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ssue] 사회적관음증
현대사회에서 비밀은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어딜 가든 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가 나를 찍고 있고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이렇게 노출된 사회에 현대인들은 새로운 욕구를 갖게 되었다. 바로 사회적관음증. 다른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고 싶은 욕구는 SNS의 발달과 함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관음증의 표출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궁금증이 ‘신상 털기’로 이어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생활 공개와 ‘신상 털기’로 고통 받는 사람들
사생활공개는 유명인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일반인들 역시 소위 ‘신상 털기’에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지하철 막말녀, 막말남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반인들이 네티즌들로부터 신상 털기를 당해왔고 2009년 미녀들의 수다에 참여해 ‘키가 180cm 이하인 남자들은 루저’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도경 씨는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에 공개되기까지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만든 ‘코글’이라는 검색사이트는 ID, 이메일, 이름, IP주소 등으로 개인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 아주 쉽게 신상 털기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사생활공개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탤런트 박시후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서는 엉뚱한 인물이 고소한 여성으로 지목되며 본명과 사진, 출신 학교 등이 급속히 확산되는 수난을 당했다. 북한과의 갈등이 고조되던 때 ‘연천 국지전 발발’이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누명을 쓴 여대생이 신상이 털려 경찰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신상 털기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적인 정보를 밝혀내려 하고, 이런 사회적관음증으로 양산되는 허위사실들이 무차별적인 인격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언론들은 사건에 대해 선정적으로 보도하며 사회적관음증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사건들이 사회적관음증으로 인해 가십거리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적관음증에서 이어지는 ‘신상털기’, 사회악인가
신상 털기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유포시키며 쾌락을 느끼는 네티즌들은 사회악으로 처벌의 대상이 당연하지만 신상 털기가 사회의 정의실현 수단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북한의 대남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국제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에게 해킹을 당하고 가입자정보가 공개된 적이 있다. 이때 한 사이트의 네티즌들은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신상 털기로 인한 마녀사냥이다’, ‘종북회원을 발본색원해서 국가안보의 위협을 예방한다’라는 상반된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전에도 지하철 막말녀의 신상이 공개되었을 때 동정의 여론과 권선징악이라는 여론이 동시에 집중됐다.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상 털기라고 해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익명성이라는 특성 뒤에 숨어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것은 사회악이 된다. 사실은 사실로만 받아들이되 허위사실을 추가하거나 유포시키는 행위는 사회적관음증을 범죄의 원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스스로의 행위에 책임감을 느끼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면 사회정의실현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