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新인류, 로엘족이 뜬다!
소비 新인류, 로엘족이 뜬다!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7.2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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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꾸미고 여가를 즐길 소비 여력이 있는 30~50대의 남성, 로엘족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Life Style] 로엘족





어둠이 내린 저녁, 송준호(36・남)씨는 리클라이너에 기대어 앉아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야경을 감상한다. 와인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테이블 위에 놓여진 시가케이스에서 시가 한 대를 꺼내 시가커터로 끝을 자른 후 시가를 입으로 가져간다. 터보 가스라이터로 시가에 불을 붙인 후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로 잡고 시가를 입에서 뗀 뒤 다시 와인 한 모금을 마신다. 시가를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깊게 흡입하며 천천히 향을 음미한다. 느와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남자들의 럭셔리 아이템으로 통하는 시가를 즐기는 송 씨는 로엘족(Loel族)이다. 먹고 마시는 것도 깐깐하게 따지며 여성주부 못지않게 섬세한 로엘족. 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빠져보자.


로엘족, 그들은 누구인가

로엘족(LOEL)은 'Life of Open-mind, Entertainment and Luxury'의 약자로 ‘외모에 관심이 많고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30~50대 남성’을 뜻한다. 기존의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신조어)이 외모와 패션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 남성이라면 로엘족은 가족을 위한 소비에 중점을 뒀던 소비 여력이 있는 중년 남성들이 자신에 대한 투자에 지갑을 여는 중년남성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들은 2009년 소비를 주도했던 노무족(No More Uncle : 외모를 가꿔가며 더 이상 아저씨로 불리길 원치 않는 중장년 남성들)에서 한 단계 진화된 개념으로 여성 못지않은 섬세함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고퀄리티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로엘족들이 최근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패션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있는 로엘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10년, 8만 명에 불과했던 로엘족이 2012년, 14만 명으로 7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로엘족은 해외패션·화장품·IT기기 등 고가 상품을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해외패션 상품군의 매출이 5.2% 신장하는데 그쳤지만 로엘족의 구매는 14.%나 증가했다. 이는 최근 남성의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명품시계에 대한 구매가 늘어나고, 해외 명품브랜드의 남성 피혁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승인 롯데백화

점 마케팅부문장 전무는 "불황에 '남성이 지갑을 닫는다'는 선입견을 깨고 백화점 매출중 남성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로엘족과 같은 남성 핵심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엘족은 기본적으로 수트를 선호한다. 내 몸에 딱 맞는 슬림한 수트와 화사함과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컬러와 패턴의 타이와 셔츠가 그들의 드레스코드이다. 드라마 속 현빈은 화사한 컬러와 다양한 패턴이 가미된 타이를 갖춘 스타일을 많이 선보였다. 로엘족들은 어두운 톤의 패턴이 없는 타이나 지나치게 격식을 갖춘 이미지를 지양한다. 그들은 레드나 블루 컬러의 화사한 색상에 다양한 패턴이 가미되어 고급스러움과 젊어 보이는 인상을 주길 바란다. 더불어 골드나 실버 소재의 타이핀을 매치하여 좀 더 자유로운 이미지에 럭셔리한 스타일을 완성한다. 또한 남성 셔츠로 정형화된 화이트셔츠보다는 파스텔톤의 다양한 색상의 셔츠를 선호한다. 언제나 블랙앤화이트로 일관되던 모습에서 벗어나 봄에는 좀 더 산뜻해 보이고 여름에는 좀 더 시원해보이면서 스마트함과 럭셔리함을 주기 위해 체크무늬 등의 패턴을 활용한다.

로엘족이 뜨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시크릿가든’의 현빈, ‘마이더스’의 장혁, ‘가시나무새’의 주상욱의 스타일은 로엘족의 지향향을 대변한다. LG패션 마에스트로 최혜경 수석 디자이너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잠재 되었던 남성성의 라이프,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며 내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퍼스트옴므(first homme)’ 경향에 의해 ‘로엘족’이란 신조어가 탄생하게 됐으며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뿐만 아니라 패션스타일에 많은 남성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성 못지않게 가꾸는 남성들

최근 SBS ‘짝’의 ‘모태솔로특집’에 출연한 남자 1호가 30분동안 공들여 화장을 하는 모습이 TV전파를 탔다. 함께 출연한 남녀 출연자들은 화장을 하는 남자 1호를 신기하게 쳐다봤고 그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BB크림과 최근 유행하는 CC크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술술 설명했다. 방송인 노홍철은 방송이 없는 날에도 화장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같이 방송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은 화장에 공을 들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놀려댔다. 그러나 남성들의 화장은 점점 일상적인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 남성들도 다양한 메이크업을 즐기고 있다. 이젠 화장하는 남자를 비웃거나 신기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다.

특히 자신을 가꾸는데 많은 소비를 하는 로엘족이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은 당연하다. 화장품의 기능과 용도를 정확히 알고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사용하는 그들은 세안 후 스킨과 로션도 잘 챙겨 바르지 않던 과거의 남성들이 아니라, 에센스, 아이크림 등의 기초화장품에서 화이트닝 같은 기능성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여성들보다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섬세한 남성들이다. 점점 증가하는 로엘족 등의 화장하는 남성들로 인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2008년 5,700억 원에서 5년간 연평균 15%씩 성장했다.

지난해 남성화장품 브랜드로 출원된 상표는 39개로 2년 전보다 85% 늘었으며 대기업들은 로엘족의 증가와 더불어 그들의 소비 패턴에 발맞춰 남성들도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화장품을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체험센터를 오픈하기도 하고 있다. 여성보다 화장품을 꼼꼼히 따져보거나 체험할 기회가 적었던 남성들을 배려한 공간으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진행되던 매장이 실제 명동과 홍대, 대학로 일대에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 연구 전문가 김난도 교수는 로엘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2011년 소비자 트렌드 예측에서 로엘족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트렌드변화에 대해 ‘모순된 소비’라고 설명했다. 과거 소비자들은 성별, 연령, 지역, 성향 등 몇 가지 기준으로 특정한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소비자는 확고한 정체성이 있다고 해도 이와 어긋나는 모순된 소비를 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스트’ 이면서도 공익과 환경을 염려하는 ‘착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먹고 마시는 것도 깐깐한 로엘족

신소비주체로 떠오른 로엘족은 일반 여성들 못지않게 자신들의 몸 건강을 위한 식음료 선택에 민감하다. 특히 로엘족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30~50대 남성으로 술자리가 잦은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한 이너뷰티 상품 또한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로엘족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몸 건강을 위해 설탕 등의 단맛을 내는 성분이 적게 들어간 제품을 선호하는 로엘족은 구수하고 담백한 풍미를 자랑하는 헛개차에 빠져들고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간 때문에 피곤한 아침, 숙취로 힘든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콘셉트의 제품인 헛개 음료들은 술자리가 잦은 로엘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헛개 음료 브랜드들은 술자리가 잦은 남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 간 건강에 좋은 '헛개차'를 '남성들의 차'로 포지셔닝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차 음료 시장에서 소외 된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또한 간 건강에 좋은 헛개열매나 나무뿐 아니라 이뇨작용과 붓기 제거에 효능이 있는 칡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 등 다양한 건강음료들은 마시는 것도 깐깐한 로엘족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헛개 음료 시장규모는 2010년 4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약 300억원으로 7배 이상 성장했고 올해 1,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성들의 기호식품인 술과 담배에서도 로엘족은 보다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며 그 순간을 즐긴다. 과음을 하게 되면 흐트러지게 되고 다음날 숙취가 심한 주류보다는 와인 한 모금을 사랑하는 그들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면 어느 정도 가격이 높더라도 투자한다. 30대의 나이지만 건실한 중소기업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송준호(36·남)씨는 와인 한 모금과 시가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그는 자신만의 피로를 푸는 방법으로 “저는 칠레 최고의 와인인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를 즐겨 마십니다. 그다지 비싼 편도 아니고 마트에 가면 4~6만 원대로 구매가 가능해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와인 한 잔과 함께 시가에 불을 붙이는 순간이 저에겐 하루의 피로를 푸는 원동력이죠”라고 소개했다. 송 씨를 비롯한 로엘족들은 일반적인 금액보다 어느 정도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스스로 좋다고 느끼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먹고 마신다.


그들의 여가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

로엘족은 여가도 남다르다. 특히 로엘족들이 선호하는 여가활동은 테마가 있는 캠핑이다. 단 한 번의 캠핑을 최대한 만족스럽게 즐기기 위해 그들은 캠핑 도구를 꼼꼼히 준비한다. 캠핑 장소에 적합한 텐트, 그릴세트, 조리도구뿐

아니라 캠핑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추기 위해 백화점 스포츠관에 들러 모자와 신발도 구매한다. 백화점을 나서기 전 남성 전용 화장품매장에서 자외선차단제를 비롯한 화장품도 구매한다. 로엘족에게 있어 캠핑은 한주간의 경제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단 하루의 휴식일이다.

최기용(32·남)씨는 주말이면 회사가 있는 구미에서부터 대전까지 올라오며 낚시를 즐긴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오가며 강이 보이고 천이 보이면 미끼를 던지고 낚시대를 드리운다. 낚시대는 한 대에 십만 원대를 호가하는 유명업체의 대와 릴을 사용한다. 비포장도로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의 차는 힘 있는 SUV 차량이다. “흐르는 강물 위에 루어를 던지는 순간 온 몸의 세포가 활성화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캐스팅을 하고 고기를 낚아 올릴 때면 엄청난 전율이 흐르죠.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아요. 저를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이 들죠”라는 그는 주말이면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캠핑을 즐기는 로엘족 중 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캠핑트레일러를 장만하기도 한다. 승용차 뒤에 연결할 수 있는 수백만 원대 국산캠핑트레일러부터 수천만 원대의 수입카라반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제품이 시중에 출시되어 있다. 그러나 비싸서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파는 현실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30~100%가량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기 프랑스제 카라반의 경우 지금 예약을 한다고 해도 11월은 돼야 받을 수 있다. 수입 제품의 경우 평균 3개월 정도 대기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큰 호응을 누리고 있다.

로엘족은 캠핑처럼 여가로 야외활동을 지향한다. 야외활동은 자신의 건강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스토피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최근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과 함께 야외활동에서 패션에 대한 충족감마저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건강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로엘족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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