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대학가에 부는 구조개혁 살생부
[이슈메이커] 대학가에 부는 구조개혁 살생부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7.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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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부는 구조개혁 살생부

생존 위한 성급한 움직임의 나비효과 인지 필요


국내 대학가에서 ‘살생부’로 불리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이 평가에서 도태된 대학은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과 같은 지원으로부터 멀어지며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때문에 대학들은 사활을 걸고 이 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융합학과 신설, 온라인 공개강의 확대, 코딩 교육 의무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은 의문이다. 그동안 비슷한 개혁과 혁신은 지속됐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지방 간 정당한 경쟁 구도 마련 필요
지난 3월, 정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라 할 수 있는 ‘대학기본역량 진단 평가’를 했다. 평가 대상은 전국의 전문대를 포함한 298개의 대학이다. 이들 중 하위 40% 대학은 앞으로 3년간 최대 2만여 명의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 사실상 퇴출 위기에 놓인 셈이다. 


  사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저출산 시대의 산물이다. 4년제 일반 대학 기준 재학생은 2010년까지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 입학 정원 감소 등의 이유로 재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입학 정원 감소는 출산율 저하와 예비 대학생, 학부모들의 대학 진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반한다. 실제로 최근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19세~34세까지의 나이대 정도를 지칭하는 ‘1934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인 65.1%가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밝혔다. 이에 국내 대학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혈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에 있어 지방에 있는 대학들의 입장에서 불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대학 정원은 그대로지만, 진학 희망자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도권 대학 진학에 대한 열의는 그대로다.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되며, 지방 대학들은 학생 유치에 더욱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악순환은 수년간 계속되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가에 있어 서울 및 수도권대와 지방대를 나누는 ‘투 트랩’ 평가를 지방대 측에선 지속해서 제안하지만, 아직 교육부 측에선 움직임이 없다.


  광주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지방이라는 페널티가 생각보다 강하다. 학생이 있어야 학교가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재가 배출되어 국력의 근간이 될 힘을 키워갈 수 있다. 하지만 학생 유치라는 원초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생 유치를 위해 지방대에 대한 특혜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대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입학생 감소에 대한 현실을 받아들여 대학의 질적 발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때문에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의 원칙을 재정비하고 추진 방안을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내실 다질 수 있는 융합 선행돼야
최근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4차산업혁명’이다. 시대의 급류를 타고 저마다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드론이나 자율주행차 등과 같은 신산업 분야를 다루는 이색학과의 등장은 물론 언뜻 듣기에도 생소한 전문 용어를 내건 학과들도 등장했다. 전통적인 기초학문에서 진행되는 커리큘럼조차도 생소한 신입생들에게 학과 정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과 선택에 있어 주의를 요구한다. 모집 요강을 자세히 살펴봐야 현혹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그리고 미래 직업 선택에 있어서 뚜렷한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대하는 일선 근무자들의 태도다. 여기서 일선 근무자라면 대학교수들이다. 기자가 그동안 만나봤던 교육자들 중에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포용할 마음의 준비가 된 이들도 있었지만, 회의적으로 생각하거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의 입장은 이러했다. 기본 교육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추세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학문, 그리고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고, 어떤 특정 분야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하며, 트렌드에 편승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이는 반드시 병폐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전망하는 주장이 대립됐다. 이 두 주장에 기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무엇이 옳다고 결단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있다. 더불어 학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갈등은 이번이 처음 발생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이 같은 내용의 인문학과 통폐합 문제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인문학의 죽음’으로 대변됐던 당시의 문제에 대한 잔상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대전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학과 및 학부의 통폐합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하지만, 아직 이 부분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서울지역의 또 다른 대학교수는 “최근의 흐름은 순수학문의 타이틀을 단 학과들이 생존하기 어렵게 흘러간다. 때문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융합을 통한 트렌디한 학과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운 점은 학과 통폐합이 과연 기존 학과들의 존립 근거를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왜 이렇게 대학과 학과들이 많아졌느냐는 생각도 든다. 분명한 것은 입학 정원 감소라는 현재의 흐름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융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융합이 아닌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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