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Ideology Ⅱ] ‘다름’이 아닌 ‘틀림’의 시각으로 서로를 향한 폭력
[People & Ideology Ⅱ] ‘다름’이 아닌 ‘틀림’의 시각으로 서로를 향한 폭력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9.27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등은 비하를 넘어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People & Edeology Ⅱ] 이념갈등에 물든 대한민국




지난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출범하고 각 종편들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자신만의 색을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좌파, 우파의 논쟁은 종편의 출범이후 출연자의 성향에 따라 출연을 지지받기도, 비난받기도 한다. 종편이전에도 KBS의 블랙리스트 파문 등 대중매체에도 버젓이 통용되고 있는 이념대립의 실체. 대중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념대립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한 비판이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공인들의 현실에 대해 직시해야 할때다.


이념도 방송이 되나요? 좌∙우파 연예인

온라인상에서는 지난해부터 ‘좌파 연예인 리스트’가 떠돌아 다녔다. 해당 리스트는 아이돌부터 잘 알려진 연예인, 감독까지 좌파라고 규정하고 있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극우 누리꾼들이 취합한 것으로 보이는 이 목록에는 진보 성향 연예인들은 물론, 호남이 고향이거나 좌익 성향 연예인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일베에 올라있는 좌빨 연예인 목록은 S급과 A급으로 나뉘어 있다. S급은 
좌익중의 좌익이라는 뜻이고 A급은 그 외 좌파 성향의 연예인이라는 뜻이다. S급으로 분류된 연예인은 안내상, 손예진, 하정우, 공효진, 진구, 한혜진이다. 배우 안내상에 대해 “미국 문화원 폭탄 투척. 현재는 뚜렷한 성향 안보이나 골수 좌파였음”이라고 설명돼 있다. 그는 2011년 한 방송에서 “무기징역을 각오하며 데모를 주도했고, 25살이던 1988년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는 출신지가 전라도라서 자연히 좌파가 된 경우

▲일베에 올라있는 좌빨 연예인 목록은 S급과 A급으로 나뉘어 있다. S급은 좌익중의 좌익이라는 뜻이고 A급은 그 외 좌파 성향의 연예인이라는 뜻이다. 이들의 구분기준은 출신과 성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신상 털기에 불과하다.
, 둘째는 출신지와 상관없이 천성이 저질이라서 자연히 좌파가 된 경우, 셋째는 그냥 먹고살기 위해서 좌파가 돈이 된다 싶으니까 따라붙은 경우로 나누는 것이다. 이중에 하나라도 포함이 된다면 좌파라고 매도하며 이들 연예인을 비난하기 바쁘다.

A급으로 분류된 연예인 중에는 국민MC 유재석도 있다. 유재석이 MBC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카라의 구하라는 광주 출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A급 좌파 연예인이 됐다. 특정 연예인과 친하다는 이유로 좌파 연예인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S급으로 지목된 공효진은 류승범과 하정우와 친하다는 이유로 좌파 연예인으로 지목됐다. 또 개그맨 정범균은 최효종과 친하다는 이유로, 개그맨 전유성은 김미화와 친하다는 이유로, 영화배우 박중훈은 안성기와 친하다는 이유로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됐다. 이 외에도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했다거나, FTA 반대나 광우병 시위에 참가했다거나, 특정 영화나 특정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거나,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100여명의 연예인을 좌파로 분류했다.

하지만 리스트를 본 대부분의 네티즌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좌파 연예인으로 선정된 이유를 보면 실소를 넘어 괜한 불쾌함까지 느낀다는 반응이다. 구체적으로 네티즌은 리스트 작성자의 비상식적인 근거를 비판하면서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해당 리스트가 단순히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도를 넘은 이념 대립, 비하와 유언비어는 기본

최근 국정원 댓글파문과 관련 또 하나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호남, 좌파, 여성 등을 비하하는 글 3,500건 가량을 인터넷에 올려 물의를 일으킨 아이디 ‘좌익효수’의 사용자가 검찰 수사 결과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확인된 것이다. 국정원 문제를 뒤로하고라도 추후 이 직원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홍어종자’, ‘늙은 창녀’ 등 패륜적 발언을 쏟아낸 이번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검찰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좌익효수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다가 파악된 아이디지만 죄질이 너무 나빠 따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호남 모욕에 대해 광주지역 단체들이 고발을 했기 때문이다. 좌익효수(左翼梟首)는 ‘좌파의 머리를 베어 매달아 놓는다’는 뜻으로, 2011년 1월 15일부터 지난해 11월 28일까지 인터넷 게시판에 16개의 글과 3,451개의 댓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5∙18은 폭동 맞당께”, “홍어 종자” 등 호남 비하를 일삼았고, 배우 김여진씨에게 “○정일 기쁨조”, 배우 문근영씨에게 "빨치산 손녀" 등의 모욕도 쏟아냈다. '망치부인'으로 알려진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 진행자 이경선씨의 딸 사진에 성폭력 관련 폭언을 붙이기도 했다. 이씨는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한다고 국정원 직원이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성폭력 수준의 댓글을 단 것에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익효수는 수사가 시작되자 글을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그가 올렸던 게시물들은 이미 인터넷상에 돌아다니고 있으며 일부 게시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민주당 임수경 의원에 대해 “월북 후 수명이 다해 북괴에 의해 강제월남”했다고 하는가 하면,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에 “애들 집에 가서 댓글 열 개씩 달고 잔다. 그런 상근자들만 3,000여 명 된다”며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그러나 보수논객 지만원씨의 5ㆍ18 관련 명예훼손 혐의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어, 5∙18이나 호남 비하로 유죄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수사할 수 있는 모욕 혐의 적용 여부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나서느냐에 달렸다. 이경선씨는 “이미 10여건의 사례를 모아 자료 분석을 진행 중이고 고소를 위한 법률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좌익효수 사용자가 올린 댓글의 분량과 기간, 내용 등으로 볼 때 모욕 혐의만 적용해도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충족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명예훼손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속적으로 성적 모욕감을 주는 글을 올린 악플러는 구속 수사한다는 것이 최근 검경이 유지해 온 방침”이라고 전했다.


비난을 넘어 살인의 이유로 지목된 이념갈등

지난 7월 지난 10일 부산에서 인터넷으로 보수 진보 논쟁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동갑내기 상대 여성을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하는 ‘정사갤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충격을 감출 수 없다”며 “극단적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도 “무분별한 이념대립으로 살인까지 발생하다니 세상이 무섭다. 다들 조심해서 괜히 다치시는 일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살인사건을 두고 전라도와 경상도 간의 지역감정으로 몰아가는 네티즌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실제 “광주사람한테 보수는 악이다”, “전라도 사람에게 무서워서 말을 걸 수 있겠냐”라고 의견들이 온라인상에서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이번 사건은 잘못된 인터넷문화에 의한 갈등에 대한 사건이지 이를 지역감정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네티즌도 “이념을 논하기 전에 이 사건은 사람이 죽은 심각한 사태”라며 지역감정을 언급하는 일부 네티즌들을 질타했다.

하지만 이 살인사건의 경우 개인 감정싸움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부산 해운대 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피의자 백모(30∙남)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언론보도가 비약된 측면이 있다”며 “직접적인 살해 동기는 서로 감정이 상한 사건으로 신상을 털고 성적으로 모욕하면서 결국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의자 백씨가 먼저 피해자 김씨(30∙여)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게시한 뒤 사과글을 올렸다. 이후 백씨가 의기소침해지자 김씨가 더욱 의기양양해지면서 백씨의 불만이 쌓여갔다는 설명이다. 피의자 백씨가 당초 알려진 대로 진보성향을 가진 누리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백씨가 갤로그등

을 통해 ‘전라디언’, ‘홍어’ 등 특정지역 비하 단어를 사용해 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3년 전부터 디시인사이드 정사갤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백씨를 지난 10일 오후 9시10분쯤 같은 정사갤 누리꾼 김씨의 집 계단에서 흉기로 김씨의 배 등을 9군데나 찔러 살해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들은 인터넷 보수-진보 갈등이 살인사건으로 비화됐다고 보도하며, 사건의 원인으로 이념 갈등을 꼽았다.

누리꾼들은 “정사갤 살인사건은 이념 문제가 아닌 개인 갈등”, “정사갤에 진보 갤러가 남아있긴 한가”, “정사갤 살인사건은 정치적 성향이 아닌 신

▲정사갤 살인사건에 나타난 현상은 언론이 지나치게 이념 대립을 강조하고, 이를 접한 누리꾼들이 다시 이념 대립을 가장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털기, 욕설, 성적 모욕 등이 문제”, “보수 vs 진보의 대립 관점에서 볼 문제 아니다”, “홍어, 전땅끄(전두환 전 대통령 지칭) 운운하는 범인은 절대 진보 아니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원인이야 어떻든 이미 국민들의 인식 속에 이념대립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불신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언론이 지나치게 이념 대립을 강조하고, 이를 접한 누리꾼들이 다시 이념 대립을 가장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

정치권이 사회적 이념 갈등을 야기하며 사회 분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좌우로 양분된 이념은 선거를 비롯해 정치, 경제, 복지, 환경정책, 북한, 한·미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 정부 효과성 지수, 지니계수 변수로 측정한 사회갈등지수는 우리나라가 0.72로 터키(1.27)를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번째로 심각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영 간 대격돌은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수 대 진보 이념 대결은 투표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피아가 분명히 구분되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 효과가 크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보수, 진보 진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금강산 관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등의 이슈를 두고 치열한 이념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남남갈등, 보혁갈등으로 고착될 경우 선거가 끝나도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선거전 과정에서 보혁 대결이나 세대 간 대결 양상은 사회 구성체 간 불신과 갈등,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이런 탓에 사회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새 정부의 국민통합 능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도 이념대립에 휘둘려 색안경을 쓰고 타인을 보지 않아야 하는 반면 정부도 이제 발 벗고 나서서 이념대립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2-2276-1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이슈메이커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신진민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