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
어머니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선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05.10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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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가진 인생 고민, 국가와 가족이 함께 감싸 안아야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Family Focus] 어머니의 고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갱년기를 비롯해, 우울증, 황혼이혼 등으로 오히려 시대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어머니들은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에 인생의 허망함을 느낀다. 어머니는 항상 고민 속에 파묻혀 사는 존재와도 갔다. 밥상에 올라가는 반찬 걱정부터, 남편의 외조, 자녀 교육과 입시 등 어머니 혼자서 해야 할 고민들은 너무 많다. 빠르게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여러 가지 고민은 결국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거듭되는 고민과 어느덧 찾아오는 갱년기

어머니의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다. 남자와 결혼하는 순간부터 외조와 육아에 대한 고민, 자녀들이 커가면서 동반되는 교육문제와 출가문제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부부관계와 개인적인 고민까지 아우르면 그 수는 상당하다. 이런 고민들을 반복하다보면 어머니는 어느새 갱년기에 접어들어 어머니 세대 스스로가 인생의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어머니들의 사춘기라고 불리는 갱년기증상. 모든 여성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50대 후반 대부분의 여성이 한 번쯤은 겪는다. 갱년기 중에는 여러 가지 고민을 동반한 우울증이 찾아온다.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의 유병률이 2배 가까이 높고 특히 미혼 여성보다 기혼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한다. 이른바 ‘주부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조주현 소장은 “여성은 생리, 임신, 출산, 갱년기를 지나며 호르몬의 급격한 변동을 겪게 되고 이는 감정적 불안정을 유발하게 된다. 여성의 우울증이 산후나 갱년기에 집중되는 이유이다. 주부 우울증의 증가는 현대 사회에서 기대되는 여성의 역할 변화와 여러 가지 고민 등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결혼 후 남성은 안정감을 얻고 사회활동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반면 여성은 살림·육아·교육·가족 행사 등의 주요 책임자가 되기도 하며, 직업 활동을 비롯한 사회적 성취도 요구받고 있다. 전업주부는 자아실현 욕구에 대한 불만족, 남편과 자식, 사회로부터 받는 소외감 등으로 고민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주부는 가사일과 외부 활동으로 인한 고민을 반복한다. 국립경찰병원 산부인과 이신애 전문의는 “갱년기에는 여러 가지 고민을 동반한 상실감이 오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우울증이 오기 쉽다. 이때 가족들이 어머니를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좋으며 심한 경우 정신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갱년기증상은 누구보다 여성 자신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데,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음식과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여성 고민의 해결책 황혼이혼?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여성들이 자신들이 가진 고민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로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 전체 이혼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황혼이혼은 이와 반대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혼인·이혼통계에서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2010년 11만6900건보다 2600건 줄어든 11만4300건으로 나타났다. 2.2% 감소한 비율이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45.4세, 여성 41.5세로 5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이혼이 줄어들었다고 통계청은 밝히고 있다.

반면 ‘황혼이혼층’으로 불리는 50대 이상의 이혼은 2010년에 비해 남성은 6%, 여성은 7.7% 늘었고 이는 2004년 이후 7년째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갱년기 여성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여러 가지 고민에 파묻혀 무리하게 가정을 지키기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관념 확산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노년기에 접어들어서 개인 행복추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이는 황혼기 이혼율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황혼이혼이 개인적인 선택인 만큼 ‘좋다’와 ‘나쁘다’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개인의 ‘좋고 나쁨’의 선택의 존중을 넘어 가족해체와 같은 사회불안 요소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의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생각보다 큰 만큼 남편이 이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지가 부부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성의 폐경은 여성성의 상실로 인해 폐경기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이 시기 남편의 은퇴는 부부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동시 남편과 부인 모두 예민한 때 갈등이 촉발될 우려가 크다.

한국여성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 김은실 교수는 “폐경기 부인에게 남편은 충분한 배려를 하며 관계를 적립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인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부부가 함께 의료적 치료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인의 변화가 낯설다고 무조건 핀잔만 주거나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은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부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을 들어주고 사소한 일에 쉽게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민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혼이 아닌 가족의 따뜻함이라는 것을 어머니보다 가족이 먼저 깨달아야 한다.


새로운 활로 개척으로 고민 해결해야

20여 년 동안 두 아이의 엄마와 가정주부의 역할에만 충실해 온 박혜령(40. 여)씨는 지난해 문득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집안일에서 벗어나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사회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기도 했고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그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다. 6개월 남짓 구직 활동을 했지만 외면받기 일수였고, 무엇보다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드물었다. 그러던 중 인근 병원의 국제검진센터에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임금과 4대 보험 가입 등에 있어 상용직 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오전 8시에서 오후 1시까지만 일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박 씨는 여기에 지원해 4개월째 상담 보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다시는 일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무엇보다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최근 고용부가 시행하고 있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은 이런 경력단절 여성들의 고민을 일부나마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은 기업이 기존 상용직과 차별 없는 조건의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시간제 근로자 1명당 월 60만원 한도 내에서 임금의 50%를 1년간 지원한다. 이 사업은 2011년부터 본격 운영되기 시작해 올 3월까지 611개 사업장에서 3,456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행정·사무보조, 시간강사, 마케팅홍보 등 업종도 다양하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많이 봤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 따르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얻은 근로자 중 여성 비중은 82.1%에 이르렀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제도는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기존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무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 고용률 제고와 장시간 근로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지만 이 제도만으로 여성 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들이 출산·육아 등에 대한 부담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나름 의미가 있지만 여성 고용을 높이려면 애초에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출산·보육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육아는 여성만의 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남녀가 공평하게 사회인과 돌봄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부는 어머니의 바람

최근 영화, 연극 등의 대중문화에서 출발한 ‘어머니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일명 ‘모녀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업계 간의 뜨거운 경쟁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 예로 L백화점에서는 딸의 사연을 접수 받아 어머니를 변신시켜 주는 이벤트를, H백화점에서는 정기 세일 마다 ‘엄마와 딸’을 테마로 한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이 이벤트들은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매출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어 국내 D 제약회사에서는 ‘엄마의 갱년기를 도와줘’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흘간 젊은 남녀가 핑크색 티셔츠를 입은 채 피켓을 들고 다니며 퍼포먼스를 펼쳐 이목을 끌었다. 갱년기는 어머니 혼자만이 참고 견뎌야할 문제가 아닐뿐더러 가족의 관심과 치료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특히 딸들이 직접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딸이 같은 여성의 입장으로 어머니에게 갱년기 치료를 권고하고, 작은 증상에도 큰 관심을 가짐으로써 어머니의 갱년기를 보다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여성미한의원 조선화 원장은 갱년기의 치료에 대하여 “심리적인 불안을 줄이고 안정감을 주는 가족들의 노력이 함께 병행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효과적인 갱년기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함께 이겨낸다는 생각을 갖고 노력하는 것 좋다”고 조언한다.

가족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내와 어머니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이끌어 나감으로써 갱년기에 느낄 수 있는 여성으로서의 상실감을 덜어주는 것이다. 조 원장은 “갱년기는 자연적인 생리적 현상임과 동시에 여성으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굳이 감추려 들거나 참을 필요는 없으며 당당히 주변에 밝히고 도움을 얻어 극복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라고 전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인 어머니가 수많은 고민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고통속에 살아가도록 바라만 보는 것은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국가의 여러 가지 방안은 무척 바람직하다. 이와 더불어 가족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들도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펴고 다시금 웃어보는 건 어떨까? 세상엔 아직 어머니를 위한 소중한 마음이 많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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