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냐? 약이냐? 국민의 관심이 필요
독이냐? 약이냐? 국민의 관심이 필요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4.09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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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편리함에 외면 받은 과학의 성찰과 관심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Technology Ⅲ] 과학기술의 이면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류는 문명의 이기(利器)인 제품들과 떨어질 수가 없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윤영택(35∙회사원)씨도 마찬가지. 그는 매일 아침 휴대전화 알람에 잠에서 깨어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는다. “한시라도 휴대전화를 떼놓고는 살 수가 없을 것 같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윤 씨에게 부모님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보자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이어 물어본 여자 친구와 친한 친구의 번호도 마찬가지. 이처럼 과학발전은 다양한 장소와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오히려 사용하는 인간은 과학기술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과학발전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살펴보자.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 ‘과학기술’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안락함을 줬다. 하지만 전쟁에 악용되는 경우도 역사에서 비일비재 했다. 전쟁은 한나라를 파멸에 이르는 길. 그러나 인류 역사상 크고 작은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크나 큰 위험 존재인 전쟁을 과학기술의 발전과 연관하여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복지 증진을 위해 커다란 기여했지만 뛰어난 성능의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기도 하는 또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이 전쟁에 악용되었지 과학기술이 전쟁을 일으키는 핵심요인인지는 더 연구해야 할 사항이지만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이 전쟁에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즉 전쟁이 과학기술 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다.

역사적 사례를 들어보면, 과학기술자들이 전쟁에 관여하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지렛대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투석기를 발명하고 성벽을 쌓는 군사 기술자로도 활약했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공중 질소를 고정하는 방법을 창안해 인류를 기아로부터 해방하는데 기여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조국을 위해 독가스를 개발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의 각축장이 되었고 레이더 개발로 시작해서 원자탄 개발로 끝났다고 할 만큼 전쟁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이 컸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각 대학은 기초학문 연구는 잠시 접어두고 국방연구에 전념했다. 칼텍은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했으며,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수천 명의 과학기술자가 모여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레이더장비를 개발했다. 시카고 대학에서도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연구에 참여해 플루토늄을 이용한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책임 아래 수천 명의 과학기술자가 모여 원자폭탄의 기폭장치를 개발했다.

대한민국의 예를 살펴보자 한국전쟁은 냉전시대에 국방연구를 중시하게 만들었다. 전후에 나타난 군비경쟁은 미국 유수의 대학과 산업체가 밀접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즉 MIT에서는 방공망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으며, 스탠퍼드대 등 실리콘 밸리는 우주와 미사일 개발에 깊이 참여하였고 핵잠수함 등 핵개발에 군·산·학 공동연구에 의해 추진됐다. 대한민국에서도 한국전쟁을 계기로 국방 과학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국방부 과학연구소, 해군 기술연구소, 육군 과학기술연구소 등의 국방관련연구소들이 우리나라의 과학연구기관으로써 역할도 한 것이 사실이다. 과학의 이면. 비단 전쟁뿐일까?

 

 

 

20대에 치매! 디지털 치매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 명이 넘어서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타고 갈 때면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강의시간에도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곁눈질로 쳐다보느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들은 다양한 것을 저장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잡다한 것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문명이기의 편리함은 우리가 전화번호조차 기억해낼 수 없는 디지털치매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문명은 우리를 퇴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디지털 치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절한 휴식과 기억력을 키우는 습관을 가장 좋은 예방법으로 꼽는다. 우리의 복잡한 머리에 여백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디지털치매는 뇌질환이 아니라 정보의 과다로 인해 뇌가 필요 없다고 인식되는 정보를 밀어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정보 홍수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디지털치매가 중증 상태로 발전하면 신경쇠약으로 매사에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가 대두되는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디지털기기의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디지털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간단한 암기나 계산을 함으로써 잠자는 두뇌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주부 최진영(28·여)씨는 “스마트폰으로 정리하던 가계부를 직접 쓰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던 가계부지만 손으로 쓰는 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라며 “최근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계부를 직접 쓰는 친구들이 많이 늘어났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친구의 전화번호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 몇 개는 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여유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며 디지털 치매의 예방을 강조했다.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읽는다는 행위는 기억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면서 좋은 아이디어나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 뇌에 모든 것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즉 기억이라는 것은 뇌가 정보를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시에 꺼내서 사용하는 것인데, 다방면에서 제공되는 정보량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뇌가 이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현대인은 바쁜 아침시간을 절약하느라 아침을 먹으면서 TV로 뉴스를 시청하거나 신문을 읽기도 한다. 뇌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는 동시에 다중작업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뇌가 바쁘게 두 가지 일을 번갈아 하고 있을 뿐,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일의 능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억력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며 쉽게 피로감에 빠진다고 뇌 과학자들은 덧붙였다. 더불어 정보를 잘 분류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들의 적절한 이용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10여 년 전 만해도 수십 개의 전화번호를 외웠는데 이제는 몇 개의 전화번호조차 외우기 힘들어졌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자신을 몰입시켜 가족의 유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과연 현대문명은 우리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더 나빠지게 만드는 것일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문명의 이기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이 되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 보아야 한다.

 

 

법제도의 미비, 성장이 빨라도 너무 빨라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 글렌버니에 살고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트래비스 르롤(30·남)은 AR-15 소총에 장착할 수 있는 탄창을 자신의 집 주방에서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커피머신 크기의 3차원 설계도를 입력하고 플라스틱 재료를 넣은 뒤 기다리면 원하는 부품이 자동으로 생산되는 3D프린터를 이용한 것이다. 르롤이 사용하는 3D 프린터의 가격은 1,300달러(약 162만 원) 수준의 일반용으로 첨단재료를 이용하면 고가의 전문가용 정밀제품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3D프린터의 발전은 과학의 발전과 법제도의 미비라는 두 가지 아이러니를 가지고 왔다. 이는 미국 정치권이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 총기규제 강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처럼 3D 프린터가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3D프린터 판매가 늘고 있는데다 인터넷에서 각종 설계도를 자유롭게 내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총기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ce Distributed)’라는 단체는 코네티컷주 총기 사건에 사용된 것과 같은 AR-15 반자동 소총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시험 사격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3D 프린터 전문가인 호드 립슨 코넬대 교수는 “누구나 원하는 것을 모두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규제를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더욱이 과거 방식의 규제는 효율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평판TV나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최근의 기술발달에 힘입어 3D 프린터 가격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립슨 교수는 “문제는 표준형 3D 프린터로 군용 무기 부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아니라 개인이 자체개발한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고 사용한 뒤 꽃병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일부 의원들도 3D 프린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전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만들어내는 상품에 대한 규제는 한계가 있는데다 3D 프린터와 같은 첨단제품 개발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정부와 의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

한양대학교에서 연구 중인 한 과학자는 “인간은 자신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의 내용은 물론 역할, 영향 등에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라며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과학기술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한다. 즉 과학기술의 발전방향과 한계, 그것을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 등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국민들이 정책의 선택과 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시대인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이므로 순기능을 최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한다면 과학기술은 분명 인간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할 것이며 인류의 미래도 한층 밝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하고 과학기술이 어떤 정보를 제공하던지 간에 그것을 사용하는 국민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과학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취재/류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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