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 HavenⅡ] 페이퍼컴퍼니, 사라져야 할 악습인가, 필요악인가
[Tax HavenⅡ] 페이퍼컴퍼니, 사라져야 할 악습인가, 필요악인가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7.26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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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소유 자체가 아닌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Tax HavenⅡ] 페이퍼컴퍼니





최근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와 페이퍼컴퍼니의 소유자가 속속 밝혀지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국내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가 드러나자 그동안 잠잠했던 비난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추앙되어 온 미국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조세피난처를 통한 거액의 ‘역외탈세’ 혐의가 드러났다. 물론 조세피난처에 돈세탁이나 탈세를 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를 악용하는 것을 옹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선 안 된다는 주장 역시 일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비난의 대상, 페이퍼컴퍼니는 무엇인가

페이퍼컴퍼니란, 글자 그대로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보통 사업유지를 위해 소요되는 기타 합산 소득에 대한 세금을 절감하는 한편, 기업 활동 유지를 위해 소요되는 재반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설립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조세피난처에 설립된다. 이번에 명단이 공개되며 큰 파장을 몰고 있는 것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기업 오너나 사회지도층이기 때문이다.

▲탈세 혐의로 9월 법정에 서게 될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국내에서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의 재산과 페이퍼컴퍼니 혐의가 공개되자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장남인 전재국 씨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 도피, 국내 법인을 통한 자금 세탁, 비자금 편법 증여 등 각종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차남인 전재용 씨는 2004년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액면가 167억 500만 원에 달하는 국민주택 채권을 증여받고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편법증여 및 자금세탁 과정에서 탈세나 법인자금을 빼돌려 다른 곳에 배임·횡령하는 등의 불법 행위가 포착될 경우 곧바로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임을 밝혔다.

해외에서는 현역 최고라 불리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탈세혐의로 9월 법정에 서게 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스페인 검찰은 지난 6월, 메시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소득 금액을 허위로 신고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관련 영장을 현지 법원에 청구했다. 메시의 혐의는 아버지 호르헤 오라시오와 함께 대표적인 조세 회피 지역인 펠리스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메시의 초상권 수입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메시가 2009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탈세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건은 더욱 확대되어 갔고, 스페인 법원은 9월 17일 메시와 아버지 호르헤를 출두시키기로 결정했다. 메시는 탈세 혐의가 알려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회계사의 조언에 따라 납세 의무를 이행해왔다"고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축구팬들은 그를 옹호하는 입장과 셀리브리티로서 잘못했다는 입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최근 이렇게 이슈가 되기 전까지도 페이퍼컴퍼니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면을 주로 보여줬다. 지난해 7월, 해외 석탄개발 투자사업 명목으로 124억 원을 투자받아 이를 횡령하고 인도네시아로 도망친 유망 벤처업체 전 대표 안모(45)씨는 2008년 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열기를 등에 업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광산 및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페트라스’의 지분을 취득하겠다며 개미투자자들을 유혹해 130여억 원을 끌어 모았고 이를 버진아일랜드에 ‘골드웨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모두 124억 원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거나 주식을 사는 데 탕진했다.

또한 2011년 6월에는 국내 석유화학제품 중계무역업체인 A사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외 석유화학업체 간 중계무역으로 발생된 이익과 운임과다 계상분 등 총 7,626억 원을 홍콩과 싱가포르의 페이퍼컴퍼니 2곳의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적발됐다. 불법외환거래 단속 실적으로는 2007년 1조원 상당의 환치기 거래가 적발된 이래 단일사건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페이퍼컴퍼니 악용으로 인한 문제는 먼저 기업이나 개인의 불법자금 세탁, 조세 회피, 불법적 탈세 등이다. 국내의 경우 20% 정도의 평균 세율이 발생하지만 조세피난처의 경우 세금을 내지 않거나 거의 붙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세수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점이다.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역외탈세는 그 금액면에서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 넘는다. 탈세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은 회계장부 조작으로 인한 기업의 금융건전성을 무용지물로 만들며, 잘못된 미래성 예측으로 인한 투자자나 채권자들의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그렇다면 페이퍼컴퍼니는 존재 자체가 사회악을 대변할까? 박춘광 동명대학교 금융·회게학과 교수는 자신의 기고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악용하는 사례를 비난하는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촉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역외펀드 관리나 항공기리스를 위한 항공사 관련 페이퍼컴퍼니도 있고, 선박 건조 매입을 위해 해운선사들이 설립하는 선박투자회사 등도 페이퍼컴퍼니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페이퍼컴퍼니는 기업 인수합병 분할 등을 통한 사업구조조정 수행의 매개체로써, 글로벌 경영활동 시 나라마다 다른 조세제도에 따라 기업 상호간에 상충하게 되는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수단으로써, 또 대규모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수단 등으로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으며, 페이퍼컴퍼니는 자본주의의 꽃 주식회사제도를 더욱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다”라며 논란 많은 페이퍼컴퍼니가 탈세와 돈세탁에 악용 되어선 안 되며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

▲해운사의 경우 유동화전문회사(SPC)를 설립한 뒤, 선박을 취득하거나 빌려서 운용하기도 한다
조했다.

박 교수의 말처럼 페이퍼컴퍼니를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기엔 부족함이 있다. 해운사의 경우 유동화전문회사(SPC)를 설립한 뒤, 선박을 취득하거나 빌려서 운용하기도 한다. 해운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사들 역시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SPC 설립을 원하는 추세다. SPC 설립으로 해운사가 부도 등의 위기에 처해도 선박이 다른 채권자에게 담보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으며, 해운사도 선박을 직접 구매할 경우 가져올 각종 재무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이 경우 해외법인도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등에 운영 내용을 신고하고 현지법인 발생 소득을 국내 세법에 따라 이미 과세하고 있다. 물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를 악용하는 것에 대해 옹호할 사람은 없지만, 페이퍼컴퍼니의 존재 자체가 비난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또한 해외사업영역을 발굴하기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나 해외 상장의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기도 한다. 중국의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국 기업회계기준을 사용하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먼군도에 법인을 설립했다. 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의 수익 자산을 취득하고자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모회사인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의 페이퍼 컴퍼니로부터 수익을 분배 받아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해서 국제 시장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소유가 아닌 활용방법을 주목할 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자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를 역외탈세의 용도로 활용하는 행태를 비판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조세피난처로 지목된 국가들은 유럽, 중남미 등 세계 50~60여 곳이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버진 아일랜드와 스위스 등 이들 지역에서는 연간 21조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 독립언론사로부터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도 이곳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관심이 뜨거워졌고 공개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천문학적인 역외탈세 혐의가 속속 밝혀지며 조세피난처에 대한 비난과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는 것은 현실이다. 정상적으로 법인세나 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늘어가는 세수 증대의 필요성이 커져갈수록 누군가 정상적으로 부담해야 할 부분을 다른 이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있는 기업이 모두 탈세했다는 가정은 무리가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것까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도 줄여야 될 비용의 하나이며,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기업의 운영은 때론 필요하다는 논점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 자체를 가지고 뭐라 할 것은 못 된다고 전했다. 그는 “조세피난처가 위해한 조세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전통시장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로 가격할인이나 덤을 주는 것과 유사하다. 이 결과 기업이 조세피난처로 쏠리게 되었다”고 말하며 이와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OECD가 전 세계에 있는 조세피난처를 다 없애자고 주장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일을 소개했다. 이는 미국도 네바다주 같은 조세피난처를 여러 곳 두고 외국투자자본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 활성화의 첫발이 자본유치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도 제주도 일부 지역을 조세피난처로 만들어서 건전할 외국투자자본이나 기술회사 등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를 남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국내과세소득을 부당하게 이전하는 것은 비난과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들마저 페이퍼컴퍼니의 소유 자체가 죄를 짓고 있는 것처럼 은폐하려고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페이퍼컴퍼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탈세, 그리고 기업 경영 건전성의 척도상실이다.

이번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명단에 포함된 S사의 L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L씨는 과거 사업제의를 받고 명의를 빌려줬을 뿐, 이후 진전도 없고 정리하기로 들었으며, S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15년간 법조를 출입한 베테랑 기자가 사업의 내용도 모른 채로 본인의 명의만 빌려줬다는 것은 의문을 남았다. 이런 여지 하나하나가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의구심으로 발전하게 되고 숨기려들수록 의구심은 확신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지금은 조세피난처가 주목받고 페이퍼컴퍼니의 악용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 시간이다. 악용하고 잘못된 것은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잘못한 것이 없다면 당당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로 무의식적 죄의식이 앞으로의 기업활동에 장애가 된다면 이는 기업의 손해뿐 아니라 국가적인 손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무조건적인 비판과 비난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왜?’라는 질문을 통해 본질적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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