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Ⅱ] 독재자가 물러난 그늘, 민주주의의 봄은 오는가?
[Cover Story Ⅱ] 독재자가 물러난 그늘, 민주주의의 봄은 오는가?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8.26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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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사태, 테러, 경제위기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아랍의 눈물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over Story Ⅱ] 아랍의 봄







꽃다운 나이의 한 청년이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부었다. 개화하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듯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해 길거리에서 노점상으로 생을 연명하던 그에게 경찰의 진압봉은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그 멍이 아물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튀니지(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난 자스민 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한 청년의 죽음은 사회에 반향을 몰고 왔다. 극심한 생활고와 장기집권으로 인한 억압통치, 집권층의 부정부패 등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던 시민들이 합세하면서 독재 타도를 외치며 전국적인 민주화 시위로 확산됐다.


아람의 민주화 바람이 불다 ‘아랍의 봄’

2010년 말에 시작된 자스민 혁명은 아프리카 및 아랍권에서 쿠데타가 아닌 민중봉기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첫 사례로 기록됐다. 또한 이 혁명은 튀니지를 넘어 인근의 이집트를 비롯해 알제리, 예멘,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 독재정권에 시달리던 아프리카 및 아랍국가로 민주시위가 점차 확산되며 ‘아랍의 봄’이라는 전례가 없는 반정부시위로 확산되며 아랍의 민주화바람을 일으켰다.

아랍의 봄의 여파는 컸다. 튀니지에서 발원한 이 물결은 중동의 맹주 이집트에서 30년 동안 철권을 휘두르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교체시킨데 이어 중동∙북아프리카와 일부 아라비아반도 국가에서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더불어 튀니지, 리비아, 예멘 등 4개국은 결국 정권이 교체됐고 시리아의 정권 교체도 시간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아랍의 봄이 가져온 중동권의 최대 변화는 이슬람의 급부상을 들 수 있다. 민주화 시위로 쫓겨난 독재정권들을 이슬람 세력이 대체하면서 리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졌고, 이틈을 타 극단적 원리주의의 이슬람 무장단테들이 세력 확장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와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2011년 권력에서 축출되고 이들 국가에서는 미국 외교공관이 시위대나 무장 세력의 주요 공격 목표로 자리매김 했다. 급기야는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숨지는 참사가 빚어지면서 아랍의 봄은 오히려 겨울을 향해 후퇴하고 있다는 여론이 나올 정도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아랍의 봄' 여파로 유일하게 정권이 바뀐 예멘에서는 현재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중동 역사학자와 정치분석가들은 아랍의 봄을 맞이한 국가들이 민중봉기를 이끌었던 수십년간의 철권통치 아래 정치, 경제적 침체를 거쳐 새 정부와 시민사회를 건설할 채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아랍의 봄’은 또 이집트와 튀니지, 리비아, 예멘 등 4개 국가에서 독재 정권 붕괴란 1차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민주주의, 인권, 사회적 평등, 인간의 존엄 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이바지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여전히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이슬람과 세속주의 세력,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결이 격화하는 등 안정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정치 분석가인 사르키스 나움은 “낡은 중동 질서가 사라지고 새로운 질서가 피로 그려지고 있다”고 레바논 일간 ‘안 나하르’에 18일 밝혔다.


미흡한 정권교체는 아니한 만 못하다

정권 교체를 목
▲미국과 예멘군은 지난해 5월 대대적인 알카에다 소탕 작전을 전개했으나 곳곳의 산악지대로 흩어진 알카에다 대원은 요인 암살을 비롯해 예멘 정부를 겨냥한 테러를 계속 하고 있다.
적으로 시위를 벌였던 시리아의 혁명도 2년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건재하고 사태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시급한 것은 유혈사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고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정부군과 반군의 ‘피의 보복’이 되풀이되고 있다. UN은 지금까지 1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사망자는 일부지역의 문제가 아닌 시리아 전역에서 나오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지역에 수시로 폭격을 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민간인 사상자도 다수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 주장하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한다. 시리아 내전의 장기화는 시리아 인구 25% 가량을 난민으로 만들었으며 내전 발발 이후 지금까지 국외로 피신한 난민은 200만 명에 육박하고 시리아 내부에서 떠도는 난민도 400만 명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시리아 내부에서 민간인 등 1만 명 이상이 당국에 체포됐다고 인권단체는 밝혔다.

자스민 혁명이후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튀니지도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 온건 이슬람 정치 세력이 집권한 이후 정부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지난달 이집트 무르시 정권 축출에 영향을 받고나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더군다나 튀니지 야권 지도자 2명이 올해 암살까지 당하면서 이슬람 집권당에 대한 불만도 크게 높아졌다. 국제공화주의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설문을 보면 튀니지의 국가 진로에 불만을 표시한 응답자가 77%로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로 2년 전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 정권이 붕괴했으나,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과도 정부와 세속주의자들의 충돌이 멈추지 않아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리비아는 이집트와 함께 이슬람 과격 단체가 세를 과시하는 대표적인 아랍국으로 꼽힌다.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2년 전 권력에서 축출된 이후에도 미국과 서방의 외교공관이 시위대나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리비아는 2011년 10월 카다피 사망 후 사실상 내전을 끝냈지만 ‘안사르 알샤리아’ 등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의 적’이었던 카다피가 40년 넘게 리비아를 철권통치하는 동안 보이지 않았던 지하드 무장단체까지 등장했다.

예멘 역시 30년 철권통치를 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유혈사태가 지속하고 있다.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는 예멘 남부의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중심으로 요인 암살을 비롯해 정부 겨냥한 테러를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카에다의 공격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영국 정부는 지난달 예멘 주재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 미국과 예멘군은 지난해 5월 대대적인 알카에다 소탕 작전을 전개했으나 곳곳의 산악지대로 흩어진 알카에다 대원은 요인 암살을 비롯해 예멘 정부를 겨냥한 테러를 계속 하고 있다. AQAP는 예멘 정국이 부족 간 분쟁, 정치불안 등에 시달리는 틈을 타 정부군을 공격해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살레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치 활동을 계속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나아지지 않는 경제수준, 엎친 데 덮친 경제 혼란

이번 유혈사태가 발발한 이집트 사태의 이면에는 경제난이 자리하고 있다. 이집트는 최근 20여 년간 최악의 경제 상황에 놓였다.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경제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2011년 1월 360억 달러의 외화보유액은 2년이 지난 올 1월 130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화폐가치는 약 14% 떨어졌다. 정부 보조금이 줄면서 연료 가격마저 폭등했다. 관광 수입도 줄었다.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던 관광 수입은 현재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집트의 연간 GDP 증가율은 2008년 7%대에서 지난해 2%대로 급락했다. 실업률은 13.2%로 2010년 이후 100만 명 이상이 실직했다.

실재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반독재·반정부 운동 이후 지역의 경제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14일 보도했다. 시위를 이유로 정치 사회적 불안이 지속하면서 주 수입원이던 관광산업이 무너졌고 외국 투자자들도 이들 국가를 멀리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11년 2월 '현대판 파라오'로 불린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끝낸 이집트에서는 최근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다시 축출되는 등 2년 넘게 정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혼란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아랍의 봄 이전인 2008년 70억 달러 수준에서 작년 28억 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또 관광 산업 부진 등이 겹치면서 이집트 경제성장률은 아랍의 봄 직전인 2010년 5.2%에서 작년 2.2%, 올해는 2%로 부진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화폐인 파운드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지면서 국민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동 이웃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에서 빌린 120억 달러가 없었다면 이집트에서 뱅크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파스칼 드보 프랑스 BNP파리바 연구원은 “이집트의 외화 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위험 수준으로 판단하는 기준인 석 달 수입액보다 낮은 수준이다”고 우려했다.


아랍의 민주화, 아직 멀기만 하다

‘아랍의 봄’은 이렇게 혼란과 유혈사태로 굴절되고 있다. 민주화 혁명으로 자유선거가 실시된 이들 나라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슬람주의의 득세와 이에 대한 반발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주선거가 실시되자 그 최대 수혜자는 이슬람 세력이 됐다. 오랜 독재 기간 대안세력이 소멸된 탓에, 유일하게 조직력을 갖춘 이슬람주의 진영이 혁명의 열매를 독점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고, 통치 경험이 없는 탓에 시급한 경제·사회적 과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했다. 결국 이에 반발한 세속주의 세력과 독재 잔존 세력이 손잡고 이슬람주의 정권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제 겨우 봄을 맛본 아랍국들이 절차적·실질적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진통을 상당 기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혁명으로 자유선거가 실시된 이들 나라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슬람주의의 득세와 이에 대한 반발이다. 이슬람 세력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고, 통치 경험이 없는 탓에 시급한 경제·사회적 과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했다. 결국 ‘아랍의 봄’은 혼란과 유혈사태로 굴절되고 있다.

아랍의 봄이 실패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자 국제사회는 우려의 뜻을 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집트 과도정부가 평화로운 사태 해결과 이집트인 보호라는 책임을 져야 하고 이집트군은 의사 표현과 집회의 자유 등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7일 성명에서 “폭력은 화해와 민주화를 향한 노력을 저해하고 지역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집트 과도정부는 파국의 위기에서 한 발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것과 관련해 쿠데타 여부를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연간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 군사·경제 원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아랍의 봄은 겨울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민중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확실한 준비가 없는 민주화의 봄은 중동지역에 아직 싹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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