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甲 과 乙이 나타났다
새로운 형태의 甲 과 乙이 나타났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6.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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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의 출현, 기대 혹은 두려움?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甲 과 乙 Ⅱ] 정보전쟁

 

정보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컴퓨터에 의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상화된 정보 기술로 인해 방대하고 복합적인 데이터가 쌓이면서 관리는커녕 분석조차 힘든 실정. 그래서 이름붙인 것이 무궁무진한 보물창고인 빅테이터(Big data)이다. 빅테이터는 워낙 정보량이 많다 보니 현대인들의 트렌드를 족집게와 같이 맞춘다. 온라인 쇼핑몰만 봐도 관심사를 집중 분석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들을 내놓아 당신의 마우스를 움직이게 하지 않는가? 심지어 개인의 속마음과 욕망까지 파악할 정도로 진화했다. 빅데이터는 단순한 마케팅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난 대선 때에도 큰 역할을 했다. 유기농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친환경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유권자별 맞춤 선거로 승리를 거머쥐진 것이다. 구글이 수집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앞서 독감 확산을 예측한 것도 마찬가지. 이처럼 빅 테이터는 정보의 유무에 따라 새로운 甲 과 乙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개인정보 통합 및 이용자 콘텐츠까지 이용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인 구글의 국내 검색점유율은 1%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스마트폰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해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특히 구글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에는 유튜브, 구글검색, 지메일, 구글지도 등 주요 앱이 기본탑재(디폴트)됐다. 여기에 구글 주소록 연동까지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지인관계, 동선, 커뮤니케이션 등 대부분의 개인정보를 구글에 노출시킨다. 유튜브와 G메일, 구글+ 등 60여 개에 달하는 구글의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모두 통합하고, 이들 서비스에서 만들어지는 이용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권마저도 갖기 때문에 우려의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실제로 구글은 얼마 전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하이라이트’라는 이 기능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분류해 볼 만한 사진을 자동으로 골라주는 기능이다. 구글의 슈퍼컴퓨터가 사람들이 올린 사진 속의 사람과 장소, 노출 및 초점 등을 분석해 ‘중요한 사진’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을 분석해 비슷한 형태의 얼굴 패턴이 같은 사람이란 걸 스스로 깨닫고, 이 얼굴의 주인공이 자주 등장하면 ‘사진을 올린 사람과 가까운 사이’라고 판단한다. 별인인가 싶겠지만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발생하는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구글에 노출되고 있는 것.

구글의 또 하나의 신기술인 ‘구글 글래스’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걱정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착용하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라고 알려진 ‘구글 글래스’에는 카메라와 녹화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사용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인터넷에 올려진다. 이 때문에 캐나다, 이스라엘,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총 6개 국가의 개인정보보호 위원회가 ‘구글 글래스’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IT전문 잡지인 ‘피씨월드’는 지난 6월 19일(한국시간) 캐나다 외 6개국 개인정보보호 위원회가 ‘구글 글래스’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공개 항의서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공개항의서에서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상은 다른 사람을 촬영하고 녹화하기 위해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구글 글래스’를 통해 사용되고 수집된 정보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용될지에 대한 의문이다. 위원들은 “수집된 정보들이 어떤 의도로 사용될 것인지 제 3자와 개인 정보를 공유하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정보의 유무에 따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슈퍼 甲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세계 최대 데이터 은행 ‘美 프리즘’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보면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독재자 ‘빅 브라더’는 국민을 철저히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은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설치돼 있다. 한마디로 권력을 독점한 독재자가 민중을 호도하고 정보를 왜곡한다는 얘기다. 이 소설이 최근 화제가 된 것은 미국 경제 전문 격주간지인 포브스가 지난 6월 8일 “6월 6일은 미국이 빅 데이터에서 빅 브라더를 발견한 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이후이다. ‘6월 6일’은 미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 기밀문서가 처음 폭로된 날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가디언은 미 정부가 ‘프리즘(PRISM)’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 9개 대형 IT업체를 통해 수십억건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해왔다고 보도했다. 구글을 비롯한 IT 대기업들이 ‘정부 서비스 제공자(government service providers)’로 거명됐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북미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모든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 통화건수, 통화시간, 위치 등의 메타데이터(속성정보)를 미국 국가안전국(NSA)에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알고리즘으로 엮어내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NSA가 수집한 메타 데이터들은 일반적인 분석 기술과 도구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자료들. 미 정부는 도청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 메타 데이터들이 이메일과 개인 채팅 메시지 등의 데이터들과 결합해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엮이면 특정 개인에 대한 보다 세밀한 통제가 가능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디지털 권리 단체 일렉트로닉프론티어재단의 신디 콘 법무관리사는 “아주 공격적인 행위”라며 “정부가 민간 기업에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빅 브라더라는 비판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도 “인터넷 회사들이 수집한 빅 데이터가 정부의 빅 브라더 공포를 키웠다”고 전했다.

즉 인터넷 회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위해 수집한 정보가 역으로 소비자의 사생활을 옥죄는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가령 구글과 페이스북, 야후는 사용자의 검색 활동이나 ‘좋아요’를 클릭한 건수, 휴대전화의 위치 추적 정보를 수집한다. 의도는 이를 분석해 소비자들이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빅 데이터로 개인의 욕구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에 시장조사회사 포레스터리서치의 파테마 카티블루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는 세계 최대 데이터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의료보험 기록에서 세금 환급 명세서까지 아는 이들은 부당한 알고리즘을 만들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빅 데이터 서비스 확산은 작게는 보안과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빅 브라더라는 슈퍼 甲은 우리사회를 지탱해 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싹쓸이 지식공룡의 출현했다

국제사회에서 구글이 있다면 국내 1위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네이버 지식백과’를 크게 확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식인, 블로그, 뉴스, 웹툰, 웹소설 등에 이어 사전·전문지식 콘텐츠까지 네이버가 독점한다는 우려에서다. 지식백과는 ‘믿을 수 있는 검색결과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과학, 역사, 영화, 패션, 만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식 정보를 전문가들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지난 3년간 지식백과 이용 시간과 이용자 수는 매년 3배 이상 늘어 현재 모바일에서만 월 1000만 명 이상이 지식백과를 쓰고 있다. NHN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전을 만든다는 목표로 2011년부터 매년 100억 원씩 투자해 지식백과에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추가해오고 있다. 영어 일본어 독일어로만 나와 있던 ‘브리태니커 비주얼 사전’을 최근 한글로 번역해 실었고, 지난 3월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받은 자료를 정리해 ‘문화원형사전’을 추가했다. 이런 식으로 그동안 추가된 콘텐츠만 어린이백과, 맥주사전, 미술작품사전, 풍경·명승사전, 세계영화인명사전 등 1000여개에 이른다. 내친 김에 네이버는 지난해 2월 직접 오픈마켓에 진출했다. 네이버의 오픈마켓형 서비스인 샵N이 바로 그것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해 물건을 파는 판매자 수는 전체 오픈마켓의 10%대에 이른다”며 “아직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본다”고 귀뜸했다. 음원 시장에서도 네이버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도 최근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구글 플레이 뮤직 올 엑세스’를 선보였는데 향후 음원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음악 포털업체인 벅스의 한 관계자는 “포털은 소비자들이 음원을 구매하려고 할 때 접하는 첫 관문이다. 온라인으로 음악을 접하려면 먼저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포털을 이용한다”며 “동등한 위치에서의 경쟁이 아닌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현재 웹소설, 웹툰, 음원, 영화, 부동산 정보, 가격 비교, 오픈마켓, 증권 등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 유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이러한 문어발식 영역 확장이 자칫 인터넷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터넷이란 것이 전 세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갖고 있는데, 네이버는 (네이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자사의 서비스로 잘 차려놓은 ‘한상차림’을 계속 취하다보면, 다른 사이트에 접속할 기회가 원초적으로 차단된다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에 비해 훨씬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구글은 ‘빨리 내보내는 전략’으로 골목상권 논쟁을 비껴갔다. 구글은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통해 해당 사이트로 신속하게 이동하도록 하는데, 얼마나 빨리 이동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올라간다. 김 교수는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90%에 이르는 검색 점유율을 지녔지만 구글 때문에 인터넷업체가 죽어간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네이버와의 극명한 차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인터넷 생테계에서 슈퍼 갑이라고 불리며 뭇매를 맞자 김상헌 NHN 대표는 지난 5월 22일 세계미래포럼 간담회에서 “부가통신사업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무한 경쟁이 허용된다”면서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당국이 섣부른 개입을 할 경우 시장의 진화와 기업의 혁신활동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한 항의를 드러낸 바 있다. 김 대표는 이어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말을 인용해 “점유율은 독점의 결과물이 아니라 검색 품질에 대한 냉정한 이용자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인터넷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이 NHN의 전략이지만 콘텐츠의 독점에 따라 전체 인터넷 시장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 NHN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도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NHN의 ‘슈퍼 갑(甲)’ 지위 때문이다.

‘제 4의 경영자원’으로 불리는 빅 테이터는 정보전쟁의 시대에서 새로운 甲 과 乙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시장창출이라는 기대감과 정보의 유무에 따라 슈퍼 甲을 양산한다는 두려움이 팽팽히 맞서는 현재, 우리는 어떤 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것인지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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