장 먼저 신호탄을 쐈다. 그는 지난 9월 27일 미국 LA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대권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생각이 있다”며 대권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간 정치권에서 김 의원이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본인의 입으로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들의 지지도도 이런 여세를 몰아주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14~18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여권 차기주자 지지도에서 김무성 의원이 10%로 1위를 지켰다. 김문수 지사는 8.0%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정몽준 의원이 6.9%,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8%를 기록했다. 야권 차기주자 지지도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22.3%로 1위를 지켰다. 2위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소폭 하락한 11.6%를 기록, 문 의원과 안 의원 간 격차는 10.7%포인트로 소폭 벌어졌다. 이어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9.9%,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9.7%를 기록했다. 이 같은 김무성 의원의 대권발언은 같은 당의 다른 잠룡인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를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 지사는 현지에서 가진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더 이상 지방에 있어서는 중앙정치를 못한다”면서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새누리당 내 상황 등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출마하지 않고 초선만 하고 끝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내년 경기지사 선거 불출마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 측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경기지사) 3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새누리당 차기 전당대회 출마와 이를 두고 차기 대선 주자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직접 대권 도전 의사를 시사한 것이어서 반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안철수 경우는 이를 달리한다.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야권 재편’은 향후 정국에 큰 태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지금 어느 누구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을 뿐, 언젠가는 올 것임을 모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기로 가장 유력한 게 바로 내년 6월 지방선거 직후다. 때마침 내년 상반기 재보선도 6월이나 7월쯤으로 잡혀 있어 양대 선거의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의 야권 주도권 다툼이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앞두고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결과에 따라 야권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략통으로 통하는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이 대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독자 출마가 아니라 결국 자기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헤쳐 모여 식 이합집산인 것이다. 아마 안 의원 측은 밖에서 끊임없이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민주당을 흔들려 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안의원의 대권선언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 ‘시작이 반이다’

김무성 의원이 주목을 받으며 또 다르게 떠오른 이슈가 있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구도다. 이번 10∙30 재보선의 결과로 새누리당의 당권을 누가 잡게 될 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현 지도부인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5월 14일 종료된다. 선출될 차기 당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당선되는 새 대표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맡게 된다. 게다가 새 대표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가 6월 이전에 열린다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쥐게 된다. 무엇보다도 내년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의 중간 평가 성향이 짙은 만큼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예정보다 새 지도부 구성이 앞당겨질 수 있다. 자칫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2016년 총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새 지도부 선출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12월 정기국회를 마친 후 새누리당 당권 경쟁이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산된다. 차기 당권 주자로 친박의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 원조 친박의 최경환 대표 서 고문 등 거론되는 인물들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으며 당내 치열한 경쟁구도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발족한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을 주도한 6선의 이인제 의원과 지난해 4.24 재보선을 거쳐 생환한 3선의 이완구 의원도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인제 의원과 이완구 의원의 경우 당내 기반이 탄탄한 나머지 3명의 인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후보군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 의원과는 달리 서 고문과 최 원내대표의 경우 당권 도전에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내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이 끊임없이 나오는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 질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당권 경쟁에 나설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리’가 득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외부를 초월한 화합과 인정을 이뤄야 할 때

김무성 의원의 행보에 아직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우선 대권선언의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6개월이 겨우 지난 상황에서 나온 차기대권 발언은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한 이후 줄곧 몸을 낮춰왔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발 앞선 당내 기반 다지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세력의 변화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김 의원으로서도 마냥 속 편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발 빠른 김무성 의원의 행보와는 다른게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너무 일찍 서두르면 오히려 친박계 의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원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김 의원에 대한 견제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기 정치를 하는’ 김무성 의원의 등장은 불편할 수도 있다. 이것은 김 의원이 당·청관계 재설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당내 역학구도에 대해 김 의원의 당 대표 도전은 또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정의화 의원에게 부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당내에서 국회의장과 당 대표를 모두 부산이 독식하는 것을 용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 고문과 김무성 의원의 당권경쟁구도가 가시화 될 경우 국민들은 새누리당은 ‘식상한 정치’를 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다른 의원이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당내 한 중진의원은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도 서 고문은 구태정치인 아닌가. 그에게 동조한다면 똑같이 구태 취급을 받는데 어떤 젊은 의원이 함께하겠나?”라고 전하며 “젊고 건강한 이미지의 당 지도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대선이 4년이나 남은 지금 아직 대권을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많은 먹이를 먹듯 차근차근 착실히 준비한 잠룡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행보를 착실히 준비해온 김무성 의원의 기세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가 하는 행보가 다른 여야 잠룡들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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