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저개발국가 시민의식 잠깨다
아시아 저개발국가 시민의식 잠깨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10.08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산주의·독재 딛고 NGO 활동 확대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World News]  비정부기구(NGO) 활동증가

 

정부기관이나 정부와 관련된 단체가 아니라 순수한 민간조직을 총칭하는 말로, 비(非)정부기구나 비(非)정부단체라 불리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기구라는 특성으로 그동안 NGO활동은 공산주의나 독재국가에서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얀마의 경우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 수감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미얀마같이 오랫동안 공산주의나 독재에 시달려 왔던 국가에서 NGO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중국 역시 정치 분야가 아닌 환경을 중심으로 NGO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환경뿐만 아니라 동성애와 정치 문제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미얀마 동남부 작은 도시인 다웨이. 태국과 국경을 접한 칸차나부리 지방에서 160㎞ 떨어진 곳에 있는 이곳은 미얀마 정부가 2010년부터 이탈리아와 합작해 공단을 조성하면서 심해항만과 철도, 도로 등 주요 인프라 구축을 추진키로 결정한 지역이다. 다웨이 개발은 총 사업비용만 580억 달러(약 72조7,594억원)에 달하는 동남아 최대 개발 프로젝트다. 한국 역시 진출을 검토했었다. 주요 발전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이 2010∼2015년 사이 진행되며 2016년부터는 정유시설과 석유화학공장, 철강 및 비료공장 등 중공업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최근 중단되다시피 했다. 석탄을 원료로 한 화력발전소 건설에 시민단체와 주민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면서 공사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군부가 오랫동안 집권했던 미얀마에서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 일이 가능하도록 한 사람은 바로 시민활동가인 코레이르윈(46)씨다. 성별 구분 없이 입는 치마인 사롱과 선글라스를 낀 그는 원래 항공사에서 회계를 담당했다. 그는 현재 다웨이 프로젝트 중단을 위한 맹렬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석탄발전소 건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해피해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평생을 농사만 해온 주민들을 위해 토지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런 노력 덕분에 주민들은 코레이르윈 씨의 편에 섰고 현재 발전소 건설은 보류된 상태다. 코호량 미얀마 대통령실 비서관은 “우리는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등의 문제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이르윈씨 같은 시민운동가의 활약은 미얀마뿐 아니라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베트남, 동성애자 권리신장 위한 ‘플래시 몹’

지난 5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 리타이토 공원에서는 1,000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무지개 빛깔 스카프와 깃발을 들고 노래를 불렀다. 무지개색은 게이와 레즈비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들은 베트남 내 동성애자의 권리 신장을 위한 플래시 몹 행사를 치른 것이었다. 플래시 몹은 수도인 하노이를 비롯해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과 중부 다낭, 메콩델타 지역의 중심도시인 껀토 등 베트남 전국에서 일어났다.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베트남에서 금기나 다름없는 동성애 관련 행사가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행사를 기획한 르꾸억 빈(40)씨는 “베트남에서는 공안법에 따라 5명 이상의 집회는 허가받지 못할 경우 엄격히 금지된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번 플래시 몹 행사를 놀이의 일환으로 관리들에게 설명해 개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2010년에는 노천 보크사이트 광산 채광을 놓고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자 베트남 지성인 130명이 집단으로 반대시위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예전 같으면 공산당에 도전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만한 일이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치 영역까지 활동 폭을 넓혔다. 시민단체 버시(Bersih)는 지난달 치러진 선거에서 투명선거를 강조했다. 비록 야당이 패하긴 했지만 엠비가 스리네바산 버시 총재는 “우리들의 운동이 유권자가 투표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1998년 800개에 불과했던 NGO가 최근에는 무려 2만개 이상 증가하고 있다.

 

비정부기구 규제 완화…中 ‘NGO시대’가 온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NGO를 막고, 정부 주도로 설립해 친정부적인 단체를 양성했다. 하지만 대중성이 약하고 NGO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지속적으로 대두됐었다. 특히 중국을 강타한 최악의 스모그로 환경감시단체가 정부의 과도한 개발을 막고, 사회를 감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지난 1월 중국의 하늘은 스모그가 점령했다. 중국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수도 베이징에서 맑은 날은 단 4일뿐이었다. 특히 지난달 하순 엄습했던 스모그는 심각했다.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의 중·동부 지역 143만㎢가 스모그로 뒤덮였는데 이는 한반도의 6.5배가 넘는 면적이다. 더구나 엄청난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한국과 일본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 스모그는 ‘베이징 기침(北京咳)’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외국인들은 물론 중국인들의 출국행렬도 이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 일부 네티즌은 ‘베이징 천도’까지 주장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중국의 환경보호운동가와 경제학자들은 환경문제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누차 경고했지만 그 경고는 이제 현실이 됐다. 신징바오(新京報)는 이번 스모그가 사상 최악으로 무려 8억 명의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폐암 환자가 10년 새 60%나 증가했다며 스모그가 10년 전 대륙을 강타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무서운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이 스모그 현상을 계기로 NGO를 두려워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 정책도 바뀐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작년 NGO에게 지원한 금액이 처음으로 2억 위안(약 350억원)을 넘어섰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가 지난 2월 보도했다. 중국 행정기관인 민정부는 정부 지원 금액으로 377개의 사회적 단체가 활동했고, 1만7,700명이 소속되어 있는 120개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실행됐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 지원금을 제외한 외부 자금지원은 3억2,000만위안(약 560억원)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NGO나 사회적 기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시진핑 새 지도부가 강조하는 ‘개혁·개방’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콩 다궁바오에 따르면 10일 마카이(馬凱) 국무위원 겸 국무원 비서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보고에서 기업인협회, 과학기술, 공익·자선, 도농 지역사회 서비스 등 4개 분야와 관련한 NGO 신설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민정부에 등록만 하면 관련 기관의 별도의 심의 비준 없이 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보급·정보 공유가 NGO 활동 확산의 힘

전문가들은 아시아 각국에서 시민운동이 활발해진 원인으로 기술 발전을 꼽고 있다. 나라별로 국민들이 정치적 참여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것과는 별도로 인터넷이 포함된 통신기술 발전이 시민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3G 휴대전화 보급으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쉽게 공유한 것이 시민단체를 결성하는 데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2분기 아시아에서 인터넷 사용 인구는 10억 명으로 유럽의 2배, 미국의 4배를 차지한다. 인도에서는 화장실 개수보다 휴대전화 보급 대수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정보기술(IT) 평론가이자 작가인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인터넷이 해방을 위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 국가의 NGO 활동에 한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주의 국가에 속한 NGO는 직접적으로 정부와 대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우 정부 비판에 나섰다는 이유로 유명 블로거가 한 달 사이 3명이나 체포됐다. 동성애 플래시 몹 행사를 기획한 빈씨 역시 게이의 성적 차별대우 문제 등을 제기하지만 절대로 공산당의 정당성 문제 등을 거론하지는 않는다. 정부와 굳이 대척점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부 간 갈등이 부담스러워 NGO 활동을 용인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 3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함정이 자국 어선에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하자 반중 시위가 봇물을 이뤘다. 물론 베트남 정부는 이를 용인했다. 개방화 바람이 불고 있는 미얀마도 시민단체가 활동할 만큼 자유화됐지만 이런 흐름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이슬람 사회에 대한 증오심으로 번지고 있는 것. 이슬람교를 믿는 로딩야족에 대한 폭력으로 인해 8만 명 이상이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이에 마이클 뷜러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교수는 “시민단체가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단시간 안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2-2276-1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이슈메이커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신진민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