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이국땅 밟는 아이들
입양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이국땅 밟는 아이들
  • 유재명 기자
  • 승인 2013.05.0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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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행복권 위해 제도적 개선 필요
[이슈메이커=유재명 기자]

[Social Issue] 입양의 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아 수출국’ 1위다.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통계로는 몇 해 전부터 중국 등 인구대국에 선두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인구 비율로 보면 여전히 세계 1위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의 고아가 해외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국내의 입양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입양에 대한 편견, 해외로 입양만

“많은 미혼모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아이를 위해 낙태 혹은 입양을 보내라는 것입니다. 내 엄마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만으로 다른 부모와 살고 싶은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이끌고 있는 목경화 대표의 말이다. 목 대표는 “입양을 보내면 100% 잘 살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아이는 사주를 보니 집안을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해 두세 번 파양 된 사례도 있었다”면서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투표권을 주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어린이를 미국에 입양시킨 나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발표한 2012년도 국제입양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국 중 네 번째로 많은 627명의 아동을 미국에 입양했다. 한국 입양아는 미국의 전체 외국 입양아(8천 668명) 가운데 7.2%를 차지했다. 국가별 입양 아동은 중국이 2천 589명으로 가장 많았고 에티오피아(1천 568명), 러시아(748명) 순이었다. 미국에 입양된 한국 아동은 2005년 1천 630명, 2006년 1천 376명에서 2010년 863명, 2011년 736명 등 꾸준히 감소했으나 2009년 이래 대미(對美) 입양 4위는 지속돼왔다.

국내 보건복지부 통계를 봐도 해외에 입양된 어린이는 줄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매년 600명 선을 웃돈다. 이에 비해 국내 입양은 2011년 405명으로 해외 입양보다 적다. ‘핏줄’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사회 풍조 때문일까. 국내 입양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 입양이 늘지 않는 건 입양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친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아이가 나중에 잘못되면 어쩌나, 입양 사실이 밝혀져 친부모를 찾아나서면 어떻게 하나. 제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남의 자식을 어떻게 키우느냐는 주변의 시선도 입양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내 입양가정의 여아에 대한 선호도가 남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4월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 기관을 통해 국내 입양된 남아는 모두 405명으로 이중 남아는 130명(32%), 여아는 275(68%)를 차지했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1970년대 초반 국내 남아 입양비율이 62.7%이던 때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가계 계승의 목적에서 요즘은 가정화목이 주목받고 있다”라며 “입양하려는 부모는 남자아이를 기피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평소 세계 극빈 가정 어린이들에 사랑과 베품을 실천하고 있는 배우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지난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여자아이 두 명을 공개 입양해 키우고 있다.

인종적 정체성 겪어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유명한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프랑스 중소기업 혁신디지털부 장관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서울 강남 노보텔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와 한불상공회의소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해 “입양아는 한국의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국가 간의 관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펠르랭 장관은 1973년 출생으로 생후 6개월 만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 부모에게 입양됐다. 이후 파리정치대학, 프랑스국립행정학교 등을 거쳐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선거캠프의 미디어 특보를 지내다 지난해 5월 이후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부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다.

펠르랭 장관은 “생후 6개월 이후에 바로 프랑스로 떠났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은 없다”며 “프랑스어로 말하면서 프랑스 사람으로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껄끄럽게 느끼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거리를 걸으면서도 환대를 받는다”며 “양국의 우호를 위해 가교를 놓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해외 입양된 한국인의 좋은 소식들은 국민들에게 가슴 따뜻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있다.

펠르랭 장관처럼 입양에 대해 거리낌 없이 자란 입양아들도 있지만 이에 반해 미국 내 해외 입양아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계 입양아 대부분이 성장기에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는 입양아들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정체성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한인 입양아들의 고민과 아픔을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2007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는 16만 명으로 미국 내 전체 한인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입양아들은 백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인종적 혼란을 더욱 크게 느낀다. 뉴욕의 아동복지단체인 에반 도널드슨 입양연구소가 한국계 입양아 179명을 조사한 결과 78%는 어린 시절 자신을 백인이라 생각했거나 백인이 되고 싶었다고 답했다. 60%는 중학생이 된 이후에 인종적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답했다. 한국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친부모를 찾아 나선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다는 사람이 61%였다.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고교 교사로 일하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 조엘 밸런타인(39)은 3살 때인 1977년 백인 가정에 입양됐다. 백인들 속에서 자라난 그는 “인종적 정체성의 고민을 얘기하고 싶어도 자칫 양부모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으로 비칠까봐 말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구조적 문제 껴안은 입양

경제적인 성장을 이룬 현 상황에서도 꾸준히 입양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지난 60년 동안 미국 정부가 입양 아동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잘 모른 채 한국 아동을 미국에 입양 보내왔다. 한국과 미국 간의 입양 제도상 불일치로 인해 그간 어떤 한국 입양인들은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강제로 추방되기도 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아동을 미국에 보낸 입양 기관들은 입양인들이 국적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문서로 확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민간 입양 기관을 통해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체 미국 입양인 11만 명 가운데 국적 취득 여부가 불확실한 인원이 1만 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김성수 박사는 “윤리적 입양 절차를 밟는 일이 귀찮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도, 입양은 언제나 어른들의 편리함보다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한국의 가정법원이 한국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아동 최우선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입양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로 버려지는 아이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교회 앞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최근 3년새 18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박스는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주사랑교회가 버려지는 아기를 관리하도록 설치한 곳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2010년 4명, 2011년 37명, 2012년 79명으로 매년 급증했다고 한다. 올해는 4월까지만 벌써 64명의 영아가 버려졌다. 버려지는 영아는 지난해 8월 개정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영아는 입양기관을 거쳐 국내 가정으로 입양돼 왔지만 지난해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출생신고와 가족관계등록 의무 조항과 법원 허가제 등의 도입으로 절차가 복잡해져 이후 버려진 영아들을 보육원에서 맡아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은 “보육시설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비용도 전부 시비라 부담이 돼서 보건복지부에 특별교부금 36억 원을 신청했다”며 “전국에서 버려지는 아기를 모두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서 수용하지 말고 수도권으로 분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입양의 부작용도 생겨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불법 입양과 영아 유기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불법 입양된 아기가 9개월 만에 귀국하며 관심을 끌었다. 2012년 6월 시카고에 거주하는 D씨 부부는 정식 입양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남 통영의 한 미혼모 시설에서 생후 열흘 된 신생아 K양을 데리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양국 정부는 불법 입양 사실을 파악하고 아동 송환을 추진했으나 D씨 부부는 미국 연방법원과 일리노이 주법원 등에 양육권 소송을 내며 반발해 K양 문제는 국제 문제로 비화했다. 지난 1월 주법원은 양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해 D씨 부부의 친권을 박탈한 데 이어 지난달 D씨 부부가 제출한 새로운 입양신청도 사실상 거부했다. D씨 부부는 결국 소송을 취하하고 아기의 송환에 협조했다.

또한 인터넷으로 불법적인 입양을 하고 있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인터넷에 입양이라는 검색어를 쳐보면 연관 검색어로 ‘신생아 거래’, ‘아기 삽니다’, ‘신생아 팝니다’ 등의 내용들이 나오며 어린 미혼모가 하루 빨리 아이를 데려가줄 입양자를 찾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영유아가 불법 이송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입양 알선 행위에 대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검찰과 경찰에 요청했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미혼모 시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감독과 교육도 강화키로 했다.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이양희 교수는 “불법 입양을 막으려면 관련 시스템 정비와 함께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마이 파더

‘입양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 다른이의 자식을 자신의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숭고한 사랑. 입양에 대한 생각이 이제는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보다 중요한 것은 단 한명이라 할지라도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점이기에 이것이 간과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건강한 입양이 활성화 되고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도록 입양아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인권이 보장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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