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를 비꼬는 디스통한 광고 인기
경쟁사를 비꼬는 디스통한 광고 인기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10.08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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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유머 없는 무차별적 디스는 역효과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Disconnect Ⅲ] 비교광고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겨냥해 유튜브 광고를 게재했다. 미국의 가정 내 풀장에서 열린 파티를 배경으로 제작된 해당 광고는 한 청년이 아이폰을 사용하는 부모에게 갤럭시S4의 주요 기능을 설명한다. 갤럭시S4를 사용하는 자녀들이 사진을 찍은 뒤 공유하고 동작인식 리모컨을 사용하자 아이폰5를 사용하는 부모들은 깜짝 놀란다. 갤럭시S4를 맞대고 사진을 공유하는 자녀들에게 다가간 중년 여성은 아이폰5를 내밀며 자신에게도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한 여학생이 “그 휴대전화로는 불가능하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다른 중년 남성은 마찬가지로 아이폰5를 손에 들고 “어떤 스마트폰은 다른 스마트폰보다 더 스마트하다는 거니?”라고 묻는다. 그렇게 광고는 끝나고 ‘The Next Big Thing is Here’이라는 카피가 화면에 나타난다. 아이폰은 구세대나 쓰는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광고다. 재미와 함께 비교우위, 단점을 한눈에 보여주는 비교광고는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때로 '비교'를 넘어 '비방'으로 수위에 다다를 경우 법적·감정싸움으로 번지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경쟁 기업끼리 서로 광고해주는 시대

‘비교광고’는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동종업계의 경쟁 브랜드나 제품과 비교함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비교를 넘어 상대를 살짝 비꼬면서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유발하도록 하는 유형의 광고를 ‘디스(Disrespect)광고’라고 칭한다. 디스광고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비교광고는 이미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시도해 흥행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통신, 소프트웨어 등 ICT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를 향해 이른바 '돌직구'를 날리는 비교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치열한 곳은 스마트폰 업계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애플을 정 조준한 ‘옵티머스G’ 광고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옵티머스G가 애플을 상징하는 사과를 반으로 쪼개는 파격적인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물론 ‘순간의 선택이 2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DMB 없었던 2년, AS 어려웠던 2년을 견뎠다면 이제는 VoLTE도 안되는 2년, 쿼드코어도 없는 2년을 견디셔야 합니다’라는 문구로 아이폰5의 약점을 꼬집었다.

국내 통신 3사(社)의 치열한 회원 뺏기 경쟁 덕분에 이곳에서도 비교광고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속도·요금제·부가서비스 등 경쟁 요소마다 통신사끼리 공격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전화가 오면 데이터망이 3G로 바뀌는 LTE가 있다’ 편을 통해 자사 LTE 스마트폰은 전화가 와도 LTE가 유지되지만, 일부 경쟁사 스마트폰에선 3G로 통신망이 바뀐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 가장 먼저 통신사 제한 없이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한발 늦었던 업계 1위 SKT를 공격했다. 누가 봐도 SKT로 보이는 매장 앞에 개그맨 신동엽이 ‘같은 통신사끼리만 음성 무제한’ 광고판을 붙이자, 옆집에서 야구선수 류현진이 ‘통신사 제한 없이 무제한’ 광고판을 붙이는 식이다. HS애드 관계자는 “점유율이 가장 낮아 단시간 내에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LG유플러스로서는 다소 자극적으로 보이는 직격 비교광고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의 마이피플은 경쟁사인 카카오가 무료통화(m-VoIP) 기능이 없었을 당시 걸그룹 소녀시대를 전면에 내세워 카카오톡을 폄하한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에서 소녀시대는 경찰로 분해 “말로 하자”, “토크라 그러더니 왜 말을 못해”라며 카카오열매 모양의 캐릭터를 맹렬히 취조하지만 대답을 듣지 못한다. 이어 쩔쩔매는 카카오열매 옆으로 ‘카카오는 말을 못해’라는 문구가 뜬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음성메시지가 추가된 2.5버전 업데이트 안내에서 “요즘 카카오톡이 국민 앱으로 인기를 끌다보니 뉴스는 물론 광고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카카오톡의 출연료가 그리 비싸지 않을 것 같으니 많이 출연시켜 달라”고 응수한 바 있다.

 

경쟁사 비방에만 초점 둔 위메프의 ‘쿠팡 디스광고’

▲위메프의 ‘국민욕동생 김슬기’ 패러디광고가 큰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소셜커머스 업계에서는 ‘경쟁사 비방에만 목적을 둔 광고는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버리는 마이너스 광고’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소셜커머스 광고시장에서도 디스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위메프의 ‘국민욕동생 김슬기’ 패러디광고가 유튜브 200만 건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해당 광고가 경쟁사를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소셜커머스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

지난 6월 17일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에 따르면 ‘국민욕동생 김슬기’ 패러디 광고가 방영된 첫 날 회사의 다양한 자체 기록이 경신됐다. 우선 이 광고는 지난 13일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했고, 200만 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이다. 위메프 측은 “역대 최소 광고비를 투입했지만 비용 효율 면에서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13일 위메프의 일일 판매매출액은 35억 원을 돌파했으며, 일일 사이트 방문자 수 역시 200만 명을 넘어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일일 구매자 수는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고 1200여 명이 페이스북에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광고의 내용이다. 위메프가 13일 노출한 광고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김슬기와 김민교를 내세워 경쟁사인 소셜커머스 ‘쿠팡’의 최근 TV광고를 패러디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김슬기는 쿠팡을 연상시키는 ‘구팔’을 외치며 “싸게 산줄 알았는데 완전히 글로벌 호구 됐어”라고 외친다. 또 쿠팡의 로고가 찍힌 택배 상자를 밟는 장면과 광고 배경에 붙은 ‘지현이도 최저가는 위메프’라는 문구의 벽보 등을 통해 쿠팡을 노골적으로 디스하고 있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패러디는 풍자와 유머 등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이 광고는 대중적으로 화제가 될 수는 있지만 좋은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 역시 황당하다는 평가다. 티몬 관계자는 “자사 제품에 대한 내용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경쟁사 비방에만 목적을 두고 있는 광고”라며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버리는 마이너스 광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박유진 위메프 홍보실장은 “국민욕동생 김슬기를 모델로 택해 소셜커머스에 걸 맞는 ‘소셜성’에 도전한 바이럴을 목표로 한 광고”라며 “위메프가 최저가 보상제 등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이 광고를 하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하는 등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제공 못할 시 ‘역풍주의보’

비교광고는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브랜드가 상위 브랜드를 겨냥할 때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보다 위 브랜드를 쫓아가는 입장에서 비교광고를 활용할 경우 인지도가 높은 선두와의 비교를 통해 흥미로운 소재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회상도를 높인다는 장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비교광고로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자신의 브랜드를 경쟁 브랜드와 비슷한 지위로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두 브랜드가 한 광고에 동시에 등장하게 되면 해당 브랜드들을 유사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지배적인 사업자가 점유율이 낮은 브랜드를 비교 대상으로 내세울 경우 ‘약자를 괴롭히는 기업’이라는 대중의 비판을 받을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는 과거 비교광고를 하려면 자사의 비교우위뿐만 아니라 약점까지 담아야 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비교광고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 이 규제가 풀렸다. 덕분에 삼성-LG, 삼성-애플, LG-소니 등 글로벌 전자회사들의 세련된 비교광고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비교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설득의 수단”이라며 “그러나 객관적인 근거 없는 비교, 실증(實證)할 수 없는 비교는 비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윤석기 브라이튼대 교수도 “비교광고 시에는 경쟁사를 비방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전략보다는 부드럽고 세련된 톤으로 자사 브랜드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게 낫다.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며 “대신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즉 상대방의 단점을 노골적으로 지적하는 광고는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반발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그는 문화적 배경이나 국민성에 따라 비교광고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태도도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에서는 비교광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동구권이나 남유럽 등에는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것이다 .

실제로 비교를 넘어서 비방으로 변질된 부당한 광고의 경우 후폭풍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가 게재한 LG전자의 냉장고와 용량을 비교하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에 대해 법원은 ‘부당 비교광고’라는 결정을 내렸다. 앞선 8월 삼성전자는 지펠 857L 냉장고와 LG전자의 디오스 870L 냉장고를 임의로 눕혀 놓고 물을 내부에 부어 들어가는 용량을 측정하는 한편 참치캔이 몇 개나 들어가는지 비교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에 법원은 판결문에서 “물 붓기, 커피캔과 참치캔 담기 방식의 비교광고는 냉장고의 이용 형태에 부합하는 용량 비교 방법이 아니고 이 같은 비교 실험은 법령에 의한 시험조사기관이나 사업자와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시험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시험결과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LG전자가 낸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LG전자는 가처분 신청에 이어 3개월 동안 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받았다며 삼성을 상대로 1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제품의 사용 용도에 직접적으로 벗어난 방식, 자의적인 비교를 통한 광고는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에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비교광고의 취지를 잃지 않고, 해학과 위트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디스통한 광고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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