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Ideology Ⅲ]프랑스와 미국, 이념 갈등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People & Ideology Ⅲ]프랑스와 미국, 이념 갈등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3.09.27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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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에 근거한 사상적 자유 보장된 프랑스, 정치적 ‘커밍아웃’ 일반화된 미국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 People & Ideology Ⅲ] 프랑스와 미국의 사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존재하고 극 대립이 극한까지 치달았던 나라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오랜 종교간, 계급간의 갈등 끝에 톨레랑스(Tolerance)라는 관용의 정신을 확립해 정치적 대립을 극복해 가고 있고, 미국의 경우 1950년대 이른바 매카시즘라고 하는 일련의 반(反)공산주의 선풍을 넘어 보수-진보 양당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념의 극한 대립을 넘어서기 위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통해 얻은 프랑스의 톨레랑스 정신

진보신당의 대표를 지낸 홍세화 씨는 그의 저서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에 ‘한국 사회가 정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톨레랑스가 흐르는 사회’입니다'라고 쓰고 있다. 같은 책에서 저자는 프랑스적인 톨레랑스의 예로 드골 대통령과 사르트르의 일화를 든다. 1950년대 프랑스 치하에 있던 알제리의 독립운동이 한창일 때, 당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 사르트르는 스스로 알제리 독립 자금 전달책으로 발 벗고 나서게 된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그가 국외로 빼돌린 자금은 알제리의 민족해방전선에 전달되어 무기구입에도 쓰일 것이 확실했기에 사르트르의 행동은 프랑스 정부에서 보면 명백한 '반역'이자 '이적행위'였다. 당연히 사르트르를 법으로 심판해야한다는 소리가 프랑스 사회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드골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관료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냥 둡시다. 그도 프랑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의 톨레랑스도 가끔 한계를 드러낸다. 올해 7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에 대한 단속 과정에서 시민과 경찰이 격렬히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이 부르카를 쓴 여성을 적발하고 벌금을 매기려 하자 여성의 남편이 경찰에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되면서 시작된 시위가 시작되

었고 시위가 폭동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프랑스는 2011년 4월 부르카처럼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베일을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데다 정교분리를 규정한 프랑스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당시 프랑스에선 ‘부르카 금지법’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톨레랑스의 영역인지 여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렇듯 톨레랑스가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지 못한 이민자와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문제, 국익과 관련된 대외정책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프랑스에서 사상·학문의 자유는 전면적이다. 어떤 학자의 이론이나 책을 문제 삼아 보안법을 적용한다거나 사상의 문제로 구속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언론에 있어서도 이러한 규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현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최연구 박사는 2003년 발간한 그의 저서 ‘르 몽드’를 통해 “프랑스 언론은 각각 나름대로의 정치적 색깔과 사상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언론과 진보적인 언론 간에 색깔 논쟁을 벌이는 일은 결코 없다. 서로가 서로의 색깔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명인사일수록 자신의 지지정당 확실히 하는 미국

지난 해 8월, 미국 공화당 전당 대회에 갑자기 영화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했다. 그는 빈 의자를 들고 나와 거기에 오바마가 앉아 있는 냥 연기하며 오바마를 조롱했다. 미국의 대통령인 오바마가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는 걸 비꼰 퍼포먼스였다.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완전히 미쳤다’며 날을 세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달리 배우 벤 애플렉, 로버트 드니로 등은 소문난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민주당 성향이다. 이들은 과거 조지 W. 부시의 재선을 막고자 부시의 이라크 전쟁 정책을 비판한 마이

클 무어의 다큐 영화 ‘화씨 9/11’의 개봉에 맞춰 정치 자금 모금 파티를 열었다.

이러한 ‘정치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들 헐리웃 스타들이 정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거나 출연 정지 등의 조치를 당하는 일은 미국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자리 임자 있음(This seat’s taken)'이라고 올리는 한편 자신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팬임을 선언하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연기자를 포함한 미국의 저명인사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분명히 밝히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240년 가까이 서로 대립하고 협조하며 양당정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나라다. 정치적으로 미국은 보수주의와 자유(진보)주의로 나뉘며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기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대변한다. 그러니만치 미국에서는 사형제도, 낙태, 총기사용, 동성애, 소수인종, 의료보험 등과 같은 사회적 쟁점에서 두 당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미국의 저명인사들은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그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을 스스럼없이 지원한다. 사회 저명인사 일수록 정치인이 아닌 이상 자신의 정치·사회적 소신을 밝히기 꺼려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분명하게 대비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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