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크레용팝
대중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크레용팝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9.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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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기몰이와 함께 논란의 중심이 되다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People & Ideology I] 크레용팝





2013년 6월 20일. 대중문화계에 있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노출코드로 일관되어 오던 걸그룹 아이돌 시장에 투박한 헬멧과 싸구려 트레이닝복을 입은 다섯 명의 소녀가 등장했다.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춤동작이 아니라 어이가 없을 정도로 우스운 옷차림과 춤동작을 들고 나온 이들. 이제는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그들. 바로 크레용팝이다. 그러나 순식간에 인기몰이를 하는 만큼 반향도 있는 듯, 언제부턴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크레용팝을 분석해본다.


대중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크레용팝

다섯 명의 소녀가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촌스러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무대에 나선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팬

들이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한다. 지난 6월 20일 발매한 ‘빠빠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가장 인기 있는 그룹 중 하나가 된 크레용팝. 사실 그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엄청난 ‘신인들’은 아니다. 2012년 1월 중국에서 ’허리케인팝‘이라는 팀명을 사용하며 데뷔한 크레용팝은 지난해 5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국제평화·생명 콘서트’에서 국내 첫 공연을 시작했고 2012년 7월 첫 번째 싱글 앨범인 ‘Saturday Night’을 들고 나왔다. 당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최근 빠빠빠가 발매된 이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국적인 열풍의 중심이 된 크레용팝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빌보드(Billboard)는 ‘크레용팝: 2013 K팝 대유행(K-Pop's Viral Hit for 2013)’이라는 기사에서 크레용팝을 극찬했고 타임지는 ‘K-Pop의 의외의 팬: 중년남성(K-Pop's Unlikeliest Fans: Middle-Age male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K-Pop의 중년남성 팬들에 대해 보도하며, 가장 눈에 띄는 중년남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중의 하나가 바로 크레용팝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인 ABC는 한국을 직접 방문해 크레용팝을 취재한 후 뉴스를 통해 크레용팝을 강력한 차세대 K-Pop 루키로 주목했고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크레용팝이 중독성 강한 음악 빠빠빠로 올해의 ‘강남스타일’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중국에서는 ‘칭다오 맥주축제’에 한국 가수로는 유일하게 크레용팝을 초청했고 호주 뉴스닷컴은 싸이의 ‘말춤’과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춤’을 비교해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의 주요 음악채널인 4shared는 방송을 통해 크레용팝을 “현혹적인 헬멧들의 집합체”라며 소개하며 “크레용팝이 싸이 다음이 됐으면 좋겠다. 그들은 매우 유니크하니까”라며 응원했다.


‘팝저씨’ 탄생, 헬멧 쓴 다섯 소녀의 매력은?

크레용팝의 팬들은 일명 ‘팝저씨(크레용+아저씨)’라고 불리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크레용팝의 음악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크레용팝과 같은 트레이닝복에 헬멧을 쓰고 크레용팝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에 나타난다. 아저씨 팬들 중에는 나이가 30대 중반에서 40대에 가까운 사람들도 있다. ‘나이 먹고 왜 저러나’라는 괄시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크레용팝에 대한 애정은 뜨거웠다. 일명 ‘팝저씨대첩’이라는 모임을 기획하며 장소를 불문하고 크레용팝의 의상을 입은 남성들이 빠빠빠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공사장 헬멧을 쓴 팝저씨들
모습이 SNS를 통해 퍼졌다. 지난 7월 31일 교통체증으로 인해 크레용팝이 공연 리허설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없었던 적이 있는데, 이를 팝저씨들이 대신 리허설을 해주는 상황까지 벌어져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공사장 헬멧을 쓰고 나타나는 팝저씨들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크레용팝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들은 그동안 ‘꿀벅지’, ‘패왕색 색기’ 등 노출과 관계된 신조어를 만들어내던 다른 걸그룹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현란한 웨이브가 아닌 개다리춤을, 화려한 의상이 아닌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오는 소녀들의 모습을 접한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는 걸그룹이라는 인상 보다 퍼포먼스 그룹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잠깐의 당황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환영으로 금세 변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크레용팝의 춤을 따라했다. 특히 ‘직렬 5기통 댄스’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받았던 것과 같은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패러디 영상이 SNS에서 봇물 터지듯 올라왔다. 팝저씨들은 이러한 크레용팝의 모습이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일본 걸그룹을 표절했다? 표절 논란

한 달여 남짓한 시간 만에 인기 고공행진을 하던 크레용팝이지만 높아진 인기에 반등이라도 하듯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어린이 방송 ‘후뢰시맨’을 연상시키는 크레용팝의 의상과 안무의 일부가 일본 걸그룹인 ‘모모이로 클로버 Z(일명 모모쿠로)’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모모쿠로는 2008년 5월 결성된 5인조 걸그룹으로 아크로바틱한 안무가 특징인 그룹이다. 각 멤버마다 빨강, 초록, 보라, 노랑, 분홍 등 이미지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전대물(일본에서 시작된 특수 촬영물로 다수가 팀을 이루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지구를 구하거나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주로 다루는 장르. ‘과학닌자대 캇챠맨-독수리 오형제’, ‘파워 레인저’ 등) 같은 콘셉트가 특징이다.

헬멧을 쓴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모쿠로와 크레용팝의 모습, 멤버들의 가슴에 각자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힌 종이를 붙인 모습 등이 비교되며 먼저 결성한 모모쿠로를 나중에 결성한 크레용팝이 표

▲크레용팝이 표절을 한 대상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일본의 인기 걸그룹 모모쿠로
절을 했다는 것이 표절 논란의 이유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에서 한물 간 콘셉트에 우리가 열광한다는 게더 창피하다”, “처음부터 콘셉트나 노래나 일본풍이었다”, “나라 망신이다” 등 크레용팝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의 시선을 보냈다.

이에 반해 표절이라기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무리 그래도 콘셉트로 표절이라기엔 좀 아니다”, “벤치마킹한 건데 무턱대고 까지 말자” 등 표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보이며 크레용팝을 두둔했다. 자신을 팝저씨라고 밝힌 김 모(36·남)씨는 “워낙 특징이 강한 콘셉트이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몇몇 특징적인 콘셉트만으로 표절이라고 말한다면 소녀시대나 카라 같은 한류스타로 발돋움한 걸그룹들 역시 그 이전의 누군가를 따라한 표절이다”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기존의 걸그룹들이 조금씩 다르면서도 같은 대동소이한 콘셉트로 비슷한 음악을 하고 있는 와중에 크레용팝이 ‘소녀’, ‘섹시’ 등을 콘셉트로, 기존의 걸그룹과는 다른 캐릭터, 춤 등으로 주목받은 만큼 모모쿠로와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인 점이 표절 논란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크레용팝의 소속사인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창 대표 역시 모모쿠로와의 표절논란에 대해 “크레용팝을 론칭할 때에도 모모이로 클로버 Z에 대해서 아예 몰랐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념적 성향이 편향적인다? 일베 논란

크레용팝에 대한 논란은 표절뿐만이 아니다. 더 큰 논란은 보수 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와 관련된 논란이었다. 시작은 크레용팝의 멤버인 웨이가 트위터에 올린 한 단어 때문이었다. 웨이는 트웨터에 “오늘 여러분 노무노무 멋졌던 거 알죠? 여러분패션..탐난다능ㅋㅋㅋ 넘 귀여운 울팬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라고 올렸는데 여기서 ‘노무노무’가 문제가 됐다. 노무노무는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데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이 논란을 제기한 측의 설명이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인 ‘쩔뚝이’라는 단어 역시 크레용팝의 멤버가 사용했다는 사실을 그들은 강조했다. 이에 대해 크레용팝측은 해당 사이트와 관련은 없으며 사용한 단어들은 멤버들이 말을 귀엽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베 논란은 확산되어 크레용팝을 모델로 광고를 하고 있는 옥션 제품 불매운동, FC서울 시축행사 취소 등의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은 마녀사냥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노무노무’라는 단어는 ‘너무너무’를 귀엽게 쓰기 위해 쓰는 ‘넘흐넘흐’의 등의 표현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트위터리안 @dong***는 “크레용팝 일베 논란 이유로 따지면 과거에 노무노무란 단어를 사용한 모든 사람이 비난을 받아야 하겠네”, @djki**** “다리가 불편해서 절뚝거리는 사람들 다 일베냐?”, @poiu**** “국어사전에 있는 말 가지고 왠 피해망상?” 등 일베 논란에 반박하는 반응을 보였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에 대해 “그 뜻을 정확히 인지하고 썼는지

▲‘노무노무’라는 단어를 사용한 크레용팝이 비난 받아야 한다면 유재석도 사용한 적이 있는데 비난 받아야 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닌지가 중요한 것. ‘해당 단어는 일베라는 곳에서 전직대통령들을 비하하는데 쓰는 용어다’라고 지적만 해주면 되는데 비판하는 사람들은 심증을 확증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크레용팝 이전에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연예인 등의 발언이 문제시 되고 논란이 된 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특정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논란을 제기하는 측도 편향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발언에 대해 문제가 되는 곳은 언제나 일베다. 일베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일베와 관련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다. 논란을 제기하는 측은 비난의 객체가 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논란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일베에서는 자신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기 보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편향적인 사고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잘못을 했을 때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특정 발언이나 행동을 꼬투리 삼아 마녀사냥 식 비난을 가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언제부턴가 좌우이념대립이 심화되더니 이제는 대중문화에서도 이념대립이 극으로 향하고 있다. 문화적인 감성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대중문화를 흐리는 이념대립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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