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투어리즘, 역사의 현장에 서린 공기를 마시는 여행
다크투어리즘, 역사의 현장에 서린 공기를 마시는 여행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7.2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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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다크투어리즘(Dark-tourism)

역사의 현장에 서린 공기를 마시는 여행

취지 걸맞지 않은 콘텐츠 우려도 공존

 

ⓒ제주 4.3 평화공원
ⓒ제주 4.3 평화공원

 

어두운 과거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역사적 반성과 교훈을 이끌어내는 다크투어리즘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4·3사건 70주년을 맞이해 다크투어 상품을 내놓은 제주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내 유산을 다크투어리즘이라는 테마로 묶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다크투어 상품의 문제점은 없을까? 

다크투어리즘, 국가주의에 대한 반성이 핵심

2018년은 제주 4·3사건이 발생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해방 직후 이념갈등으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학살된 4·3사건을 테마로 한 다크투어를 만들어 선보였다. 다크투어리즘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던 장소와 현장을 돌아보며 역사적 교훈을 얻는 여행으로서 제주 4·3사건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되는 여행 상품의 한 주제로 활용되고 있다.

  나치 독일의 유태인 대량 학살시설 아우슈비츠 수용소, 미국의 원자폭탄을 맞은 나가사키·히로시마 평화공원, 9·11 비행기 테러 참사 현장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자리에 세워진 그라운드 제로는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명소다. 이미 다크투어리즘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테마가 확실히 잡힌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다크투어리즘이라는 말이 붙지 않았을 뿐 이미 다크투어 관광지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구금·고문한 서대문 형무소, 외국인들이 찾는 국내 이색 관광지 1위인 비무장지대(DMZ)가 대표적이다. 불편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적합한 관광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전문가들은 국가주의에 민중이 희생된 역사 현장을 주제로 하지 않은 다크투어 상품은 유사 다크투어리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원대가 다크투어리즘과 관련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 익명을 요구한 강원대 A 교수는 “나가사키·히로시마 평화공원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핵무기 공격을 받은 일본이 평화를 희구한다는 의미에서 지은 공원이지만,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당사국으로서의 반성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국가주의에 의해 민중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다크투어리즘이 본질을 좁혀야 역사적 의미를 희석 혹은 왜곡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다크투어리즘 이해 못하면, 상업화·예산낭비된다

다크투어리즘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건을 잊지 않고 여행객들이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렌드가 된 다크투어리즘의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여울 작가는 “4.3 사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제주도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포함될 수만 있다면, 4.3 사건과 여행상품을 연계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역사적 기억의 아픔’을 ‘여행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책임감 있는 작업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이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4.3에 관련된 투어상품 속에서 과연 얼마나 ‘4.3의 역사 의식’과 ‘제주도의 소중함’이 깊이 있게 연관될 수 있는지, 그것을 제대로 설명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투어를 기획할 수 있는지가 걱정됩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각 지자체에서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주제 아래 지역 내 여행지를 상품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크투어와 연관성이 없는 지역 내 여행지를 홍보하기 위한 테마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다크투어리즘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호남 지역 물자를 일본으로 수송한 항구로서 일본식 건물과 일제강점기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으로 지역 내 일제시대 유산을 다크투어 관광지로 구축했으나, 군산의 일제 유산은 다크투어리즘으로 보기보다 한국 근현대사의 일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군산만 따로 떼어 다크투어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군산을 다크투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엇갈릴 수 있지만, 대구 중구청 앞에 70억 원의 예산을 들인 순종어가길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전시행정, 예상낭비의 표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에 거주하는 B씨는 이슈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불편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직시하는 것이 다크투어리즘의 취지인데, 순종이 단순히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다는 이유에서 일제강점기와 연결을 지어 다크투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것은 역사왜곡”이라며 순종황제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앞서 짚어본 바와 같이 다크투어리즘은 개념의 모호, 지나친 상품화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국가와 권력에 의한 잘못된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한다는 것으로 개념을 좁힐 필요가 있다. 개념을 좁히고 주의하지 않는다면, 유사 다크투어리즘은 우리가 반성해야 할 흑역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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