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위해 첩이되는 젊은 여성들, ‘얼나이’
돈을 위해 첩이되는 젊은 여성들, ‘얼나이’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6.2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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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당당한 얼나이 여성들이 중국사회에 끼치는 영향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Global Issue] 중국 얼나이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경제발전과 더불어 관리들의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공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의식 개선에 나섰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연일 부패 척결과 공직기강 확립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직까지 중국 공직자 세계에서는 ‘얼나이(첩)’의 유무가 자신의 지위와 재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의 부패한 공직자들 뒤에는 ‘얼나이’가 있다

지난해 11월20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공개된 한 편의 동영상으로 중국 대륙이 뒤흔들렸다. 동영상에는 50대의 남성과 앳된 여성의 성관계 장면이 담겨져 있었다. 인터넷세상에서 섹스동영상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지만 이 동영상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영상 안의 남성이 중국 지방 정부의 고위 관리인 충칭시 베이베이구 당서기, 레이정푸였기 때문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함께 영상에 나온 여성이 10대 고등학생이었다는 것이다. 충칭은 베이징, 상하지, 천진과 충칭, 4개의 직할시가 있는데, 이는 성(省)과 동일한 행정 단위로 구당서기는 구청장보다 직급이 높고 실질적인 지역 내 최고 실력자다.

  부패한 관리의 섹스스캔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레이정푸 사건이 중국에서 크게 이슈가 된 이유는 권력을 이용해 어린 ‘얼나이’를 두었기 때문이다. 레이정푸 사건은 부패한 관리의 뒤에는 첩, 즉 얼나이가 있다는 중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3년 1월, 중국 인민대학 위기관리연구센터가 발표한 ‘공무원 이미지위기 2012보고’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탐관오리의 95%가 한 명 이상의 얼나이를 두고 있으며, 특히 간부급 관리의 60% 이상이 얼나이를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고위 공직자라고 해도 공무원의 연봉은 많지 않다. 시장급 관리의 월급은 많아봐야 15,000위안(약 270만원) 수준일 뿐이다. 하지만 공식 수입 외에 엄청난 판공비와 혜택을 갖고 있으며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행위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어 그들의 수입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수도 있다고 한 중국 전문가는 지적했다. 레이정푸 사건 역시 여러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수뢰하고 성상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고위공무원인 충칭시 베이베이구 당서기 레이정푸와 그의 얼나이로 알려진 여성

얼나이의 6가지 유형

비관영 통신사 ‘중국신문’은 각종 비리로 형사 처벌된 고위 공직자의 축첩 행태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세도형’은 권력과 돈으로 가능한 많은 여성을 얼나이로 둔다. 2010년 4월 안후이성 안칭시의 한 고급 관리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받은 뇌물로 500여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져온 사실이 드러나 면직되었다. ‘과시형’은 수십 명의 정부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유형이다. 2003년 4월 처벌된 린풍페이 푸젠성 저우닝현 당서기는 22명의 정부를 거느리며 해마다 한 번씩 정부들을 한자리에 모아 연회를 베풀고 ‘미녀 정부상’을 주는 엽기적인 행태까지 벌였다.

  헤이룽장성 솽청시 공업총공사 총경리이자 인민대표인 쑨더장은 변태적인 성관계로 고발을 당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웨이보를 통해 쑨더장의 악행을 고발한 솽청방송국 앵커 왕더춘은 “어머니를 맥주공장에 취직시켜준 것을 계기로 10년 넘게 섹스를 강요했다. 게다가 임신 7개월 상태인 나를 상대로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라고 폭로했다. 이외에도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얼나이를 두어 아이를 낳게 하는 ‘가문 계승형’, 자리를 옮길 때마다 정부를 바꾸는 ‘바람둥이형’, 여러 명의 애인을 두어도 관리를 잘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기업 관리형’ 등 고위 공직자의 엽기적인 만행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의 한 대학 캠퍼스에 붙은 얼나이 모집광고를 여대생들이 보고 있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얼나이’들

처가 있는 남자가 두 번째 처를 두는 축첩문화는 유교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린 아시아 문화권의 과거를 들여다볼 때 찾아보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후 산업화시기를 거치며 축첩문화는 줄어들기 시작했으나 자본주의화 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 돈을 위해 첩이 되는 얼나이를 양산하고 있다. 돈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인지 얼나이들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않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더 당당하게 얼나이임을 밝히며 거리를 활보하는 얼나이도 있다. 생활을 자랑하듯 고급 승용차를 몰고 캠퍼스를 누비는 ‘대학생 얼나이’의 유행은 이런 그들의 당당함을 대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얼나이임을 밝힌 여대생들의 모임이 생겨나는가 하면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문화 풍속으로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기혼자와의 관계로 인해 가정파탄이 증가하자 대학 당국들이 관리규정까지 만들어 제재에 나섰지만 정작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인턴기간 1개월, 월급 5,000위안(약 90만원), 정규직 전환 이후 월급 15,000위안(약 270만원), 1년 후 상여금 150,00위안(약 2,760만원), 의료 및 양로보험 등 복지혜택.’ 이것은 기업의 직원모집 공고가 아니다. 원저우 출신 기업가가 장쑤성 우시의 한 예술대학 인근 버스정류장에 붙여놓은 얼나이 모집 광고이다. 그는 광고에 ‘일주일 성관계 18회’라는 매우 구체적인 요구사항까지 써놓으며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그러나 사회적인 충격의 정도에 반해 얼나이와 얼나이를 준비하는 여대생들에게는 좋은 일자리일 뿐이다.

  20살 내외에서 23살 이하의 여성들이 얼나이로 인기 있는 연령층이다. 25살이 넘으면 얼나이로는 은퇴해야한다는 풍조 또한 생겼다. 충칭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전직 얼나이 여성은 10년 전 공장에 다니며 월급 1,200위안을 받았지만 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얼나이가 된 후 25평짜리 아파트를 선물 받고 매달 10,000위안의 생활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19살 차이가 나는 불륜상대와의 관계에서 오는 고충보다 가난으로 인한 고충이 더 컸다. 7년여를 이어온 얼나이 관계를 청산하며 관계를 갖던 남성에게서 퇴직금조로 목돈을 받고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얼나이 여성은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 수 있던 기점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첩’이라하면 과거에는 돈이 없는 농촌 출신의 가난한 여성이 생계를 위해 팔려 오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명문대 여대생조차 얼나이를 자청하고 있어 충격을 준다. 그들은 학교를 다니며 화려한 생활과 돈을 모을 수 있는 일종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차피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얼나이 생활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그때 결혼을 하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얼나이인 사실이 발각될 경우 제적’이라는 학칙까지 만들었지만 학생들은 “사생활까지 간섭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경제적 풍요를 쫓아 얼나이가 되는 것도 인생의 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얼나이지만 행복해’, ‘90허우(後·1990년대 이후 출생) 세컨드의 행복 공개’ 등 인터넷에서 얼나이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 등이 인기몰이 중이라는 것도 사회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그들은 스스로의 당당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얼나이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불륜생활을 과감히 공개하고 고민 상담, 미용법 등을 공유하며 정보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또한 그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얼나이인 자신이 사귀는 남성에게 받은 선물을 사진으로 찍어 자랑하는 것이다. 그들은 외제차, 명품백 등을 자랑하며 불륜에 대한 도덕적인 인식보다 가정파탄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경제적인 풍요에서 오는 쾌락만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나이, 그들의 문제는 무엇?

지난해 지린 성 여성연합회가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24%가 ‘돈 많은 남성을 스폰서로 두고 주말에 얼나이로 지내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라고 답했다. 선전대학 사회학과 이숭궈 교수는 “중국에서는 자본주의의 패악을 철저히 탄압했다는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축첩 현상이 존재했었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서구 문화가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잠복되었던 축첩 문화가 굴절된 젊은이들의 성 의식과 맞물리면서 퇴행적인 얼나이 현상으로 나타났다”라며 현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얼나이에 대한 비판의 인식과 함께 중국 GDP 상승이 얼나이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뉴스포스트세븐은 “중국에서 얼나이를 한 명 두려면 우선 고급 아파트와 고급 차를 사줄 능력을 갖춰야 하며 수시로 고급 화장품, 명품 의류 등을 선물해야 한다”라며 “현재 중국 부동산시장의 가격 상승이 얼나이가 불러온 효과인 것은 틀림없다. 이들은 중국의 자동차시장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얼나이가 선호하는 자동차를 ‘얼나이 차’라고 부르는데 중국 내에서 폭스바겐 비틀, 현대 제네시스 쿠페, 혼다 어코드가 베스트3 내에 들며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1987년 한화로 260억원 규모였지만 2011년 현재 1조 3,0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매체는 “얼나이 1명이 소비하는 금액은 일반 중국인 여성 50명에 해당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연안 대도시에서는 전체 인구의 5%가 얼나이이며, 그들의 소비액은 그 도시의 총 소비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 중국 내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 역시 “중국의 명품시장은 얼나이에 돈을 쏟는 부유층 남성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는 글로벌금융그룹 HSBC의 한 경제전문가의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다고는 하나, 현대의 도덕적, 사회적 관념에서 본다면 얼나이는 역시 배제되어야 할 행태이다. 2011년, 베이징 소재 대학의 등급에 따라 여대생의 ‘몸값’을 명시하며 명문대 출신 얼나이 알선 사이트를 운영하던 남성이 공안당국에 체포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얼나이 후보로 올라온 여대생은 모두 우수한 인재”라며 “재학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제공할 수 있고 의뢰인이 원하면 영어와 수학시험도 치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모습은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만에서는 ‘샤오싼(내연녀)’ 퇴치 제품을 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일부 타이페이의 음식점은 ‘샤오싼 반대 행동연맹’이라는 이름으로 정식부부임을 입증하는 커플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등의 마케팅을 선보였고 중국에서는 샤오싼 때문에 가정이 파괴된 여성을 위해 정신과 상담과 법률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반(反) 샤오싼 연맹 사이트’가 개설되기도 했다.

  경제불황이 길어지고 학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져가는 우리의 상황을 볼 때 중국의 얼나이 문제에 대해 남의 일이라고 방관할 것만은 아니다. 얼나이들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 돈 때문에 얼나이가 되었다. 경제적인 만족도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한국의 여성들도 중국의 여성들처럼 얼나이 문화가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취재/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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