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문경영인 양성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미래 밝혀야
스포츠 전문경영인 양성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미래 밝혀야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03.2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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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변화보다 단계적 개혁 추진 필요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Sports Industry Ⅳ] 대한민국 스포츠 마케팅의 미래


“훗날 생의 마지막 시기에 야구인 박찬호로서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계획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겠다.” 지난해 11월 야구선수 박찬호는 30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한 말이다. 이날 박찬호는 미국으로 건너가 피터 오말리(Peter O’Malley) 샌디에고 구단주를 비롯한 오말리 가문을 보좌해 스포츠 경영·행정 전반과 관련된 공부와 경험을 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역할을 고민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한국에 필요한 새로운 모델 제시

구단 최고위층에서 내려 보내는 전문성 없는 구단 경영인은 구단의 최종 결정권자가 되지 못하고 외압에 휘둘린다. 최고위층의 의사에 따라 구단 운영이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한국 스포츠 환경의 한계인 동시에 현재 스포츠 경영인들의 무능력의 현실이다. 또한 선수기용이나 스태프 구성 등의 문제에 대해서 스포츠 현장에 개입하려는 구태의연한 움직임도 여전하다.

MBC 허구연 해설의원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단장의 역사’라는 말을 한다. 지금의 메이저리그가 되기까지 각 구단 단장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프로스포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단체 뿐 아니라 구단의 사장, 단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팀을 운영하느냐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스포츠계에서 보는 박찬호의 다짐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며 박찬호가 걷기로 한 스포츠 경영·행정의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현장 출신의 선수 박찬호의 도전은 더욱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전문 경영인들이 운영하는 외국의 스포츠 환경과 한국의 스포츠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구단의 수뇌부는 전문 스포츠 경영인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코치’ 박찬호가 아닌 ‘스포츠 경영·행정가’ 박찬호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의 역사는 한국야구가 아닌 선진 야구에서 경험한 것들이며 박찬호는 한국 야구에 깊숙하게 들어와 현장을 경험했다. 불모지를 개척할 최적의 인물인 것이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은 “박찬호는 단순히 한 야구선수라는 그 의미 이상의 선수였다”라며 “한·미·일 야구 경험이 밑거름으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발전 가로막는 부정 인사

현재 대한민국의 프로스포츠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다. 대전 시티즌은 지난해 7월 김윤식 전 사장이 승부조작 파문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뒤 후임자가 된 김광희 사장은 독단적인 인사로 물의를 빚었다. 결국, 팀의 레전드로 불리는 골키퍼 최은성과 연봉 재협상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사퇴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 사퇴로 대전은 역대 사장 11명 모두가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났다. 대전 구단이 이렇게 추락한 데는 사장 선임시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김윤식 전 사장은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이고 김광희 전 사장은 대전 정무부시장 출신의 염 시장 측근이다. 염 시장의 선거 캠프에도 있었다. 선거 공신들의 보은 인사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시민구단 경영을 사기업과 동일시했다.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스포츠라는 특수성은 전혀 반영이 안됐다. 대전 감독을 역임했던 김호 전 감독도 “구단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스포츠를 전혀 모르는 이들을 경영자 자리에 선임했기 때문이다. 대전이 난장판이 된 것은 사장들을 모두 시장의 측근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향후 스포츠 경영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전보다 사정이 괜찮았던 인천 유나이티드도 임금체납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며 한때 크게 흔들렸다. 선수 출신으로 사장 자리까지 올랐던 안종복 전 사장이 구단주인 송영길 시장 취임 후 정치색이 맞지 않으면서 물러났다. 안종복 사장은 선수단의 임금이 밀릴 기미가 보이면 빚을 내거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는 등 헌신적인 행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산업의 시장창출 전략에 대해 강의한 서울대 강준호 교수는 “두 구단 모두 지자체가 운영비를 지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단주인 시장의 생각에 따라 구단 운영이 좌우되는 위험이 따른다. 전문 경영인보다는 측근 인사를 선임하고 예산과 인사권을 단체장이 쥐고 있으니 책임지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보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단장이나 구단주에 의해 성적이 좌우되거나 운명이 갈리는 일은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강정호, 황재균은 100억 원을 줘도 지킬 것입니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구단주의 말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히어로즈는 롯데와 김민성, 김수화를 받는 조건으로 팀의 간판스타 황재균을 트레이드 시켰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기자, 팬들마저 ‘뒷돈 거래’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넥센을 인수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이장석 대표가 팬들을 위한 야구단 운영 보다는 개인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히어로즈 구단을 이용한다는 의미에서다.


우리나라에도 본격 전문경영인 시대가 오는가

과거 해태와 삼성을 이끌며 최고의 명장으로 군림한 김응용 감독은 2004년 말 경기인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구단 최고 지위인 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응용 감독이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삼성은 6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두 차례 포함, 다섯 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김응용 사장은 프론트와 현장의 철저한 분리를 강조하면서 훌륭하게 야구단을 경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사장의 인사는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전문 경영인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2 시즌 아쉬운 '절반의 성공'으로 마감했던 히어로즈는 2013시즌 염경엽 감독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4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때 비난을 받았던 이장석 구단주도 주축 선수의 트레이드 대신 김병현, 이택근 등 적극적인 선수 영입과 넥센 타이어와의 스폰서쉽 계약 연장으로 이제는 ‘빌리 장석’이라 불린다.

K리그에서는 그동안 정치인의 ‘코드 인사’나 모기업 인사를 통해 프로축구 환경을 전혀 모르는 구단 사장과 단장이 선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시도민구단의 입장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구단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일부 구단에서는 성공적인 사례도 보여주고 있다. 대전 시티즌, 인천유나이티드와 비슷한 처지의 강원FC의 경우 김원동 전 사장의 후임으로 온 남종현 (주)그래미 회장 겸 구단 대표이사가 최문순 도지사와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답게 구단 운영 정상화에 힘쓴 결과 재정난에 시달렸던 구단의 이미지를 지우며 김은중, 배효성 등 이름값 있는 선수를 영입해 강등을 피했다. 대구FC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단장을 역임했던 김재하 사장 부임 뒤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단 숙소부터 선수 영입까지 많은 부문에서 변화를 가져오면서 역시 스포츠 전문 경영인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전문 경영인들이 시·도민구단들을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천의 한 체육계 고위 인사는 “일 잘하던 사장이 단체장과 코드가 맞지 않아 사퇴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는 곧 단체장이 구단을 또 다른 시정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단 경영은 독립적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2부 리그 참가를 위해 최근 창단한 FC얀양은 초대 단장으로 오근영 전 수원 단장을 선임했고, 경남도 이사회를 통해 안종복 전 인천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세종대 체육학과 이용수 교수는 “안종복 사장과 오근영 단장은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두 전문 경영인의 행보는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K리그에서는 감독 등 현장지도자의 구단 간 이동은 잦았지만 경영인의 이동은 극히 적었다. 두 전문 경영인의 복귀는 K리그의 변화에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종복 사장은 1983년 프로축구 출범과 함께 부산 대우로얄즈 축구단에 몸담으며 그동안 대우 단장, 인천 초대 단장, 사장 등을 역임했고 인천 사장 시절에는 시도민구단의 흑자 운영으로 주목받았다. 오근영 단장은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 후 1996년부터 수원 블루윙즈 선수운영팀장, 홍보마케팅팀장, 사무국장, 단장을 두루 거쳤다. 이들의 가세를 통해 2부 리그는 물론 K리그 클래식의 팬 층을 늘리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장섰다.


전문경영인 우대하는 해외 프로스포츠

이미 해외 프로스포츠에서 전문경영인을 통한 구단의 성공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자신의 성공담을 그린 책 ‘머니볼(Moneyball)’로 유명한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Billy Beane)’ 단장이다. 그는 1989년 오클랜드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스카우트와 구단 운영팀에서 일하다가 1997년 36살의 나이로 오클랜드 단장직에 올랐다. 그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현역생활을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결과 2000년부터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그의 영화와 일대기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피터 캐년(Peter Kenyon)’ 전 첼시 사장도 양대 라이벌 구단의 수장을 맡았던 전문경영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캐년 사장은 영국 스포츠 브랜드인 ‘엄브로(Umbro)’를 거쳐 199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린 뒤 2000년 구단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맨유에서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루드 반 니스텔루이, 리오 퍼드난드,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등을 영입하며 '협상의 달인'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그는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이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인수한 뒤 구단 경영을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로 낙점 받아 첼시로 적을 옮기며 첼시가 강팀이 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일본 J리그도 구단을 이끌어 갈 전문경영인 육성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J리그 사무국은 각 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계자들 중에서 사무국장이나 단장이 될 만한 재원들을 모아 1년간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K리그 역사가 30년이지만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구단에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특히 시도민구단의 경우 구단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스포츠계의 움직임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적지만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급격한 변화보다 단계적 개혁 추진이 이뤄진다면 국내 스포츠의 발전은 물론 국가적으로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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