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술로 월드컵 도전하겠다”
“한국형 전술로 월드컵 도전하겠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7.0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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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Cover Story] 한 팀·한 정신·한 골…홍명보호 축구 핵심은 ‘하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을 선택했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으나, 기술위원회는 장고 끝에 홍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2년. 장기 계약도 가능했으나 홍 감독은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짧은 기간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기간이 길어지면 나 자신도 헤이해질 수 있다. 대표팀 감독은 평생하는 직업이 아니기에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당초 예상보다 짧은 계약 기간을 맺은 이유를 설명했다. 홍 감독의 한국 대표팀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팀 정신이 없으면 태극마크도 없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슬로건은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낸 ‘런던 프로젝트’를 대표팀에서도 가동할 전망이다. 홍 감독은 지난 6월 25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각오와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월드컵 본선에서 바라보는 목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국민들의 기대치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경쟁력 있는 전술을 준비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홍 감독이 대표팀에 제시한 조건은 이미 올림픽대표팀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철학과도 일치한다. 홍 감독은 당시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팀워크를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우며 선수 선발과 대표팀 운영에서도 줄곧 원칙을 지키기도 했다. ‘인성’을 대표팀 발탁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운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국내파와 해외파, 베테랑과 신예 사이 차출 논란 등 최근 대표팀 내 불거진 불협화음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된다. 홍 감독은 “특정 선수가 구심점 역할을 맡아 팀을 이끌면 좋겠지만 한 명의 주장보다 23명이 중심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란 원칙에 위배되는 선수는 대표팀에 발탁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감독의 취임 이후 관건은 1년 남짓한 준비기간 동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여부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전을 준비한 올림픽대표팀과 달리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까지 여정은 상당히 촉박하기 때문. 당장 12월에 있을 조 편성 이후 상대 팀 분석과 친선경기 추진 등 대표팀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각 팀에 흩어져 있는 선수들을 모아 3~4일 훈련으로 최상의 효과를 내야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은 특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을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라고 전제한 뒤 “1년이란 기간 동안 팀을 만드는 게 쉽지 않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점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는 만큼 선수들의 의지와 코칭스태프의 도움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압박과 공간 창출’이 핵심 키워드

홍명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형 축구’의 실현을 천명하면서 자신만의 확실한 축구 색깔에 대한 청사진도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형 축구 또는 한국형 전술은 어떤 것일까? 홍 감독은 한국형 축구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부탁한 취재진들에게 먼저 한국 선수들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의 근면성, 성실성, 희생정신 이 세 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 선수들이 가진 성향이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조직력 강화와 볼 소유 시간 증가였다. 홍 감독이 파악한 한국 선수들의 특징은 공을 잘 빼앗지만 반대로 잘 빼앗기기도 한다며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공격 시에는 볼을 상대편에게 넘겨주지 않고 수비에서는 뚫리지 않는 조직력을 만들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공격이 곧 수비인 것처럼 공격 시간을 최대한으로 가져가는 축구를 해야 한다”며 “어디서부터 압박하고, 어디서 콤팩트하게 서야 하는지 남은 기간에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라고 압박 축구도 언급했다. 높은 점유율을 통해 상대의 공격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지적한 것이다.

그의 말을 조합하면 한국형 축구는 ‘근면하고 성실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갖춰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축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스페인 선수도 아니고 독일 선수도 아니다”라는 말로 한국 선수만의 특징이 있음을 지적했다. 맹목적으로 수준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유럽형 축구를 따라가기보다는 한국적 특성을 바탕으로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르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홍 감독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축구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수준 높은 축구를 꿈꿨다. 모든 이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세계화를 위해 탈아시아를 해야 하고, 세계 어떤 강팀과 경기를 하더라도 꾸준한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축구의 혁신적인 부문에서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있다. 기술과 정신은 계속해서 발전한다. 여기에 팀 정신도 중요하다. (한국축구 팬의) 눈높이가 올라가는 것 같이 선수들의 모든 면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강한 의지도 있어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불협화음’…형님·소통리더십으로 해소

“난 너희들을 위해 항상 등 뒤에 칼을 꽂고 다닌다. 너희들도 팀을 위해 등 뒤에 칼을 하나씩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 말은 런던 올림픽 개막 직전에 홍명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꺼낸 용병술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감독이 책임지니 선수들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로 뛰어가라는 메시지이다. 홍 감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림픽 전 와일드카드로 점 찍어둔 박주영(셀타 비고)이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일 때 그의 인터뷰 현장에 함께 나와 의기소침한 박주영에게 큰 힘을 실어주며 기를 살려줬다. 당시 “박주영이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라는 말로 박주영 선발 발탁 논란을 단칼에 일축시킨 홍 감독 덕에 박주영은 올림픽 팀에 잘 녹아들 수 있었다.

앞선 사례처럼 홍 감독은 수장으로서 선수들을 카리스마로 통제하지만 때론 형님 혹은 선배로 다가가 거부감을 최소화하며 유대의 끈을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더불어 절대 카리스마가 내재된 '형님 리더십'은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180도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선수기용으로 인한 대표팀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힌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 홍 감독은 학연이나 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령탑이다. 선수기용에서 뿐 아니라 그는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런던 올림픽을 끝낸 뒤 홍 감독이 선수들과 ‘야자 타임’을 가진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오재석이 술김에 ‘명보야, 너 XX 멋있다’라고 하자 홍 감독도 ‘다음부터 나보면 왓츠 업(What's up)이라고 해’라고 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라운드 누비는 ‘영원한 리베로’

축구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 힘든 수비수로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홍명보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은 역대 한국 축구 최고의 중앙수비수로 꼽힌다. 그는 한국 선수 가운데 최다 A매치 출전 기록(136경기)도 보유하며, 중앙수비수로 강력한 대인 방어 능력과 킥도 좋아 종종 전진 배치돼 대표팀 공격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공격에 적극 가담해 강호 독일전에서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을 뽑아낸 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휘젓는 플레이 스타일로 어느 순간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이 붙은 홍 감독은 세계 최고의 수비수인 이탈리아의 레전드 말디니와 비교되며 ‘한국의 말디니’로도 불렸다. 홍명보 감독이 최고 빛났던 순간은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주장으로 국가대표를 이끈 시기이다. 풍부한 실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수를 조율한 그는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에 일조했다. 평소 무뚝뚝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가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한국의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한국 축구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지도자로 데뷔한 뒤에도 그는 승승장구했다. 2005년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의 요청으로 대표팀 코치를 맡은 그는 독일월드컵에서 월드컵 사상 첫 원정에서 첫 승의 순간을 함께했다. 홍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코치를 거쳐 2009년 2월 20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에 앉으면서 처음 감독으로 데뷔했다. 더불어 그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18년 만에 8강으로 이끌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지도력을 입증 받았다. 지난해 한국의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낸 홍 감독은 런던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영광을 누렸다. 조별리그 2위(1승2무)로 8강에 오른 홍 감독은 영국과의 8강전에서 홈 텃세를 극복하고,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했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0-3으로 져 아쉬움을 삼켰지만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꺾고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2 런던올림픽 이후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로 꼽히던 홍명보 감독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고사하고 지난 1월 스승인 히딩크 감독이 있는 안지 마하치칼라(러시아)로 연수를 떠났다. 대표팀 감독을 고사해 오던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간곡한 러브콜에 마음을 바꿔 더 큰 꿈을 그리며 대한민국 축구가 제 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도전에 나섰다.

새 출발을 앞둔 홍명보호의 첫 시험대는 7월 20일 국내에서 열리는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선수권. 그는 “1년 남은 월드컵 본선도 중요하지만 동아시아컵에서 3경기를 치를 수 있는 건 행운”이라며 “국민들이 대표팀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만큼 짧은 시간 동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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