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그들의 설자리는 어디인가
노인들, 그들의 설자리는 어디인가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3.05.10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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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노인이 되어 직면하게 될 문제를 같이 고민해야 할 때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Family FocusⅠ] 노인들의 고민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노인의 삶을 ‘상실’로 표현했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5가지(건강, 돈, 일, 친구, 꿈)를 잃는다는 의미. 한국 노년 남성 가운데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체성 찾을 수 있는 일자리 원해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노인들의 체력은 전에 비해 훨씬 좋아져 이들의 사회 활동 기간도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사회는 예전처럼 늙고 병들고 힘없는 존재가 노인이라는 인식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과거 노인들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에게 뭔가 투자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쓸데없는 낭비가 아닌가, 노인은 가정에서 모시든지, 돌볼 자식이 없는 경우에는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최소한으로 보호해 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견해는 노인을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오히려 편견과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소외감과 무기력함 속에 있는 노인들은 자신의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은호 교수는 “신체적·정신적으로 활동할 여력이 있음에도 사회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데 따른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엄청나다”고 말한다.

우리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논할 때 노인들의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 노인은 시혜적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 복지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져야하고 노인들이 경제·사회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근본적으로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서울 월계동에 사는 오 모(남,65)씨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활동을 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 끊어지는 사회적 관계를 동료를 통해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져 구직에 나선 노인들 또한 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년층은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은퇴하고, 과거와 달리 노후를 보장받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을 하려는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턱없이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가족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노화 등으로 우울증 심각

노인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만큼 우울증을 겪는 노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는 몸은 허약해지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데다, 주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느끼게 되는 고립감이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녀로 인한 스트레스와 가족과의 소통 단절이 우울증의 원인 중에 하나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상상도 못 할 기아와 고난을 겪으면서도 본인들의 자녀들과 후세들에게는 본인들이 겪은 고난과 고통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굳건한 결의로 하루하루를 살아온 한국의 부모들. 자녀들이 장성해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녀들의 적대적인 태도로 인해 상처 받고 삶의 의지마저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성장했다고 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황혼 육아’는 이제 다반사가 됐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와 2011년 서울 서베이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노인들이 가장 희망하지 않는 노후 생활은 손자녀를 양육하는 ‘황혼 육아’였다. 외손녀(4세)를 돌보는 이 모(여,60)씨도 “내 손녀고

내 딸을 도와주는 일이라 돌보고 있지만, 만약 손녀를 안전하게 돌봐줄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안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손자이지만 황혼 육아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노인들의 진짜 속내다. 노인들은 체력 부담과 아이에 매여 개인 시간이 없는 점을 손·자녀 돌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뿐만 아니라 ‘노화’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노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최 모(여,70)씨는 의사에게 “외모가 늙어가는 것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성형외과에서 주름 제거 시술도 받았지만, 노화를 멈출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과거에는 노년기 빈곤과 질병 등으로 인한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지만, ‘아직 한창때인데 벌써 노인이 돼 버렸다’고 느낀 최 씨처럼 노화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또한 어디 가서 말하기도 그렇고, 쌓아두자니 답답한 노인들은 여전히 청춘인 마음과 늙은 몸 사이에서 오는 부조화와 외로움 같은 성 고민을 가지고 있다. 황 모(남,72)씨는 “2년 전부터 발기가 안 되어 관계를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했고, 다시 성관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아직 발기가 잘 안 된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성기능 장애는 때로 관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남성 노인들의 경우는 성기능 저하가 자신감 저하의 원인이 되고,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목포과학대 간호학과 박충선 교수는 “그동안 노인들은 성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어서 침묵했을 뿐 사실상 성적 욕구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각종 혜택 누리기 힘든 노인들

스마트시대가 도래되면서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이용하면 생활이 편리해졌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혜택까지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혜택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예·적금에 가입하면 적용받는 우대금리. 펀드 상품에

가입할 경우에도 수수료가 저렴하고, 세금이나 우유대금·신문대금 같은 각종 생활요금과 범칙금 등을 편리하게 납부할 수도 있다. 특히 각 은행에서는 지난해부터 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비대면(非對面) 채널’ 전용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면 0.1~0.2%포인트 금리 혜택을 주거나 댓글수와 게임 참여도에 따라 적금 금리를 최대 0.85%포인트나 더 얹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는 이 같은 혜택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A은행의 상품개발담당 부서장은 “솔직히 이런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에는 공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농장을 하는 손 모(남,65)씨는 거의 매일 은행을 찾는다. 사과 주문내역을 확인하고 입출금 정산도 한다. 집에서 간편하게 인터넷뱅킹으로 할 수도 있는데 왜 은행에 갈까. 손 씨는 “인터넷뱅킹에 가입은 했지만 공인인증서 확인절차가 너무 복잡해 몇번이나 하다 성질이 나서 그만뒀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을 쓴 지도 4년 가까이 됐지만 모바일뱅킹은 쓰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노인들을 위한 각종 혜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혜택들이 인터넷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또한 인터넷으로 신청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정작 그 혜택을 받아야 할 노인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고난의 시기에 태어난 해방 동이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맛보면 태어난 625세대 등이 겪은 배고픔과 일에 대한 열정이 한국을 OECD의 회원국가로까지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역사 없는 국가도 없고 선조 없는 인간도 없다. 우리의 풍요로움을 위해 열정을 받쳐 노력해온 그들이 이제는 휴식을 취할 나이들이 되었는데 그들의 노후를 위해 중년들과 젊은 세대들은 과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본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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