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팝의 본토 정복한 일곱 소년
[이슈메이커_Cover Story] 팝의 본토 정복한 일곱 소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7.06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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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팝의 본토 정복한 일곱 소년

피, 땀, 눈물로 이뤄낸 이유 있는 돌풍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미지의 세계로 여겨지던 한국 가수 빌보드 차트 점령의 빗장이 풀렸다. 방탄소년단(BTS)의 세 번째 정규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가 지난 5월27일(현지시간) 빌보드의 2가지 메인 차트 중 하나인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돌풍을 두고 현지 주요 언론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마치 1964년 영국 밴드 비틀즈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을 연상시킬 정도다. 이들의 인기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데뷔 5년, 빌보드 정상 등극

 

RM,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 총 7명의 멤버로 구성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현재 신드롬에 가까운 수준이다. 몇 해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나 1992년 스페인 출신의 남성 듀오 로스 델 리오가 발매한 댄스곡 ‘마카레나’가 일시적 트렌드였다면, 방탄소년단은 아티스트 자체가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반응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 65개 지역의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200’에서는 수록곡 전부가 순위권에 랭크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4시간 55분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하며 세계 기록도 경신했다. 그리고 빌보드의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마저 연이어 정복하는 쾌거를 보여줬다.

 

이들의 이러한 성과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빌보드가 가진 위상 때문이다. 1894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한 ‘빌보드’지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집계해 발표하기 시작했다. 매 주마다 앨범의 판매량이나 방송 횟수, 음원 다운로드 등을 종합한 차트이기 때문에 세계 대중음악 차트 중 가장 공신력이 높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영어로 된 음악이 빌보드를 독식해왔다. 아시아 음악은 B급, 아류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이뤄진 앨범이 해당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은 2006년 남성 크로스오버 그룹인 일 디보의 ‘앙코라(Ancora)’ 이후 12년 만의 일이자 아시아권 앨범으로는 최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의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 차트’에서도 타이틀곡 ‘FAKE LOVE’가 10위로 진입했는데, 이 역시 첫 차트 진입 성적으로 한국 가수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해외에서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유력 외신은 이들의 컴백과 성공 요인을 집중 조명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였으며, 차트 1위 소식에도 관심을 보였다. 음악 전문매체 롤링스톤스도 “방탄소년단이 공식적으로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평가했고, CNN은 “전 세계 음악계의 중대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로 스토리를 가미한 활발한 SNS 활동과 강력한 팬클럽 ‘아미(ARMY)’를 꼽는다. ⓒ방탄소년단 V Live 채널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로 스토리를 가미한 활발한 SNS 활동과 강력한 팬클럽 ‘아미(ARMY)’를 꼽는다. ⓒ방탄소년단 V Live 채널

미국 언론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 평가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CBS ‘제임스 코든의 더 레이트 레이트 쇼’와 NBC ‘엘렌 쇼’, ABC ‘지미 키멜 라이브’ 등 미국의 3대 방송사 간판 토크쇼에 연달아 초청되기도 했고, 트위터의 ‘좋아요’와 ‘리트윗’ 수가 총 5억 200만 회를 기록하며 ‘트위터 최다 활동 남성 그룹’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한국 계정 중 처음으로 구독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것 역시 방탄소년단의 계정이었다. 또한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미국의 3대 음악상 중 하나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와 같은 쟁쟁한 글로벌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수상이다. 15명의 아티스트 중 14번째로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은 이날 ‘FAKE LOVE’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참석한 스타들을 소개할 때 방탄소년단에게 가장 큰 함성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존 레전드나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연예인들도 그들의 팬을 자처하는 인증샷을 SNS에 올렸다. 가사의 90% 이상이 한국어였지만 다양한 인종의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한국식 ‘떼창’과 한글 피켓까지 선보였다. 공개된 지 2일밖에 안 된 한국 노래를 미국인들이 학습한 것이다.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 등에게서 나타났던 열광적 팬덤 현상이 재연되자 미국 사회도 놀라는 분위기다. 이제 단순히 인기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세계 최고 보이그룹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AP통신은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시상식 직후엔 방탄소년단이 구글 실시간 검색어 1위였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한 기고문에서 “7명의 멤버가 달성한 진귀한 업적은 K팝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듯하다”며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찬란한 도약을 목격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빌보드 칼럼니스트인 제프 벤저민 역시 방탄소년단을 두고 “세계 음악계 전체로도 중대한 사건이다. 좋은 음악이라면 영어 노래가 아니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노래를 들을 준비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영미 대중음악과 비슷한 색깔을 갖춘 채 BTS 특유의 ‘칼군무’는 빌보드 점령의 주요 요소였다. ⓒWikimedia Commons
영미 대중음악과 비슷한 색깔을 갖춘 채 BTS 특유의 ‘칼군무’는 빌보드 점령의 주요 요소였다. ⓒWikimedia Commons

K팝의 새로운 성공모델 제시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로 스토리를 가미한 활발한 SNS 활동과 강력한 팬클럽 ‘아미(ARMY)’를 꼽는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팬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다른 아이돌과 같은 정돈된 인사말이 아니다. 자신들의 삶을 리얼리티 쇼처럼 보여주고, 진지한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기도 한다. 네이버 V앱 채널의 ‘달려라 방탄’이나 유튜브 채널 ‘방탄TV’ 등을 통해 축적된 콘텐츠는 비활동 기간에도 팬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방탄복과 군대처럼 방탄소년단과 팬클럽은 항상 함께’라는 의미를 지닌 팬클럽 ‘아미’는 가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나 춤 연습 동영상을 처음 접한 주변인의 반응을 찍은 2차 콘텐츠를 제작해 외국인들이 자연스레 방탄소년단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와 같이 아미의 조직적인 홍보는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실력으로 더욱 인정받았다. 영·미 대중음악과 비슷한 색깔을 갖춘 채 ‘칼군무’로 지칭되는 격렬한 안무를 선보이는 방탄소년단은 보이그룹이 사실상 사라진 서양 팝 업계를 한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 역시 한 기자 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은 현지에 맞추는 것이 아닌 K팝의 고유성을 지키는 방식으로 활동할 것이다”며 그들만의 고유 방식을 고수한 것이 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아울러 대형 소속사 그룹도 아니며, ‘해외파’ 멤버와 같은 특별한 배경 없이도 비주류에서 주류로 우뚝 섰다는 점에 팬들이 더욱 열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공감도 얻었다.

 

한 20대 팬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좌절해 있던 때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노래 가사를 음미하며 큰 위로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을 분석한 롤링스톤스는 ‘BTS는 어떻게 K팝의 거대한 금기를 깨고 있나’라는 기사를 통해 “아이돌 그룹들을 똑같은 ‘K팝 기계’라고 비판하던 평론가와 음악팬에게 신선함을 안겼다”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는 모범적인 모습 속에서 노래에는 성소수자의 권리나 성공에 대한 압박 등 한국사회의 금기를 다루는 모습도 특기한 점으로 짚었다.

 

아이돌 양성 구조 개선이나 아티스트의 자생력 개발과 같은 산업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제2의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Wikimedia Commons
아이돌 양성 구조 개선이나 아티스트의 자생력 개발과 같은 산업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제2의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Wikimedia Commons

제2의 방탄소년단 위한 과제는

하지만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상승세에 비해 아직은 국내와 해외의 반응이 다소 다른 것을 두고 괴리를 느끼는 대중들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에 비해 국내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어필하고 있던 포인트가 다소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먼저 신드롬을 일으켰던 싸이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인지도에 비하면 방탄소년단에게는 팬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올해 초 이슈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서 활약하고 K팝을 다시 부활시켰다 해도 아직 어른들은 모른다”며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K팝이 여전히 주류 음악시장에서 진지한 음악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은 기본적으로 기획사가 만들어낸 ‘공장형’ 가수라는 비판 때문이다. 팬덤의 규모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는 경쟁 시스템 안에서 아이돌은 음악이나 투어 대신 팬 사인회나 팬 미팅, 예능과 같은 일정을 쉼 없이 감당해야 한다. 방탄소년단 역시 이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K팝이 세계제패라도 한 듯 도취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류가 하나의 현상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지렛대 삼아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관련 산업계의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아이돌 양성 구조의 개선이나 자생력 개발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현재의 방탄소년단은 그동안의 아이돌이 보여줬던 성공 유산에 더해 자신만의 감성과 스타일, 시대성과 가사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며 K팝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던 신인 그룹이 이 정도의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 백 가지의 성공비결보다 숨어있는 그들의 노력일 것이다. “제일 잘하는 것은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다”는 그들의 말처럼 ‘피, 땀, 눈물’로 일궈낸 방탄소년단의 기적 같은 성과에 팬들이 열렬한 환호로 응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진심이 유지된다면 ‘일곱 소년’의 아름다운 비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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