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류가 아시아의 건강을 책임진다
전통 장류가 아시아의 건강을 책임진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06.2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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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생활문화와 익숙한 인연을 맺고 있는 장(醬)문화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Asia Food 1] 아시아의 장류문화






인류학자들이 동아시아의 문화영역을 구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장류문화에 의한 구분이다.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한반도, 일본열도를 묶어 두장(豆醬)문화권이라 하고,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을 어장(魚醬)문화권이라 한다. 아시아인의 주식인 쌀을 맛있게 먹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고민한 결과물로 탄생한 장(醬). 아시아 지역에서 장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식품이며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이므로 문화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한반도·일본열도, 두장(豆醬)문화권

우리나라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은 식재료나 조미료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먹을 것이 부족해 보릿고개를 근근이 넘기던 시절, 간장, 된장, 고추장은 서양으로 치면 소스(Source)나 반찬 이상의 중요한 식자재였다. 쌀이나 보리가 없어도 산에서 캐어 온 푸성귀만 있으면 장으로 비벼 반찬을 했고, 그렇게 만든 음식은 그 자체로도 식량이 됐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오늘 날에도 장(醬)류는 오히려 그 존재 가치를 더 하고 있다. 특히 한류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음식은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그 근저에는 한국의 우수한 장류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최근 고추장에 있는 캡사이신 성분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입 소문을 타고 고추장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도 했다. 이렇듯 그 깊고 오묘한 맛에 더해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갖가지 효능이 밝혀지면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한국의 장과 비슷한 장이 존재한다. 일본은 습도가 높아 콩을 오래 발효시키면 부패하기 때문에, 코지균(누룩곰팡이)으로 쌀이나 밀을 먼저 발효시킨 뒤 콩과 뒤섞는 속성 발효법을 쓸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미소인데, 일제강점기에 미소의 제조법을 들여와 만들기 시작한 게 현재의 공장식 개량된장이다. 일본사람은 늘 조미료인 미소(일본 된장)을 가까이에 둔다. 이 발효 식품은 콩을 주재료로 해서 지역에 따라 쌀이나, 보리 또는 다른 곡물을 섞어 만든다. 서양인은 대개 미소를 국으로 처음 접하는데, 이 밖에도 더 진한 국물이나 음식 소스로 쓰기도 한다.

 중국에서 된장과 비슷한 것은 동한 이후의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콩을 소금에 절여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 것을 시(豉)라고 했는데, 이것이 아마도 된장과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라는 것은 중국 고유의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하고, 시의 냄새를 ‘고려취(高麗臭)’, 즉 고구려 냄새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로 보아 장을 만드는 발효기술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많지만, 콩을 발효시켜 된장을 만드는 기술은 한국에서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콩의 신비, 두장(豆醬)문화 발달

우리네 식탁의 면면을 살펴보자. 된장찌개. 콩나물무침, 검정 콩자반, 두부조림, 어묵조림이다. 밥엔 완두콩이 섞였다. 어느 하나 콩이 안 들어간 것이 없다. 이처럼 한국인의 밥상에서 콩을 빼놓으면 먹을 게 없을 정도로 중요한 곡물이다.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소스인 된장과 간장은 콩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어장(魚醬)문화가 동남아시아인의 식생활에서 주된 영역을 차지한다면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3국은 발효된 콩을 원료로 장을 만드는 두장(豆醬)문화가 발달돼 있다.

 한국인이 간장과 된장을 먹은 것은 최소 삼국 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삼국지 위지동이전(297년)에는 “고구려 사람들은 장 담그기에 뛰어나다”는 기록과 함께 우리 장 냄새를 ‘고려취(高麗臭)’라고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은 그 옛날부터 장을 담가 먹었을까. 대답은 콩에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예전 고구려 땅이었던 만주 지방 및 동북아시아는 콩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지역에서 가장 흔한 작물을 이용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장류가 탄생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초기의 장은 된장과 간장이 분리되지 않은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한국의 생활 방식이 농경문화에 기초했던 것도 장류 탄생의 한 이유다.

고려대 이철호 명예교수는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식품 저장기술은 아마도 건조기술이라고 생각된다. 사냥한 짐승의 고기나 채집한 과실을 햇빛에 말리면 오래 저장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발견한 저장기술이 염장 발효이다. 건조기술과 염장발효기술은 19세기에 통조림기술이 발명되기 까지 오랫동안 인류의 식량을 저장하고 공급해온 기술이었다. 한반도에서 원시토기문화가 시작되고 염장발효기술이 발전하였다는 것은 인류문화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의 건강의 원천, 장

한 때 소금 과잉 섭취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던 장류가 웰빙식품으로 조명 받고 있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그리고 간장, 고추장, 된장은 우리 몸에 어떻게 좋을까. 된장의 항암 효과는 국내외적으로 공인을 받는 추세이며, 된장은 항암효과외에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된장에 있는 히스타민-류신 아미노산은 두통을 경감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관을 탄력 있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된장은 간 독성 지표인 아미노기 전이효소의 활성도를 떨어뜨려 간기능을 강화시키기도 하며, 해독작용, 골다공증 예방, 당뇨 개선, 심장병 및 뇌졸중 예방, 기미 주근깨 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추장도 된장이나 간장 못지않게 영양이 풍부한데 단백질, 지방, 비타민 B2, 비타민C , 카로틴 등과 같은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많다. 또 고추장은 항돌연변이 및 항암효과가 있다. 이는 고추장이 생리 활성화와 항산화 물질 등을 함유하고 있는 메주와 찹쌀, 고춧가루 등의 기본 원료가 발효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체지방을 연소시켜 비만방지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리의 전통 장류 중 세계화 잠재력이 큰 것은 된장과 고추장이다. 된장은 일본 된장과는 달리 묵직하고 깔끔한 맛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가고 있으며 고추장은 특유의 매운맛으로 어필하고 있다. 비빔밥 불고기 등 전통 음식이 글로벌화 되는 것도 장류의 세계 진출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생활문화와 익숙한 인연을 맺고 있는 장류

예전에 민간요법으로 화상을 입거나 벌에 쏘여 피부에 발진이 생겼을 때 된장을 발라 상처 난 부분에 바르기도 하였다. 신기하게도 며칠 지나면 상처가 아물어 덧나지 않고 치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근거는 문헌에도 기록돼 있다. 조선 시대 초엽 장류(醬類)의 의학적인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에 ‘장은 여러 가지 생선, 채소, 버섯의 중독을 풀고, 또한 여러 가지 약으로 생긴 열독이나 불에 덴 독을 없앤다’ ‘장은 오미(五味)를 가려서 오장을 편안하게 하는 까닭에 먹지 아니할 수 없고 두장은 오래된 것이 좋다’고 밝히고 있다. 또 중국 명(明)대의 ‘본초학’에서 장의 효능에 대해 ‘열을 거두고 백약 및 열탕으로 인한 화독을 없애고 어육, 채소, 버섯 독을 죽이며 뱀, 벌레, 개미 등을 다스리는 데는 장을 귀속에 넣어준다’고 했다.

  한편, 조선시대 시류(장류의 일종, 오늘날 청국장과 같음)의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에는 ‘시류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짜고 달고 독이 없다’고 나와 있다. 상한(傷寒. 감기, 급성열병)을 다스리고 두통을 다스리며 한열(寒熱. 한기와 열기가 번갈아 일어나는 병)과 창기(瘡氣. 열대 풍토병, 부스럼의 일종)를 다스린다는 것. 이와 함께 발한(發汗. 땀을 내는 것)에 쓰고 통관절(通關. 관절을 부드럽게 함), 약의 중독, 고기의 독을 다스리며 학질(말라리아)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또한 ‘육축태내 새끼의 여러 독을 가시게 하며 파의 흰 뿌리와 함께 먹으면 땀을 내는데 가장 빠르다’고 하였다. 이처럼 청국장 계열의 시류도 장 못지않게 한방(韓方)계열의 치료에 이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장류는 생활문화와 익숙한 인연을 맺고 있다. 조선시대 ‘사시찬요초’(四時纂要抄)에 최초로 장류의 시기별 담금 행사인 조장행사 기록이 있다. 장류에 관련된 말은 장(醬), 포장(泡醬), 즙저(汁菹) 등으로 불렸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맛은 장류가 지배

우리 조상들은 여러 가지 장류(醬類)를 갖추어 음식의 간과 맛을 내는 밑 재료로 사용하여 왔다.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장류와 함께 저채류(김치류), 해류(젓갈류), 식초류 등과 함께 4대 발효 음식류를 정착시켰다. 특히 백미를 주식으로 이어온 탓에 여러 종류의 장이 발달됐다. 대표적인 장류로는 간장 위주의 장과 함께 된장, 건장, 전국장(청국장), 즙장, 어장, 육장 등이 손꼽힌다. 또 중국에서 영향을 받아 생황장(笙黃醬), 숙황장(熟黃醬), 면장(麵醬), 대맥장(大麥醬), 소두장(小豆醬), 청태장(靑太醬) 등도 유입, 우리나라에 토착화됐다. 고추가 들어오면서 초장, 고추장이란 새로운 개념의 장류도 만들어졌다. 이 중 상용 장류로 자리를 굳혀 왔던 것은 바로 간장, 된장, 고추장이었으며 음식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그 용도를 선택적으로 잘 활용해 오고 있다.

  햇간장은 국이나 찌개, 전골 등 맑은 장국에 쓰였고 묵은 간장은 진간장이라 하여 나물무침, 조림, 불고기 등의 맛을 내는데 사용했다. 고추장의 경우 맛있는 음식의 조리에는 햇고추장을 썼고 묵은 고추장은 장아찌의 용도로 활용됐다. 묵은 된장은 된장찌개의 밑맛으로 알맞고 햇된장은 쌈된장으로 구분하여 사용됐다. 음식 맛을 내는 데만 이용되었던 것은 아니고 김치와 만나면 ‘장김치’, 어육류를 만나면 ‘장조림’, 채소류와 만나면 ‘장아찌’, 떡과 만나면 ‘장떡’으로 거듭났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맛은 장류가 지배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이처럼 많았던 장들이 잘 전해져 내려오지 않아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웰빙시대에 이어 힐링시대라 부르는 요즘 효소가 풍부한 다양한 발효장들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찾고 먹어야 할 진정한 힐링푸드가 아닐까? 이런 전통 장류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도 건강한 세대를 대물림해줘야 하는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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