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디스? 힙합을 위한 디스?
누구를 위한 디스? 힙합을 위한 디스?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3.10.0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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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힙합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Disrespect I] 힙합계 디스전

 

디스(diss) 또는 디스 곡은 respect의 반대인 disrespect의 줄임말로, 주로 다른 그룹이나 사람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행동 혹은 노래를 일컫는다. 음악적인 풍자와 공격이 항상 존재하는 동안, 디스는 점차 힙합이란 장르에 마치 치열한 경쟁을 하는 듯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친한 사이임에도 장난스레 디스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감정을 표하는 경우까지 수위가 다양하다. 그동안 잠잠했던 한국의 힙합계가 디스로 뜨거워지고 있다.

 

힙합계에서 시작된 디스전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에미넴이 주연한 ‘8Mile’이란 영화의 주된 배경은 디트로이트의 흑인빈민가이다. 빈민가 클럽에서는 디트로이트 최고의 래퍼들이 모여 밤마다 ‘랩 배틀’에 참가하는데 주로 상대방의 인신공격으로 이루어지며 리듬에 맞추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로서 랩을 한다. 그리고 가장 재치 있게 상대방을 공격한 사람이 그날의 최종승자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 힙합에 관한 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랩 배틀을 벌이는 장면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앞에서 자신의 주장이나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이른바 디스를 하는 것이다. 힙합씬에서 가장 첫 번째 디스는 14살의 미국의 록산느 샨테가 UTFO에게 향하는 디스 곡이었다. 이후 미국은 지리적인 소속으로 미국 동부와 서부의 래퍼들이 서로 디스를 하고 있다. 이런 디스가 한국의 래퍼 사이에서 활발히 일어나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에 종영한 케이블 프로그램 Show me the money에서 주목을 받던 스윙스라는 래퍼가 미국의 켄드릭 라마의 ‘Control’이란 곡을 모티브 삼아 한국의 힙합가수들 전체를 디스하는 곡으로 ‘King swings’라는 곡을 발표했다. 노래는 표면적으로 한국 힙합에 대해 논하지만 결국 힙합크루 벅와일즈와 두메인을 디스한 것이다. 발표 이후 어글리덕과 테이크원이란 래퍼가 각각‘ctrl+alt+del*2’와 ‘Recontrol’이란 곡으로 스윙스에 대한 디스곡을 발표한다. 이른바 힙합 대란 또는 컨트롤 대란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그러던 중 가수 이센스가 스윙스 디스전과는 별개로 ‘You can’t control me’란 곡으로 힙합레이블 아메바 컬처 대표이자 가수인 다이나믹 듀오를 디스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스윙스도 ‘황정민’이란 곡으로 어글리덕과 이센스의 전 동료인 사이먼디를 수위가 높은 자극적인 가사로 디스를 한다. 점차 디스에 참여하는 인원과 범위가 넓혀진 것이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았던 이센스와 사이먼디의 참여와 언급은 힙합계를 넘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후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I can control you’, 사이먼디가 ‘Control’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힙합 대란의 정점에 오르게 된다. 대중들은 가수들의 디스곡을 듣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곡을 기다리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로 가수의 이름과 곡이 상위권에 올라갔다. 그뿐만 아니라 분쟁의 소재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한국의 힙합 대란은 스윙스의 3번째 디스곡인 ‘신세계’를 마지막으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디스전을 통한 힙합계 관심증가, 노이즈 마케팅인가?

이번 한국 힙합 대란을 보는 대중들은 대부분 불난 집 불구경하듯이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사실 힙합씬 안에서 디스는 일종의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과거에도 주석과 타이거JK간의 싸이월드 소동이 있었고, 버벌진트가 조PD, 디지가 MC스나이퍼를 디스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힙합 대란의 주요인물인 스윙스도 과거에 디스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부 힙합 관련 커뮤니티 안에서 머물렀던 이슈였고 지금처럼 광분의 에너지는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힙합 대란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전략일 수 도 있다. 대란의 주동자격인 스윙스는 ‘King swings’를 시작으로 적절한 시기에 ‘황정민’으로 판을 키우고 ‘신세계’로 마무리까지 짓고 있다. 즉, 이번 힙합 대란에서 스윙스의 곡의 발표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의 패턴이었다. 대란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지난 9월 초 국내외 힙합가수들이 출현한 ‘2013 힙합 페스티벌’이 당시 한 콘서트 예매사이트 주간 순위 20위권에서 디스전이 일어나고 3위까지 치솟았고 9월 말에 열릴 힙합 브랜드 공연 ‘엠펙쇼 vol.12’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더래퍼는 이번 힙합 대란으로 래퍼들의 실력이자 자존심을 보여주는 음악싸움으로 인해 힙합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힙합 대란에 대한 의미는 트위터 상에서도 뜨거웠다. 아이디 Lyuja****는 “이번 대란으로 힙합이 일각이지만 알려줘 예대에서도 보컬과 같이 대해줬으면..”하는 트윗을 남겼고, 아이디 dashi***는 “힙합 음악이 대중의 눈치를 보느라 너무 얌전히 지냈다. 다시 힙합이 도약할 시기”라고 트윗을 남겼다.

이처럼 한국에서 힙합 또는 힙합가수라고 하면 랩 부분만 하는 피처링 가수, 돈이면 되는 힙합, 착하고 겸손한 힙합이라는 편견을 이번 힙합대란을 통해 벗어날 계기가 마련되었다. 한 음악평론가는 디스전 이후 사람들은 가수의 음원순위가 아닌 랩메이킹과 랩스킬을 통해 가수를 판단하기 시작하리라 전망했다. 결국 잠잠했던 한국 힙합이 이번 디스전을 통해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게 되었고 일부 아이돌 일색의 무늬만 힙합에서 진짜 힙합이 무엇인지 대중에게 알리게 되어 한국힙합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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