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버냉키 쇼크
전 세계를 강타한 버냉키 쇼크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6.27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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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발 태풍에 국제금융시장은 패닉상태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over Story Ⅰ] 글로벌 경제위기




지난 6월 19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매년 850억 달러의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규모의 연내 축소 및 가능하다며 이르면 내년 중단할 가능성을 내비췄다. 이번 발언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조치들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미국의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달리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후 세계 증시는 패닉에 빠졌고, 신흥시장 국가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위기를 예상하며 타개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태풍의 중심,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번 버냉키 의장의 발언대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미국에서 유입된 신흥시장국가들은 자금이 유출되면서 과도하게 상승한 자산가격의 거품이 꺼지게 된다. 이는 신흥시장의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되며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버냉키 의장의 선언 직후 미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 등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각국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는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지난 6월 1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06.04포인트(1.35%)가 급락한데 이어 20일에도 353.87포인트(2.34%) 급락했다. 또한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예상되면서 환률 역시 상승했다. 한국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급등세를 지속해 달러당 1천 154.7원까지 치솟으면서 버냉키 쇼크의 위력을 맛봐야 했다.

신흥시장 국가들은 버냉키 쇼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국가부도위험 지표인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중최고치를 기록했고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도 CDS 프리미엄이 치솟았다. 이에 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러시아와 루마니아, 콜롬비아, 중국 등은 국채 발행을 취소하거나 발행 규모를 축소했다. 중국의 경우 단기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자 중국 인민은행은 500억 위안 규모의 단기 유동성을 긴급 투입해 사태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신용등급에 따라 수요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불경기인 상황에서 금리만 올라 가계부채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계부채에 대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통제되면 부채 쪽에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인 환율 변동과 부채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썰물을 탄 외국인 투자자본, 아시아 증시 타격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올 들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등했던 아시아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일본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43.94포인트(6.35%) 폭락한 12445.38로 장을 마감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2.55포인트(2.83%) 급락한 2148.35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2.19%, 대만 가권지수는 2.03%, 태국지수는 5.52% 각각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 폭락은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잔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증시폭락을 부추겼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영향이 반영되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엔화가치가 높아져 일본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증시가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양적완화를 조기에 종료하면 아시아 증시 등에 투자됐던 자금이 빠져나가 가격이 낮아진 미국 국채를 매입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장 위험을 예상한 것이다. 보통의 경우 자금의 유출은 일본 등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투입된 자금이 먼저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때 신흥국의 자본시장이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엔화가치가 높아지고 현재 아베 총리가 추구하고 있는 엔저기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실재로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93.99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부진했던 중국의 증시도 단오절 연휴가 끝나면서 그동안의 하락폭이 한꺼번에 반영돼 낙폭이 컸다.


양적완화 출구전략, 적절한 때인가?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의 단서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개선세를 유지하고 그런 개선세가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를 통해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서서히 축소해 나갈 것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부채한도 상향이슈 등이 복잡하게 맞물린 9월 또는 연말에 출구전략이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때문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구전략은 지금까지의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것과 더불어 유동성에 대한 흡수가 급박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이 다소 부족한 가운데 연방준비은행이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다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감이 글로벌 증시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상승하는 분위기로 바꾸기 위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양적 규모를 축소할 정도로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는 점이 경제지표들을 통해 확인되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는 미국 가계의 소비를 뒷받침해주는 주택 관련 경제지표 들이 6월에 공개됐을 때 전월보다 다소 부진한 것을 꼽을 수 있으며, 실제체가 현재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컨센서스를 얼마나 상회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식시장 투자심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연방준비은행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감으로 그동안 주택수요를 지지해줬던 모기지금리의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택수요 측면에서 다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모기지금리는 4% 이하를 기록하면서 절대적인 수준에로서 매우 낮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주택 수요를 제한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주택 구매에 나서지 못했던 잠재주택 수요자들이 연방준비위원회의 출구전략 이슈로 금리가 높아지기 전 주택을 구매하려는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다. 따라서 연방준비은행의 출구전략 언급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회복세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고 이런 부분들은 소비를 비롯해 미국경제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5월의 기존주택가격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대략 15% 정도 상승했고 가격 수준도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개인소비에 대한 향후 전망을 보다 낙관적이게 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이번 주에 공개될 소비자신뢰지수도 전월보다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상향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소비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해줄 것이다. 6월 FOMC 회의 이후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감으로 인해 주가 하락, 모기지금리 상승이 가계소비 개선 정도에는 단기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소비개선에 관심을 둬야할 필요가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도 계속되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 시간표를 밝힌 벤 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의 판단이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폴 에델스타인 IHG글로벌인사이트 이사는 “미국 경제가 아직 여러 측면에서 취약한 상태”라면서 “Fed의 실업률 하락 기대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자 시장의 불안감이 진정되는 모습이다.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과거부터 지나치게 경기를 낙관해온 경향이 있다”며 한 박자 빠른 출구전략 모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된 지난 FOMC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양적완화 중단에 부정적이다. 양적완화 옹호론자인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양적완화 종료 후에도 FRB가 경기촉진 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업률이 7%에 도달할 때까지 채권매입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다. 그는 지난 6월 24일 “양적완화 축소에 찬성한다”면서도 “‘출구’라는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가 없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니 채권매입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시장이 중앙은행을 시험하려고 한다”며 “맷돼지처럼 취약한 곳이 드러나거나 냄새가 나면 뒤쫓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라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버냉키 쇼크의 후폭풍 ‘G2’발 세계경기악화 가속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모색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중국의 신용경색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1·2위 경제국인 미국·중국발 불안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출구전략에 대한 반발론과 시장의 지나친 우려에 대한 경계론도 고개 들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수요 저하로 이어져 세계 경기의 활력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단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소형 은행의 자금난이 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신중한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미세 조정에 나서겠다”면서 시장이 만족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사태가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는 분석과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위협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적완화나 신용경색이 경제 성장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오르면 민간 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부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글로벌 머니무브가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유동성 감소가 쌍끌이로 글로벌 경제를 다시 금융위기에 빠뜨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금융시장이 취약해 글로벌 경제의 동향에 민감한 신흥국들이 패닉에 빠졌다. 국내 증시에 관해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 관련주들의 가치평가는 이미 악재를 상당 부분 많이 반영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손절매를 치고 나가기보다는 당분간은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는 전략이 조금 더 유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금융시장이 연이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한국거래소도 행동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증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주가지수가 또다시 크게 떨어질 경우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서 촉발된 국제금융시장의 위기 속에서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일까? 과연 버냉키 쇼크는 한국에게 호재일까. 악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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