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폭력적 행위 ‘테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폭력적 행위 ‘테러’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6.2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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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가 없는 새로운 유형의 테러, ‘자생적 테러(Homegrown terror)’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Terrorism] 테러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 일명 쌍둥이 빌딩)에 여객기 2기가 날아와 충돌했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착각될 정도의 장면들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생중계가 됐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무너졌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미국인들뿐 아닌 전 세계인이 분노했다. 이 같은 테러는 어떠한 목적이 수반되는 폭력적 행위다. 정치적, 종교적, 그 외의 이유들로 폭력행위를 자행하는 단체들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며, 이들로 인해 무관한 사람들이 피해를 당한다. 최근에는 목적은 있으나 배후가 없는 테러리스트마저 증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대책마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전 세계의 테러 사건들


지난 5월 22일, 영국 런던의 백주대로에서 군인을 참수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런던 남동부의 울워치의 포병대 막사 근처에서 당시 비번이던 영국 육군 소속 리 릭비(25·남)는 느닷없이 돌진해온 차에 치인 후 정신을 잃었다. 차에서 내린 두 명의 남자는 리 릭비에게 다가갔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쓰러진 리 릭비를 도우려는 의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끔찍한 칼부림이 시작됐다. 정신을 잃은 리 릭비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던 거리에서 무자비하게 난도질 하고 목을 칼로 베었다. 영국의 가디언과 텔레그레프 등은 현장을 지켜보던 목격자들이 “그들이 정육점에서 뼈를 토막 내는 데 쓰는 칼을 휘둘렀다”, “장기를 꺼내려는 듯 난도질 했다”라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20대 흑인 용의자 두 명은 대낮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며 범행 직후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며 이슬람 국가에서 벌이는 영국의 군사 활동을 비난했다.

  영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병을 해왔고 2005년 7월, 56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당한 영국 최악의 테러 사건인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등 각종 테러에 시달려왔다. 2007년 1월, 버밍엄에서 영국 군인을 납치·참수하려는 테러 계획이 발각되고 9명이 체포됐다. 같은 해 6월, 글래스고 국제공항 터미널에서는 차량 폭탄 테러로 용의자는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8년 5월 레스토랑 폭탄 테러 이후 효과적인 대테러 정책으로 본토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고 자부해온 영국은 이번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이 같은 이슬람 세력의 테러는 영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군인이 목에 칼을 찔리는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용의자가 22세 남성으로 지난 3~4년 동안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을 추종해 왔으며, 프랑스 정보 당국이 용의자의 급진적 성향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과 이라크를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테러 소식은 더욱 비번하게 들려온다. 지난 6월 19일 파키스탄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27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넘게 부상을 당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사망자 가운데 지난달 파키스탄 총선에서 당선된 하원의원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정치인을 노린 테러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파키스탄 정부는 테러를 뿌리 뽑기 위해 탈레반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인을 노린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한 시아파 사원에서는 학생들이 기도를 하고 있던 도중 자살폭탄 테러를 당해 30명이 넘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테러의 배후로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수니파 무장 세력을 의심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낳은 괴물 ‘자생적 테러(Homegrown Terror)’

지난 4월 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발생한 테러로 3명이 죽고 170여명이 부상당한 사건의 테러 용의자 형제 중 살아남은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자신들은 이번 사건에 배후 조직이 없는 ‘자생적 지하디스트(Homegrown Jihadist)’라고 진술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의 배후가 알카에다 등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일 것이라고 예상하던 국제사회와 언론은 170여명을 죽거나 다치게 만든 체첸계 테러범 형제가 10여년 전 미국 사회에 편입해 성장한 평범한 젊은이들이라는 사실로 인해 충격에 빠졌다. 로렌조 비디노 스위스 안보연구센터 박사는 허핑턴포스트 20일자 ‘차르나예프 형제 이해하기’라는 칼럼에서 보스턴 마라톤대회의 용의자들을 지목하며 “이 형제를 테러리스트로 만든 것은 체첸(이슬람주의)이 아니라 청년기의 10년 이상을 보낸 보스턴의 길거리나 인터넷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의 용의자들

  최근 유럽에서 발생하는 군인을 목적으로 발생한 테러 사건들 역시 배후 조직이 없는 ‘자생적 테러(Homegrown Terror)’의 경우로 보이며 자생적 테러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재확인됐다. 가디언지는 범인 2명 모두 나이지리아계 영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국 언론들은 특히 범인 중 한 명이 런던 출신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마이클 아데볼라조(29)이며 약 10년 전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전했다. 또 입장을 밝히는 형식이나 내용 등을 볼 때 조직과 연계되어 있기보다는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에 가깝다는 것이 현재 영국 정부의 판단이다. 정교한 무기가 아니라 칼처럼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도구를 사용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나이키 테러범’이라고 불린다고 보도했다. 나이키가 광고 슬로건으로 사용했던 ‘그냥 행동하라(Just Do It)’가 바로 이들의 행동지침이라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테러는 사실상 사전 적발과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큰 공포를 조장한다. 텔레그래프는 “보스턴마라톤 테러와 이번 사건으로 미국 CIA와 영국 MI5 등 각국 정보기관이 두려워하던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의 자살폭탄 테러범들 중 일부는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7월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의 범인들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파키스탄과 자메이카계로 드러났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90명이 사망하고 1800명이 부상당한 지하철 폭탄테러의 범인들 역시 스페인에서 나고 자란 이슬람계였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자생적 테러’라는 점에서 영국 스페인의 테러와 닮았다. 이는 수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범죄 심리학자로 일하던 마크 세이지맨은 2008년 한 보고서에서 “알카에다의 영광은 끝났다. 이제 가장 큰 위협은 유럽과 미국에서 자라나는 자생적 테러범들”이라고 했다.


테러예방? 사생활침해? 정보수집 논란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테러의 ABC를 배우는 곳은 인터넷과 잡지다. 보스턴에서 터진 폭탄은 군용 폭탄이 아닌 사제 소형폭탄을 사용한 압력밥솥 폭탄이었다. 배후 조직도 없는 10~20대 형제가 170여명을 죽거나 다치게한 파괴력 있는 폭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미국은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알카에다의 근거지를 모두 파괴하고 오사마 빈라덴까지 사살하는 등 알카에다의 지도부를 궤멸시켰다. 지도부를 잃은 알카에다는 조직적인 테러를 포기하고 개별적 단독 테러 독려로 전략을 바꿨다. 이후 인터넷과 잡지를 활용해 세계 각국에 산재한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선동해왔다.

  알카에다의 온·오프라인 매거진인 ‘인스파이어’는 다른 테러단체와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즐겨 찾는 매체로 유명하다.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수사와 관련해 지하디스트이면서 인스파이어의 편집자이기도 한 야히아 이브라힘을 쫓고 있다. NBC가 입수한 FBI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보스턴 테러 용의자인 차르나예프 형제가 워터타운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일 당시 경찰에 던진 폭탄이 인스파이어의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에 기사에 실린 설명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FBI는 테러 공모자들이 실제로 행동하는 것을 촉발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누가 이 잡지를 계속 발행하고 있는가’와 ‘출판의 배후뿐 아니라 경제적인 지원은 누가 대주고 있는지’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직 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내 통화감찰 기록과 ‘프리즘(PRISM)' 감시 프로그램 등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다양한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 가디언은 NSA와 FBI가 프리즘을 통해 MS, 야후,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9대 인터넷 기업의 서버에 직접 접속해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노든의 폭로와 여론의 집중으로 비판의 도마 위로 오른 NSA는 9·11테러 이후 세계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50건 이상의 테러를 방지했다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미국과 전 세계의 동맹국들을 잠재적 테러 위협으로부터 보호했으며, 단적인 예로 이 때문에 9·11과 같은 유형의 공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임스 콜 NSA 부국장 역시 NSA가 정보수집활동을 통해 개인의 인적사항이나 위치 정보 등을 확인하지 않으며, 통화를 감청하지도 않는다고 항변했다. 스노든의 폭로에 초점을 맞춘다면 비판의 대상이 될 NSA지만 실제로 대테러 예방에 효과적인 일을 해왔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테러에 대한 위협에 무관심한 대한민국

국제사회의 상황은 테러의 위협에 대해 이렇게 심각하지만 한국은 비교적 테러에 대한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팽배한 모습이다. 최근 강남우체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한 통의 국제우편물이 화제가 됐다. 관내의 모든 사람이 대피하는 긴급 상황으로 이어졌지만 다행히 가수 싸이의 팬이 보낸 우표로 드러났다. 물량이 많기 때문에 모든 우편물에 대한 검수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주요 관공서로 가는 것 중 의심이 되는 우편물만 엑스레이 검사가 이뤄지는 등의 허점을 노리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마약이나 총기류가 국제우편을 통해 밀반입 될 수 있다. 그나마도 엑스레이 검색대는 주요 관공서가 몰린 서울 강남과 종로 등 일부 우체국에만 설치된 상황이다. 하루 평균 들어오는 국제 우편만 15만 건인 현실에 비해 검수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과거 아웅산 테러나 KAL기 폭파테러 등을 경험해온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또 다시 발생할수도 있는 테러에 대한 방비는 너무나 허술하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기차나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에 테러에 대한 예방대책은 전혀 없다. 이런 무관심한 상황 속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벌어진 사건 같은 테러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훨씬 클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생기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게다가 북한과는 아직도 으르렁대는 상황이다. 테러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예방 대책을 위한 보안 강화를 해두는 움직임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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