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의 인기와 수익은 왜 반비례 하는가
프로스포츠의 인기와 수익은 왜 반비례 하는가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3.03.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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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올바른 마인드 적립 절실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Sports Industry Ⅱ] 적자로 허덕이는 프로구단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는 7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그야말로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야구계의 이런 화려함 뒤에는 만년 적자를 안고 사는 위태로운 구단의 모습도 자리 잡고 있다. 프로축구도 마찬가지다. 만성적자 구조 속에서의 허덕임은 K리그 구단의 숙명이었다. 모기업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단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프로 스포츠의 화려한 이면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700만 관중시대, 그러나 돈 버는 구단은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뛰는 8개 구단 중 4개 구단은 최근 4년 연속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모기업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넥센 히어로즈는 작년 41억 순손실을 냈다. 이는 적자 폭이 전년보다 8배로 확대된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1년 새 순이익을 세 배가량 늘려 작년 37억 원을 벌었고 두산 베어스도 23억 원의 수익을 얻었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적자이긴 마찬가지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김종 교수는 “이는 구단 소유주인 대기업에서 받는 지원금을 회계상 ‘광고 수주비’로 돌렸을 뿐 이를 빼고 나면 장부는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 프로야구는 대기업을 벗어나서 생존할 수 없는 구조적 환경에 갇혀 있는 상태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대기업의 지원마저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각 구단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지원금과 지출비용의 차가 ‘0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지출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선수단 운영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8개 구단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3천748만원으로 작년보다 1천만원 가량 올랐다”고 귀뜸했다.

구단의 수입 중 절반 이상을 광고가 차지하고, 경기장 입장권과 중계권 수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실제로 구단이 흑자 운영을 하려면 이런 주요 수입원에서 더 많은 수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각 구단들의 자체 평가다. 그러나 프로야구 전체를 보면 어느 정도의 광고비가 적정선이냐의 기준조차도 아직 뚜렷한 기준이 없고, 야구장 펜스나 유니폼 등으로 세분화된 광고 항목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구단마다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뉴욕 양키스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가치가 어느 정도라는 평가가 꾸준히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구단의 기업 가치를 평가할 자료가 없거나 있더라도 자의적이라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전했다.


K리그 시민구단은 누가 책임지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프로축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특히 모기업의 지원 없이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민구단의 적자는 심각하다. 2006년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대전시티즌은 매년 적자가 누적돼,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의회 박정현 의원이 대전 구단에서 제출받은 ‘자산현황’에 따르면 2006년 두 차례 시민공모로 59억 45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했지만, 2011년 말 기준으로 4억 99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54억 4600만원을 구단 운영 자금으로 활용해 왔고, 이 금액만큼 시티즌은 자본을 잠식해 온 것이다. 2007년부터 지난 해 말까지 시티즌의 수입·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2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두 해나 기록할 정도로 경영 문제는 심각하다.

인천유나이티드도 부실 구단으로 급격하게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인천시민의 주식 공모를 통해 165억 원의 창단 자본금으로 창단된 인천 구단은 ‘사장 공석 장기화’, ‘감독 자진 사퇴’, ‘재정난 악화’ 등으로 지난해 창단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0년 아시아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가운데 최초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했던 구단이 2년 만에 급속히 부실화 한 것이다. 지난 2006년부터 4년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해 왔지만 경영 악화로 끝내 무산됐다.

인천 구단은 2011년 매출 154억 4900만원, 영업적자 34억 26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영업적자 52억 원에 이어 2년째 대규모 손실을 보였다. 이로 인해 시민주주들의 큰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또다시 최근 3년 사이 인천 구단의 경영 악화라는 난관에 봉착하면서 시민주 마저 공중분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인천 구단 시민주 공모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는 한 시민은 “지난 2003년 시민주 공모 등을 통해 165억 원의 창단 자본금으로 출범해 창단 3년 만에 국내 프로구단 사상 처음으로 경영흑자를 기록한 인천 구단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화가 난다”며 인천 구단의 운영체계에 불만을 드러냈다. 구단 관계자도 “당장 직원과 선수 급여도 못 줄만큼 살림살이가 어려운데다가 수익은 없고 지출만 있으니 큰일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천 구단의 앞날을 장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적극적인 협조로 구단과 상생해야


정치 시즌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프로야구 구장 건립, 개보수, 돔구장 건립’ 등. 지자체는 정작 프로구단에 대한 협조를 자신들의 이익으로 간주하며 정치 시즌에만 구장 건립을 빌미로 하며 정작 중요한 경기장 무상 임대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지자체 조례는 경기장을 구단에 장기 임대해주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지자체는 거의 없고 일부 지자체는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료를 모두 가져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경기장, 주차장, 광고판의 임대료를 별도로 받는 곳도 허다한데 그런 비용을 제하고 나면 구단에는 남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지방 구단의 한 이사진은 “프로야구단에 대한 지원은 ‘시혜’의 개념에서 봐서는 안 된다. 이제 프로야구는 영화·놀이동산 등 기존 문화 콘텐츠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이런 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자체로서 큰 자산이다. 그러나 경기장 무상 임대는 물론, 정치 시즌 외에 야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애정이 각별하지 않다”고 전했다. 야구계 전문가들도 야구계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선 구단들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연고지 지방자치단체의 경기장 무상임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K리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흑자 전환 방안을 짜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경기장 임대료로 인한 지자체의 갈등 때문이다. 축구 관계자들은 K리그의 발전을 위해 무상 임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익구조 때문에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법을 들여다보면 최대 25년간 경기장 무상 임대가 가능하다. 이는 지난 2009년 12월 30일 새누리당 강승규 전 의원이 발의한 스포츠산업진흥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능해졌다. 법안 통과 전까지 구장 임대는 3년이 최대였지만 개정안으로 인해 25년까지 장기 임대가 가능해졌다. 법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의 효율적 활용과 프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공유재산을 2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용 및 수익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법률이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었다. 지자체에서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마인드를 어떻게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7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나 새롭게 태어난 프로축구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가 발전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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