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Food II]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어장문화
[Asia Food II]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어장문화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6.27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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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시아의 ‘어장(魚醬)’들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Asia Food II] 아시아의 어장문화







TV예능프로그램을 보면 까나리액젓을 복불복의 용도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모금 입에 머금자마자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까나리액젓에 TV안의 출연자도, TV밖에 시청자도 ‘대폭소’를 하게 된다. 원액을 입에 넣게 되면 극도로 짠 맛과 비릿한 향을 느낄 수 있지만 김치를 비롯해 찌개, 미역국, 나물무침 등 다양한 한식요리에 빠지면 아쉬운 재료이다. 바다가 인접한 아시아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어장문화’가 발달해왔다.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어장문화를 비교해봤다.




아시아에서는 보편적인 소스 '어장'

▲베트남에서는 식당에 비치 해놓을 정도로 느억맘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어장(魚醬)은 새우나 멸치 등의 잔 생선에 소금을 뿌려 발효시켜서 맑은 국물만 걸러낸 것으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만들어 먹고 있는 소스다. 어장 중에서도 멸치를 사용한 것이 짠맛을 내는 기본 조미료로 많이 쓰이는데 우리나라의 멸치액젓과 비슷한 형태지만 맛이 한결 부드럽고 비린 맛이 덜하며 담백하다. 이 멸치액젓을 태국에서는 '남플라' 베트남에서는 '누억맘' 캄보디아에서는 '턱트레이' 라오스에서는 '남빠'라고 부른다.

  어장은 우리나라의 간장과 같은 용도로 쓰인다. 한국, 중국, 일본은 대두, 혹은 대두에 쌀, 보리 등의 곡류를 혼합하여 발효시킨 장을 사용하는 두장 문화권인데 반해 동남아지역은 어장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가 쌀 문화권이라는 사실 역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젓갈류가 발달한 이유다. 전분 위주의 식생활로 단백질이나 칼슘이 부족하기 쉬운 아시아권에서는 젓갈이 보편화되어 발달되어 왔으며, 기후가 덥고 어류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어간장 형태의 젓갈이 발달한 것이다.

  ‘피시 소스’라고도 불리는 어장들은 동남아시아에서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될 정도로 일반적인 소스이다. 2000년대 들어 베트남과 태국요리 등 동남아시아 요리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느억맘과 남플라 역시 많이 대중화 되었고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고 있다.

  아시아의 어장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감칠맛’ 때문이다. 주조이외에 누룩을 사용하는 식품이 발달하지 않았던 동남아시아에서는 어장이 감칠맛을 내는 기본 식품으로 사용되었다. 어장의 주재료인 생선에 함유된 글루타민산은 음식에 감칠맛을 주고 재료 본연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마무리 구실을 한다. 최근에는 어장이 발달되지 못한 유럽에서도 느억맘과 남플라 같은 어장을 요리에 첨

가하기도 한다. 특히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의 요리와 세계 3대 음식문화라는 프랑스의 요리는 닮은 점이 많아 프랑스요리에 느억맘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액젓형태로 발달한 동남아시아의 어장

베트남은 고지대를 제외한 전 지역이 열대몬순기후를 이뤄 곡물과 과일 등 식량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특히 폭은 좁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토로 인해 바다와 인접한 지역이 많아서 어류를 활용한 음식문화가 발달된 곳이다.

  베트남의 어장인 ‘느억맘(nuoc mam)’은 생선이나 새우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발효시켜 만든 액젓의 종류이다. 베트남에서는 예로부터 어류자원이 풍부해 생선과 새우를 많이 잡으면 오래도록 보관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저장문화가 발달했고, 그 일환으로 느억맘 같은 어장이 자연스레 발달되게 된 것이다. 느억맘은 베트남의 식탁에서 뺄 수 없는 소스이며, 베트남 사람들은 요리를 할 때 소금보다 느억맘을 많이 사용해 요리의 간을 맞춘다. 또한 국이나 야채볶음을 먹을 때 고추를 잘게 썰어 넣은 느억맘에 찍어 먹기도 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느억맘은 ‘까껌(ca com)’이라는 생선을 주재료로 만드는데 설탕과 소금으로 절인 까껌을 발효해 원액을 채취하고, 이것에 각 지역별로 고유양념을 첨가해 만든다. 베트남 북부지방에서는 레몬, 소금, 식초에 돼지고기, 새우 등을 갈아 넣은 느억맘을 만들어 단백한 맛이 특징이다. 남부지방은 설탕과 레몬즙 이외에 주재료로 야자수액을 넣어 부드러운 맛과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붉은 알이 들어있는 게를 재료로 알과 함께 통째로 빻아서 느억맘을 만드는 우민(U Minh)지방의 ‘꾸어갓송(cua gach son)’, 새우를 이용해 보랏빛이 나며 강한 냄새를 풍기는 후에(Hue)지방의 느억맘, ‘맘 똠(mam tom)’, 가지, 토마토, 파인애플 등을 재료로 만드는 팡티엣(Phan Thiet)지방의 느억맘과 민물 참게를 사용한 끄우롱강 평야의 속짱(Soc Trang)지방의 ‘느억맘 꾸어똥(nuoc mam cua đong)’ 등이 있다.

  베트남에 느억맘이 있다면 태국에는 ‘남플라(Nam pla)’가 있다. 우리의 액젓과 베트남의 느억맘처럼 생선에 소금을 뿌려 만든 액젓인 남플라는 레몬그라스, 민트, 라임, 계피 등 향신료와 마늘, 생각, 바질, 칠리 등의 재료로 강렬한 맛을 내는 태국음식에 조화와 깊이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남플라는 코코넛밀크와 함께 태국음식에 있어 빠질 수 없다. 세계의 3대 수프라는 ‘똠양꿍’을 비롯해 볶음 쌀국수인 ‘팟타이’, 샐러드인 ‘얌운센’ 등 다양한 태국요리에는 반드시 남플라가 들어간다. 남플라 역시 느억맘과 함께 동남아시아 요리 트렌드에 맞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어류로 만들어지는 동북아시아의 어장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풍부한 어류자원으로 바탕으로 어장이 발달해왔다면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콩을 주재료로 하는 두장(豆醬)문화가 주로 발달해왔다. 그러나 동북아 국가들 역시 어장문화를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생선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액체 위주로 사용하는 동남아의 어장과 달리 생선자체를 젓갈 형태로 먹는 문화 또한 발달했다.

  일본에서는 숏츠루(しょっつる)라는 어장이 있다. 가쓰오부시(かつおぶし), 나레즈시(なれずし)와 함께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숏츠루는 일본 아키타지역에서 작은 생선에 소금을 넣고 발효시킨 젓갈의 젓국을 떠서 거른 어간장을 말하는 것으로 염어즙(鹽魚汁)이라고도 한다. 숏쓰루 중에 도루묵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 가장 유명한데, 현재는 도루묵의 어획량이 적어 주로 작은 멸치나 정어리로 만든다. 느억맘이나 남플라처럼 간을 맞추기 위한 유일한 재료나 간장처럼 쓰이지만 아키타지역 사람들은 물에 도루묵과 야채, 숏츠루만 넣어서 끓인 찌개인 ‘숏츠루나베’를 최고로 친다. 숏츠루나베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맛보기 위해 찾아올 정도의 아키타의 명물로 아키소바나 라면처럼 면 요리의 소스로도 활용이 되고 있다.

  한국의 어장은 생선 전체를 젓갈 형태로 활용하는 생선젓갈과 생선의 내장이나 기관을 이용한 젓갈, 갑각류나 조개를 이용한 젓갈이 있으며 동남아의 어장과 형태가 같은 액젓 또한 다양하게 존재한다. 멸치나 정어리 같은 작은 생선부터 가자미, 갈치, 오징어, 전복, 성게, 새우, 굴 등 다양한 어류와 함께 생선의 알이나 내장, 아가미 등을 이용한 젓갈을 만들어 온 한국은 민물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어장을 만들어오며 논산의 강경 같은 젓갈이 특산물인 지역도 발달하게 됐다.


어장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발효음식

우리나라에서 어장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발효음식을 즐기게 된 배경도 한 몫 하고 있다. 빨리 상하는 생선 같은 수산자원을 오래 저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효 문화가 발달되었고 자연스럽게 젓갈, 어장으로 발달되어 왔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음식문화는 주식에 부식(반찬)이 첨가되는 형태이다. 이때 부식은 쌀과 같은 곡류로 만든 주식을 먹기 위한 ‘밥맛 촉진제’로써의 기능을 하는데, 채소가 가장 일반적인 부식이 된다. 육류와 어류에 비해 채소에는 아미노산이나 핵산 등의 맛 성분이 없다. 그래서 채소반찬에는 짠맛뿐 아니라 감칠맛을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어장을 비롯한 장류는 감칠맛이 농축된 부식이자 조미료, 따라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에서는 이들 감칠맛이 나는 조미료를 써서 채소를 조리하는 방법이 발달했다.

  특히 발효미가 가미되지 않은 음식을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발효음식은 우리 음식 맛의 정수를 이루고 있다. 기본조미료로 쓰이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각종 장류와 김치, 젓갈, 장아찌 같은 밑반찬들은 모두 소금을 넣어 일정기간 숙성시킨 염장 발효식품이다. 또한 식초, 막걸리 청주를 비롯한 각종 민속주 등의 초산발효식품까지 감안한다면 우리 식생활에서 발효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윤도경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삭은 맛을 느끼는 미각의 영역이 발달되어있다”고 말한다. “서구인들이 우리의 삭은 맛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그 맛을 감지하는 미역(味域)이 발달되지 않아서이다. 한국인들은 고깃국만 몇 끼 먹으면 질려서 못 먹지만 된장국이며 김치는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유는 고깃국에 기름기가 많아 느끼해서가 아니라 한국인에게 체질화 되어있는 이 삭은 맛이 결여 되어있기 때문이다. 즉 혓바닥의 삭은 맛 미역을 충족시켜 주지 못해서 생긴 욕구불만인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중식이나 일식에 큰 거부감이 없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 또한 아미노산 발효 맛이 충분히 포함된 어장과 두장이 비슷한 맛과 형태로 발달한 중식과 일식이 양식보다 더 만족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월남쌈에는 느억맘으로 만든 소스가 필요하지만 느억맘이 없다면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으로 만들어도 맛이 크게 다르진 않다. 베트남 요리사에게 느억맘 대신 멸치액젓을 준다면 본래 쓰던 조미료처럼 능숙하게 쓸 것이다. 일본의 나레즈시와 우리의 황석어젓을 비교하면 어떤 생선을 재료로 사용했는가가 다를 뿐 매우 비슷하다. 아시아의 어장들은 같은 음식에 다른 조미료를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맛으로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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