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VS 자유민주주의 논쟁
[이슈메이커]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VS 자유민주주의 논쟁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7.2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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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VS 자유민주주의 논쟁

공허한 이념 다툼의 새로운 씨앗

정부 교체마다 되풀이되는 역사 전쟁

 

교육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되는 주제는 ‘입시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교과목으로서의 ‘역사’이다. 두 가지는 모두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끊임없이 개정이 시도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자유민주주의라는 집필기준을 민주주의로 수정한 시안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자유민주주의 집필기준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첨예하게 다른 양측의 해석
2020년부터 교육 일선으로 나갈 새 중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이 자유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수정됐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로 집필기준을 바꾼 지 7년만이다. 이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집필기준의 고수를 요구하는 역사 및 법학자들은 민주주의와 유일정부 불인정이라는 수정된 집필기준을 두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교육과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수정에 관해 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자유민주주의 집필 기준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자유라는 표현을 뺄 경우, 자칫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여러 사례에서 보듯 오용돼 교과서에 사용하기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겸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가 동독이라 했던 사회주의 국가 ‘독일민주주의공화국’, 3대 세습 독재 정권인 북한의 대외적 명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오용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없었다면, 역사 교과서의 집필기준을 민주주의라고 한들 반대할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용된 사례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가르치기란 어렵습니다. 교과서에 좀 더 명확하게 자유민주주의라고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또한 독재체제를 옹호한 이념으로 오용돼 왔다는 점 때문에 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으로 선택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학 역사강사는 “박정희, 5공 정권 기간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국시처럼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용공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 이념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사용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성을 담아야 하는 새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를 볼 때 부적절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마다 다른 해석,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동시에 사회 복지를 추구하는 선진국 대부분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용어만 놓고 본다면 대한민국의 체제를 설명하는 데 자유민주주의가 부적합한 표현 혹은 교과서에 기술하지 못할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교과서에서 다루기에 지나치게 세밀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교과서를 만드는 데 있어 집필기준은 절대적입니다. 동시에 최소한 이 정도는 다뤄져야 하는 것을 집필기준으로 세웁니다. 집필기준이 지나치게 명확하면, 굳이 국정교과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게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라는 집필 기준에 동의하는 역사 연구자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한 가능성을 제한하고 오히려 우편향된 용어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입니다. 민주주의 하부 요소가 상황에 따라 상충하는데, 이를 통합할 수 있는 개념이 민주주의입니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더 배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역사교과서의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논쟁은 현 정치상황의 갈등 국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도 있다. D대학의 한 교수는 “대한민국이 복지체제를 강화하는 것에 있어 반대하는 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고수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것을 사회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이들은 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정수로 놓고 사회민주주의를 불온한 사상으로 치부하려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역사교과서는 정부의 입맛에 맞게 국정화 혹은 집필 기준 변경이 이루어져왔다. 이에 따라 세부적인 역사 교육 내용도 변경됐다. 이론을 논하는 학계의 장이라고 한다면, 논쟁은 다양성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역사교과서는 교육자와 학생들에게 혼선을 야기만 할뿐, 정권의 전리품처럼 다뤄지고 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한국현대사이다. 단 한 번의 기준과 내용 변화가 이념 갈등의 골, 역사교육계의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연구자들이 유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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