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부각
정신질환,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부각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3.03.06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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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Health Ⅱ-정신질환이 부르는 사건사고 급증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연간 발생하는 살인 사건 중 4% 정도가 정신질환자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잠재적 시한폭탄 ‘정신질환자’

지난 1월 31일 대구 북구의 한 가정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25)의 동생 김모(24) 씨는 경찰조사에서 “마스크를 쓴 강도가 침입해 누나를 흉기로 찔렀고, 나 또한 머리에 둔기를 맞고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사건은 김 씨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누나를 살해한 뒤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몸에도 고의로 상처를 내기도 했다. 김 씨는 평소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이웃 주민들과 자주 싸우고 가족들에게도 행패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주일 뒤인 지난 7일에는 대구 수성구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박모(54)씨가 상담 중인 의사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씨는 흉기를 미리 준비해갔으며, 의사가 단지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 송지선 MBC 스포츠 플러스 아나운서에 이어 남성 3인조 SG워너비 출신 가수 고 채동하까지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추정,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연예인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처럼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중독, 정신분열증(조현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1위다. 2010년 기준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33.5명으로 OECD 평균(12.8명)보다 2.6배 많다.

불특정 다수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할 때, 울산에서도 지난 8월 21일 은둔형 외톨이인 이모(27)씨가 동네 슈퍼 여주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됐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6일 의료기 판매점에서 손님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최모(여ㆍ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지난 8월 20일 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부산의 인근의 한 초등학교 인근 주택가에서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40대 여성이 길 가던 초등학생 2명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둔기를 휘둘러 학생들과 부모들이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 최근 잇달아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에서 보듯 ‘언젠가 터뜨리겠다’는 식의 잠재적 시한폭탄 분노를 키우고 살아가는 사회적 외톨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묻지마 범죄의 범인들이 실직자이거나 일용직 노동자들로 사회 양극화와 경쟁, 불황, 실직 등 소외로 인한 불만이 묻지마 범죄를 낳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발적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80%가 마이너리티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 살인’ 혐의자는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 46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우발적 방화’도 2000년 347명, 2005년 427명, 2010년 583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폭행·상해·살인·방화 등 표출적 범죄가 발생하는 동기는 ‘우발적 동기’와 ‘현실 불만’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정신질환의 하나 ‘중독’ 사건사고 높여

국민 8명 중 1명이 알코올이나 인터넷, 도박, 마약에 중독돼 사회경제적 비용만 연간 109조5,000억원을 쓰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중독 전문가 단체인 ‘중독포럼’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알코올 중독자는 155만명, 인터넷 중독자는 233만명, 도박 중독자는 220만명, 마약 중독자는 1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약 5,000만명 중 618만명이 4대 중독에 빠져 있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이를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술, 인터넷 게임, 도박을 접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다.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최삼욱 교수는 “모든 중독은 뇌의 보상회로에 변형을 준다. 마약 중독자가 마약 외에는 어떤 자극에도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음식을 먹는 등 정상적인 활동에서는 즐거움을 못 얻는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충동조절을 관장하는 전두엽에 손상을 가져오므로 공격적이고 충동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중독 중에 하나는 게임 중독이다. 게임 중독은 청소년의 정신과 심리, 그리고 자아 형성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우려가 크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청소년기에 게임 중독되면 뇌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해력, 어휘력 등 지적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심할 경우 우울증, 성격장애, 집중력 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웨덴 국립카롤린스카연구소 산하 ‘국립자살연구 및 정신질환예방센터(NASP)’는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11개국 중·고교생 1만2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게임 중독 등으로 잠이 부족하거나 운동을 잘 하지 않는 10대가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된 청소년만큼이나 자살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뇌의 인지, 감정 능력을 통제 불능으로 만드는 게임 중독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최삼욱 교수는 “폭력적인 게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 최근 ‘와우(World of Warcraft·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일종)’에 빠진 청소년을 연구했는데 자신에게 유익한 결과보다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등 판단력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얼마 전 미국에서 15살 소년이 가족 5명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조사를 해봤더니 이 소년이 폭력게임에 중독돼 있던 걸로 확인됐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총싸움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총을 쏴 사람을 죽이는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이들이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8월까지 3년간 발생한 게임 관련 범죄는 총 4만604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인원만 1만671명에 달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요금도 저렴해 가장 빠르게 발달한 게 엔터테인먼트이고 그 중 핵심이 게임”이라며 “사행성이 짙고, 상호경쟁을 지나치게 부추기는 등 게임 자체에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질환인 ‘소아성애증’, 미성년자 성폭행의 주범

지난 9월 6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송동호 교수팀이 2010년 8월~지난해 5월 성폭력 가해자 22명의 정신과적 평가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해자 중 36.4%인 8명이 ‘성도착’'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만취한 상태로 8살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에 이어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 통영 초등생 성추행 사건, 4년 동안 친딸을 수십 차례나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 등 아동 상대 성범죄로 세상이 시끄럽다. 또 최근에는 가수 고영욱은 중학생인 김모(13)양을 자신의 차로 유인해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입건됐다. 고영욱은 3건의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자숙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를 받아, 팬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또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여성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이로 인해 어린 아이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소아성애증, 소아기호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아성애증은 성도착증의 일종으로 엄연히 정신과 질환이며 소아성애증을 포함해 노출증, 여성의 물건이나 속옷에 대한 집착, 관음증 등도 성도착증에 속한다. 소아성애증은 아동을 상대로 왜곡된 성적 상상을 하며 흥분을 느끼고 욕구를 채우고자 하며 성행위로도 이어진다. 소아성애증은 우울증이나 집착증 등과는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본인이 자각하지 전까지 소아성애증 여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이 같은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아성애증, 노출증, 페티시즘, 가학-피학증 등 ‘성도착증’으로 분류된 10가지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56명으로 전년(125명)보다 2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바바리맨’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노출증 환자는 32명, 나체나 성행위를 엿보는데 집착하는 관음증 환자는 23명, 속옷이나 스타킹 등 여성들의 물건에 집착하는 페티시즘 환자는 22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자발적이기보다는 물의를 일으킨 뒤 강제나 수동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진료통계보다 숫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의료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사회적 성격장애 ‘다중살인’으로 이어져

수백 명의 무고한 사상자를 낸 대구 지하철 방화 대참사의 범인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범죄심리학에서는 ‘다중살인’이라고 한다. 한꺼번에 다수의 사람을 살상하는 범죄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방화나 차량 질주 등에 의해 행해졌다. 대개는 인격장애나 정신질환 혹은 약물 중독자의 소행이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주로 주택 등 제한된 공간 내에서 벌어져 인명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미국 등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주로 총기에 의해 학교나 음식점 등 다중이 운집한 장소에서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다중살인의 범인들은 대개 평소 화를 잘 내고 대인관계에 서투르며 과격한 성향을 나타내는 성격 이상자로, 자신이 겪는 고통과 실패의 원인을 ‘남 탓’ ‘사회 탓’으로 돌리며 세상을 혐오한다. 또 남들은 자기와는 달리 부당한 혜택을 받아 즐겁게 잘 산다는 생각과 함께 보복 심리를 갖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 참사의 범인 역시 자신이 겪은 좌절과 질환의 탓을 사회에 돌리며 반사회적 보복 심리를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범인이 앓은 우울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망상, 충동조절장애, 편집증 등 정신병적 증상으로 악화되어 자살이나 공격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주위의 냉대와 함께 방치 상태에 처해 있을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우리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체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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