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루머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4.08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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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에 대한 추측에서 한탕을 노린 검은 속삭임까지...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April Fool‘s Day]

 

‘이 사람 저 사람 입에 오르내리며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 한 마디로 ‘뜬소문’이라는 뜻을 가진 루머의 의미다.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뜬소문으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4월 1일 만우절. 지난 기억을 되돌려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면 수업시작 전 ‘오늘은 자습’이라는 큰 글자를 칠판에 써놓기도 했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거짓 약속장소와 시간을 말하는 등 웃음이 가득했던 날로 기억된다. 하지만 호의적인 속임으로 즐거움을 주던 ‘뜬소문’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중이다. 특정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마치 사실처럼 그럴듯하게 꾸며져 대중들의 판단을 흐리고, 글로벌기업의 제품출시에 앞선 루머 확산이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꾸기도 한다. 여기에 “~카더라”라는 작전주 루머까지……. 대한민국을 울고 웃게 하는 ‘루머’ 속으로 안내한다.

 

 

유명 연예인의 사건 사고에 생겼던 ‘ㅇㅇㅇ닷컴’

‘ㅇㅇㅇ닷컴’이라고 특정인물에 대한 갖은 추측과 의문으로 개설되는 사이트. 최근 배우 박시후의 성폭행 피소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박시후닷컴’이 개설돼 이목을 끌고 있다. 박시후닷컴은 지난달 18일 배우 박시후가 연예인 지망생 A(22·여)씨로부터 성폭행으로 고소당한 이후, 사건의 진행 상황을 정리한 온라인 사이트다. 사이트를 살펴보면 음영 처리된 바탕 위로 각각 박시후와 A양이 악수를 나누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홈페이지 왼쪽에는 ‘박시후 A양 사건이란?’이라는 사건 개요가 나열되어 있다. 박시후닷컴이 밝힌 박시후와 A양 사건의 내용은 “고소인 A씨가 박시후의 후배 K씨에게 ‘임신은 아니겠지’라고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함”이다. 박시후닷컴 운영자는 사건 개요 소개 후 “저희는 박시후 사건/사고 관련 자료를 실시간 업데이트 합니다. 근거 없는 루머 자료는 취급하지 않습니다”고 카페의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루머는 없다는 운영 방향과 달리 박시후닷컴의 오른쪽 상단에 자리한 실시간 채팅창에는 박시후 사건과 관련해 원색적 비난부터 온갖 루머와 억측, 추측들이 담긴 글과 함께 사건의 전체적 개요보다는 최근 이슈를 소개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 박시후닷컴의 실시간 사건 자료에는 18일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날부터 고소, CCTV, 약물 검사, K-A 카톡 문자, 조공논란, 1억 합의설, 경찰 출두, B씨의 등장, 10억 제기설, 배후-음모설, 전 소속사 대표 등 맞고소, 미공개 카톡 전문 공개 등 최근까지의 일들이 업데이트되어 있다. 이어서 실시간 채팅방을 통해 박시후와 관련된 설들과 A양의 과거 행적, 신상털기, 배후설 등 온갖 추측들이 쏟아지며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박시후 사건도 진흙탕 투성인 가운데 스타들의 사건들이 불거질 때 마다 등장했던 ‘ㅇㅇㅇ닷컴’의 전례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분위기로 씁쓸함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배우 박시후를 전면에 내세우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상업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회적 이슈만 터지면 무슨 사이트가 생기곤 하는데, 결국 광고비 받아내려고 만든 사이트에 불과하다”면서 “박시후닷컴 역시 진실규명보다는 광고비를 벌려고 만든 사이트”라고 주장했다.

▲최근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박시후 사건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박시후닷컴이 등장해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시후닷컴 홈페이지 캡처)

 

 

IT 신제품 전쟁 ‘루머 혹은 진실’

루머는 특정인에 대한 추측 외에도 신제품 출시를 앞둔 기업의 매출에도 작용을 한다. 일예로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시장의 관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기 모델 쪽으로 집중된다. 아이폰3가 나왔을 때는 아이폰4가 언제 나올지 궁금해 했고, 아이폰4가 나왔을 때는 아이폰5의 출시시기와 성능에 관심이 집중됐다. 차기 작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는 건 그만큼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젠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차기 모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최근 4개월 간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루머가 전 세계 모바일 시장과 언론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애플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4가 공개되기 전 제품에 대한 추측성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각종 언론매체나 모바일 전문 블로거들은 갤럭시S4의 출시시기는 올 상반기이며, 갤럭시S3보다 큰 5인치 화면과 S펜을 장착하고 사진 선명도가 훨씬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확정된 갤럭시S4 모델’이미지가 떠돌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3월 15일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 언팩 2013 행사를 통해 갤럭시S4를 공개했다.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4는 직접회로가 8개인 칩으로 구성된 세계 최초 옥타코어 프로세서폰이다. 화면 크기는 5인치이며, 풀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 화면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 시선으로 휴대폰 조작이 가능한 스마트포즈 기능, 파일의 미리 보기 기능인 에어뷰 기능과 장갑을 끼고도 화면 조작이 가능한 것이 갤럭시S4의 가장 큰 특징으로 언급됐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삼성전자 갤럭시S4를 두고 애플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과 주요 외신들의 전망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이다. 애플을 담당하는 주요 투자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혁명적이기보다는 진화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IT 전문지 씨넷(Cnet)은 갤럭시S4 공개 이후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이었다”고 보도했다. 갤럭시S4의 모델을 기다렸다는 IT전문 블로거 김창효(가명) 씨는 “갤럭시S4가 출시되기 전 예측이 거의 맞았지만, 더 감추어진 비밀 병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에서 만족할 수 없어 후속모델을 기다릴 참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제품 루머확산이 기업에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시장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차기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은 현 주력제품의 구입을 미루기 때문에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폰5는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아 결과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줬으며, 차기 모델 조기출시에 대한 기대 때문에 현재 극심한 판매부진에 빠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원이 천원이 된다고?” 화폐개혁 논란 ‘몸살’

금융시장이 때 아닌 ‘화폐개혁’ 루머로 인해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정부가 화폐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로 관련주들이 상한가로 치솟자 정부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난 3월 13일 일부 경제지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서 제기된 화폐개혁 아이디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실무검토를 통해 ‘추진할 만 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재부의 이런 의견은 청와대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정부가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금융시장에 전해지면서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관련주들이 상한가로 치솟았다. 같은 날 오후 한네트와 한국전자금융, 청호컴넷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10%를 크게 웃돌며 급등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도 ‘화폐개혁’이 주요 검색어로 떠오르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트위터리안 @sty****은 “화폐개혁이라니 이거 손 잘못대면 나라가 한방에 훅 간다”며 “반풍수들이 집구석 망치려고 약을 쓰나?”라며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트위터라인 @kims****도 “시장에 화폐개혁 한다는 소문이 있음. 화폐개혁해서 북한처럼 되자는 건가? 감히 북한처럼 하자니 종북이네?”라며 비아냥거렸다. 한편 또 다른 누리꾼 @hyu****은 “대개 화폐개혁은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될 때, 즉 화폐개혁의 여러 가지 단점들을 극복 가능할 때 하는 것이 좋다던데…지금이 그때인가?”라고 우려했다.

화폐개혁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재정부는 화폐개혁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50년~1962년에 걸쳐 모두 3차에 걸쳐 화폐개혁이 진행된 바 있다. 특히 62년에 진행된 3차 화폐개혁은 5.16으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이 ‘부정축재자’들과 ‘화교’ 등의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전격 단행했다. 하지만 당시 10환을 1원으로 절하한 동시에 예금도 동결시켜 시장에서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덧붙여 화폐개혁이 화두가 되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일각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지급 편리성 등을 위해 화폐단위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물가 상승과 시스템 교체에 따른 비용 발생 등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화폐개혁 논란을 일축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화폐개혁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하면서 화폐개혁 이슈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작전주의 검은 유혹 “당신의 돈은 안전한가?”

지난 3월 13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화폐개혁 루머가 확산되면서 금융루머(작전주)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은 주가조작을 뜻한다. 이는 대부분이 불법으로, 주가조작의 필요충분조건은 거짓 정보와 창구 및 객장에서의 교묘한 사기성 추천, 단기투자에 목숨 거는 개미투자자, 그리고 설계부터 모금·매매까지에 이르는 조직적 세력을 구성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최근 한탕을 노리는 검은 손길이 증시의 선량한 투자자를 현혹하는 작전주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2년 금융당국이 불공정 거래를 통해 검찰에 고발·통보한 건수는 모두 180건. 특히 대선과 맞물려 정치테마주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1월 17일 작년 한해 테마주와 관련된 불공정거래가 의심이 되는 66건을 조사한 결과 42건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챙긴 돈은 무려 590억 원에 이른다.

작전주들이 다시 활개를 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증시 토양이 이들이 활동하도록 용이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뜸했던 테마주 열풍이 녹색성장 정책기조에 그린 열풍으로 이어지며 바이오 등 각종 테마들을 부활시키고 있고,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이 덩달아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경제위기로 부실한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작전세력에게는 호재다. 대부분 경영권이 취약한 이들 기업을 M&A 호재로 둔갑시켜 주가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작전주의 피해자로 밝힌 회사원 A씨는 최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코스닥 기업인 J사에 인수·합병(M&A) 작업이 들어갔고, 이 기업을 되팔기 위해 주가를 띄울 것이라는 얘기였다. 목표 주가도 구체적이었다. A씨는 이 소식을 평소 주식에 관심이 많았던 B씨에게 전했고 B씨는 곧바로 주식 매집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가는 시장 상황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없다가 거꾸로 흘러버렸다. 루머에 현혹된 것이다.

그렇다면 작전주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작전주와 관련된 루머를 들었다면 무시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루머는 유통경로상 정확성을 알기가 힘들며, 루머가 귀에 들리는 순간 작전의 끝물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즉 작전세력이 가장 엄격히 다루는 것이 바로 관련 기업의 정보라는 것. 결국 기업 관련 소식이 시장에 퍼진다는 것은 작전세력이 이미 작업을 끝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이유 없이 주가가 뜨는 경우 일단 기업 지배구조와 공시 등을 살펴보는 게 좋다. 대주주 지분이 취약하고 유통 물량이 적으면 작전세력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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