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힌 ‘디스’
정치권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힌 ‘디스’
  • 최선영 기자
  • 승인 2013.10.08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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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이 난무한 디스보다는 보다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아야
[이슈메이커=최선영 기자]

[Disrespect Ⅱ] 정치권의 디스전

 

최근 국민들이 사용하는 신조어 중 가장 많이 사용 단어를 꼽자면 ‘디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디스는 최근 국내 힙합계에서 치러진 디스전으로 한층 더 관심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일어난 디스전은 힙합계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정치권 내에서는 디스전이 관행처럼 내려져 오고 있었다.

관행처럼 계속된 정치권 디스전

지난 18대 대선 TV토론회를 기억하는가?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는 등 다양한 발언으로 현재 대통령이 된 당시 박근혜 후보를 끊임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정희 후보의 대놓고 벌어진 디스는 일명 ‘이정희 방지법’을 만들 정도로 큰 논란이 일어났다. 정치권 내에는 18대 대선 TV토론 외에도 이전부터 꾸준히 관행처럼 디스전이 이어져 오고 있고, 최근에는 청문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정치인들의 디스가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에 발생된 정치권 내의 디스전으로는 2013년 8월 새누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막말 의혹을 들 수 있다. 8월 5일 국정원 국정조사 된 당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방금 박영선 의원이 남재준 국정원장이 고분고분하게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에게 이럴 수 있어?”...저게 국정원장이야? 라고 말했다”며 박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박상주 새누리당 부대변인도 다음날 6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안하무인, 무소불위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같은 상황을 거론하며 “민주당은 마치 국회의원이 국가정보원장까지도 고개 숙여 굽실거려야 하는 슈퍼 울트라 특권층인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면서 “박 의원과 민주당은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이 국민을 섬기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기관의 수장까지도 고개를 숙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슈퍼 갑(甲)’의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부대변인은 “박 의원은 지난달 25일에도 우리 당의 김진태 의원을 향해 ‘인간이야? 인간? 난 사람으로 취급 안 해’라는 막말을 퍼부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언급에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의 최대 부작용”이라며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남 원장의 언행을 비판했다. 진 의원은 “김진태 의원이 국정원 비호하다 못해 박영선 의원 헐뜯기에 나섰다”고 말하며 이어 “남재준 원장은 ‘위증 하지 말라’며 박영선 의원을 겁박하고 수십 초 동안 살벌한 눈초리로 째려봤다”고 전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을 통해 “남재준 원장이 박 의원을 계속 째려보거나 정청래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의 질문에 굉장히 불손한 태도로 임해 정회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날 “정말 긴 하루.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보고 믿고 남재준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밤”이라고 남겼다.

 

디스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한 ‘새누리 디스 공모전’

새누리당은 지난 8월 ‘새누리 디스 공모전’을 진행했다. 새누리당은 ‘ㅅㅂㅈㄹ(새누리를 발전시키는 젊은이들의 리얼디스전)’이라는 슬로건을 담은 이번 공모전은 새누리당에 대한 당부의 메시지나 비난, 욕, 썰 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UCC, 사진, 그림 만화, 조형물 등 SNS에 게시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만들어 참가하도록 독려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의 공식 트위터를 사칭한 계정이 생겨 혼선을 주기도 했다. 트위터상에 ‘@saenuridiss’라는 계정이 생겨 새누리당 디스 공모전의 공식 트위터인양 “어떤 비판도 가능하다”라고 언급하면서 “단, 국정원 및 국정조사관련 내용 제외”라는 게재해 네티즌들이 비난을 하기 시작한 것. 이 계정이 새누리당에서 만든 트위터 계정이라고 생각한 탁현민 씨는 트위터를 통해 “어떤 욕도 먹겠습니다. 단 욕설은 제외”라고 언급하며 새누리 디스 공모전을 비꼬았고 트위터리안(dlsrnjs****)은 “욕설과 비난도 가능하다면서 국정원 사건에 대한 비판은 사양한다니 이거야 말로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트위터리안(chalshi*****)은 “비난은 귀찮고 비판은 따갑다”며 “따가움 대신 귀찮음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차이 잘 봤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byon***)은 “욕 해도 상관없다고만 되어 있지 고소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없다”며 “교묘한 공모전”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 트위터 계정은 새누리당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누리당의 ‘새누리 디스전’은 300여건의 ‘디스’ 응모작들이 몰렸다. ‘새누리 디스전’ 응모작 300여건 중 영화 ‘신세계’ 장면에 대사를 바꿔 달아 새누리당을 비판한 최 모씨의 ‘새누리당 잔혹사’가 대상으로 뽑히는 등 총 1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작인 ‘새누리당 잔혹사’는 최근 ‘서민 증세’ 논란을 부른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수정안을 내놓은 새누리당과 정부의 대책 없는 모습을 희화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수상으로는 새누리당 디스전 포스터의 제목과 내용을 바꾼 ‘패러디’ 포스터를 제출해 디스전 자체를 비판한 또 다른 최 모씨의 작품 ‘ㅎㄴㄹ ㅅㄹㅎ’ 등 5편이 선정됐다. 최 씨는 포스터에서 ‘2030 아이들, 빨간색을 좋아하는 자’는 디스전에 응모할 수 없고, ‘힘과 권력을 과시하는 내용이 담겨야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제시하는 등 과거 기득권 정당으로 비판받던 한나라당과 달라진 게 없는 새누리당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밖에 ‘신발’, ‘서러운 비정규직 정부는 롤만하나’, ‘새누리당에게 어머니는 국민이다’, ‘놀이터가 없는 아파트에 재개발은 없다’ 등의 제목이 붙은 그림과 글, UCC 형태의 ‘디스’들이 우수상에 선정됐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번 공모전에 직접 응모하지 않고도 수상자로 선정된 강용석 전 의원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강 전 의원이 최근 JTBC ‘썰전’에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함께 출연해 ‘새누리 디스전’ 자체를 ‘디스’한 부분이 특별상 우수상을 받게 된 것이다. 강 전 의원은 ‘썰전’에서 ‘새누리 디스전’과 관련해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니 ‘악플’이라도 달아달라는 것”이라고 폄하했고, 이 소장은 “(국민들이) 안쳐다 봐주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라고 일축한 바 있다.

시사풍자를 통한 정치권을 디스해 인기를 끄는 TV프로그램

정치권의 디스는 비단 정치인들끼리의 디스에서 끝나지 않는다. 방송가내에서도 정치권을 시사 풍자하는 디스전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을 뽑자면 tvN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일 것 이다.한 주간의 정치 뉴스를 정리한 '여의도 텔레토비'는 다양한 정치권 뉴스를 날카롭고 재치있게 풀어내 방송 직후 온라인에 업로드 된 동영상이 매회 하루 만에 조회수가 2만 건을 넘나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에 2012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새누리당 홍지만(대구 달서구갑) 의원은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를 보여주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영철)는 13일 회의를 열고 정치인들을 텔레토비 캐릭터로 묘사, 현 세태와 특정 정치인을 풍자한 tvN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 대해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해당 내용이 후보자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고, 선거 관련 풍자 내용 자체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다만 욕설 등 언어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JTBC에서 방영하는 <썰전>도 정치권을 디스하는 내용을 담아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2일에 방송된 썰전에서는 방송인 김구라, 정치전략 연구소장 이철희, 변호사 강용석 등이 모여 ‘하드코어 뉴스 깨기’ 코너를 통해 ‘민주당의 파격 변신! 그들이 파란색을 선택한 이유?’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날 방송에서 MC들은 최근 민주당이 상징색을 파란색으로 바꾼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란색은 과거 한나라당이 사용했던 색으로 한나라당은 현재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상태이다. 과거 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은 노란색이나 초록색 계열을 상징색으로 사용했다. 새누리당 계열 역시 오래전부터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했다. 큰 변화는 작년에 시작되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상징색을 빨강으로 바꾼 것.

이에 이철희는 색깔의 변화보다 정당의 정책이나 색깔이 의미하는 내용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용석은 이에 대해 최근 새누리당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글을 언급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파란색 모자와 옷을 착용한 여러 사람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고 뒤에 민주당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그림을 설명하는 글에는 ‘내가 버린 파랑 너의 파랑이 되어’라고 적혀있고 그림 속에는 ‘버린 거 주워 먹으면 지지’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다. 이는 과거 한나라당이 사용한 색으로 상징색을 바꾼 민주당을 한껏 비꼰 것. 이를 본 이철희는 “저러니까 디스를 당하지”라면서 “가만히 있어도 다 아는 얘기를 굳이 저렇게 말하는 건 안 좋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치권을 시사 풍자하는 ‘썰전’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실정에 ‘썰전’을 기획한 여운혁 CP는 “정치시사토크는 겉으로 하는 공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뒷이야기와 잘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찾는다. 어떤 정책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보다는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사실뿐 아니라 전반적 흐름과 정치인들이 특정 입장을 가지게 된 이유 등도 관심거리인데, 여기에 유머를 집어넣고 실명을 원칙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디스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한층 재밌게 각색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디스전이 누구를 헐뜯고 욕하기보다는 보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을 수 있고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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