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Focus] 콘셉트
21세기 시장을 지배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콘셉트(Concept)이다. 다양한 콘셉트를 입힌 제품, 서비스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마니아층 같은 팬덤까지 누리기도 한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의 제품들은 시장에 존재하던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콘셉트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혁신을 주도한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에도 그의 업적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콘셉트를 가진 문화, 제품, 서비스가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반해 문제점은 없는지 분석해봤다.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콘셉트
2000년대 초까지 스튜디오 진행이 주류였던 예능프로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야외 진행이 주류로 변해왔다. 2005년 방영을 시작한 MBC 무한도전이 2006년부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콘셉트로 KBS의 1박2일, SBS의 패밀리가떴다 등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이후 다양한 콘셉트가 주류로 정착하며 TV프로그램의 판도를 지배해갔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강세를 보이더니 힐링 프로그램이 새롭게 떠오르고 최근에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왔던 군대가 새로운 콘셉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새
문화에서의 콘셉트는 트렌드로 발전한다. 한 가지 콘셉트의 TV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같은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곧 트렌드가 된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가요계에서는 강남스타일과 비슷한 후크송(같은 멜로디의 반복으로 중독성있는 노래)들이 우후죽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발 빠르게 받아들여 실제 음악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라고 설명했다.
콘셉트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한 문화계에서 활용되어 왔다. 주위에서 찾아보기 쉬운 사례가 ‘OO의 거리’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다양한 이름이 붙은 거리를 볼 수 있다. 전국 각지에 수많은 콘셉트의 거리가 존재하며 생겨나고 있다. 전통 차와 미술품 등 한국적인 이미지를 콘셉트로 유명한 인사동 거리, 새로운 힐링 관광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정동진 커피거리, 이외에도 벽화거리, 외국인거리 등 수많은 콘셉트의 거리들이 문화, 관광 분야에서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자전거가 다시 주목을 받으며 기차나 지하철에는 자전거를 들고 여행을 떠나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지난해 가장 큰 효과를 거둔 콘셉트 키워드는 ‘힐링’이었다. 힐링(Healing)은 사람
출시 그 자체로 이슈가 되는 ‘콘셉트제품’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활용되는 단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제시카 알바는 친환경을 콘셉트로 한 사업가로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여해 연설을 진행했다. 첫 딸을 임신했던 2007년 당시 알바는 그동안 쓰던 세제 등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 더 안전하고 깨끗한 친환경 제품을 찾기 시작했지만 임산부 용품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투명하고 정직하게 제조 과정을 공개하는 업체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제품을 직접 제작하기로 했고 ‘어니스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어니스트 컴퍼니는 첫해 매출 400% 신장, 페이스북 팬 20만여 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지에 대한 콘셉트만큼 기능에 대한 콘셉트제품도 많이 출시되어 왔다. 기존에 냉장실, 냉동실 문이 아래위로 하나씩 있는 냉장고에서 좌우로 열리는 양문형 냉장고가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냉장실 문이 두 개 라든지, 목소리를 알아듣는 냉장고가 출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세탁기 역시 기존의 통돌이 세탁기에서 드럼세탁기로 소비자들의 시선은 변화됐고 최근 물을 사용하지 않고 건조하는 에어 드라이 방식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세탁기가 출시되며 주부들의 큰 인기를 받고 있다.
IT제품은 특히 기능이 제품 선택의 결정적 이유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제품 콘셉트가 무엇인가가 소비자들의 결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누렸던 스마트패드. 기존의 노트북의 기능과 스마트패드의 기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이 젊은 소비층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버튼 조작 하나로 패드와 노트북으로의 활용 변환이 가능한 탭북, 키보드 부분과 모니터 부분이 분리되며 결합 시에는 노트북, 분리 시에는 패드로 사용이 가능한 제품도 출시됐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터치스크린의 발전이 기존의 제품에 다양한 가능성을 불어넣었다.
가장 유명한 콘셉트제품은 역시 애플의 아이팟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예전만한 인기는 누리고 있지 않지만 7세대 이상의 제품을 출시하며 다양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담배갑 모양의 아이팟 클래식부터 아이팟 미니, 아이팟 나노, 아이팟 셔플, 아이팟 터치까지 아이팟이라는 이름에 여러 단어가 붙는다. 2010년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2억 7,500만대, MP3 플레이어의 최강자, 미국에서 팔리는 MP3 플레이어 4대 중 3대는 아이팟이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콘셉트제품의 증가
다양한 콘셉트의 제품으로 인기를 누렸던 아이팟이지만 비판 역시 많았다. 특히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셔플은 아이팟 클래식의 위아래를 나눠서 만든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컸다. MP3 플레이어의 특성상 별다른 기능의 발전은 없고 얼마나 더 많은 음악을 넣을 수 있는가, 얼마나 오래 들을 수 있는가가 발전의 방향이었던 아이팟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받는 큰 호응만큼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근래 큰 이슈가 되었던 ‘에어프라이어’. 기름 없이 튀김요리가 가능해 건강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제품의 콘셉트로 주부뿐 아니라 남성들까지 주목했다. 그러나 JTBC ‘썰전’에서 각 기업들의 에어프라이어를 실제로 시연하며 비교해 본 결과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성능으로 출연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MC인 김구라는 “기름 없이 튀기는 게 아니라 그냥 굽는 것. 이럴바엔 그냥 튀김을 사먹고 말지”라는 말로 웃음을 줬지만 웃을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많은 콘셉트제품들이 기능보다는 콘셉트나 외형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탭북은 기존의 노트북과의 비교에서 기능은 떨어지지만 가격면에서는 크게 2배가까이 차이가 난다. 엑스노트H160-GV3WK, 일명 탭북은 11인치 화면에 RAM 2GB, 듀얼코어CPU 등의 사양이 80~100만 원대, i5 CPU, RAM 4GB 사양의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는 120만 원대이다. 이에 반해 i5 CPU, RAM 4GB의 같은 시리즈 엑스노트 SD550-PD60K 제품은 인터넷 최저가가 60만 원대로 형성되어있다. 기능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가격에서 큰 차이가 보이는 단 하나의 이유는 탭북의 콘셉트인 가, 아닌 가 일 뿐이다. 자전거의 경우 튼튼한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도 장점도 없지만 알록달록한 색깔로 치장한 콘셉트자전거가 다양한 기능의 제품의 가격을 상회하고 있다.
콘셉트에 현혹되지 않는 소비자안목 필요
물론 콘셉트나 외형을 선택의 결정적 이유로 생각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바이크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은 다양한 파츠로 자신만의 바이크를 만드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파츠를 변경한다고 기능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별다른 기능의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마니아들은 파츠를 하나하나 변경하며 자신만의 바이크를 만드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제럴드 잘트먼 교수는 그의 저서 ‘소비자의 숨은 심리를 찾아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가 의식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해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은 의식보다 훨씬 이른 단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즉 합리적으로 소비해야겠다는 의식에 앞서 눈에 확 끌리는 물건에 이미 손이 가 있다는 얘기다. 의식보다 더 강한 것이 무의식이고, 이것은 결국 인간의 본능(오감 등)과 관계돼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구매를 하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욕구의 발생 동기는 구매의사 결정을 위한 문제 인식의 단계이다. 기능이 훨씬 떨어지지만 외형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를 결정한다면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노트북을 사려할 때 당장에 희소성이 있는 콘셉트 제품을 100만 원에 구매하는 것보다 더 가볍고 기능이 좋은 제품을 같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소비일 것이
건국대 경영학과 범상규 교수는 “현혹되지 말고 계획구매를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콘셉트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가치에 대해 차등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부터 차례로 써내려가며 제품을 비교한다면 그나마 처음 생각했던 구매의 이유에 가장 합당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독특한 외형의 가진 제품, 더 작고 가벼운 제품이 순간 마음에 들 수는 있다. 하지만 처음 구매를 하려했던 목적과 다른 이유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그 만족감과 충족감은 최대 가치로 구매를 결정했을 때보다 현저하게 빠르게 사라진다.
콘셉트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되는 경우는 제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똑같은 올레길, 둘레길 여행상품에도 힐링 등의 콘셉트가 붙는다면 더 큰 비용을 강요받는다. 똑같은 아메리카노 한 잔이라도 커피거리에서는 2천원이 1만원으로 가격이 상승한다.
소비자들은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한 생각과 함께 더 중요한 것은 없는 가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우선정보획득을 통해 의사 결정에 신중함을 가져야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새로운 콘셉트를 발굴하기 위해 과열되는 시장의 양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