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가 과학을 만나다
서비스가 과학을 만나다
  • 유재명 기자
  • 승인 2013.03.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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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분석을 통한 서비스 향상
[이슈메이커=유재명 기자]

[Economy Focus] 서비스 사이언스

 

세계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71%나 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서비스 경제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서비스 사이언스’라는 신학문을 도입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비스 사이언스는 현재 계속되는 경기침체, 고학력 고용부진 등 당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경제의 중추적 역할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의 보조적 위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끌 주춧돌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비스 사이언스를 얘기한다. 서비스 사이언스란 서비스 산업의 본질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존 제조업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서비스 산업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전 세계는 제조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 제조업이 60~80%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서비스 사이언스라는 새 분야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비스 산업 생산성이 낮고,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부족하다는 경영계와 학계의 인식 때문이다. 서비스 사이언스는 서비스 산업의 본질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해 IT·과학·수학·경영학·경제학·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종합하려는 영역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스티브 앨런 교수는 “미래 제조업 성패는 기술과 함께 경영과학, 비즈니스 전략, 사회과학, 법과학, 문화, 예술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비스는 친절해야만 한다’라는 전통적 시각에서 나아가 제품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 요인들을 총량화해 제품 생산은 물론 판매, 판매 후 고객관리 등에 활용했을 때 그 제품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통적인 서비스 개념과 달리 새롭게 부상되는 확장된 서비스는 제품과 서비스의 통합을 통해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발상의 전환으로 서비스를 제품화하거나, 역으로 제품을 서비스화해 제품의 수명주기가 소멸하기 이전에 다양한 고객가치를 추구한다. 다시 말하면, 제조회사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후의 활동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는 개념이다.

과거 컴퓨터공학의 발전이 IT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촉진한 것처럼 서비스 사이언스의 등장은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또한 노동생산성도 선진국의 50~60% 수준, 국내 제조업의 40% 수준으로 아직 개선할 여지가 많아 서비스 사이언스의 국내 도입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인 투자로 활성화하는 해외

서비스 사이언스의 개척자는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판매기업인 IBM이다. 제조업체인 IBM은 2002년부터 알마덴 연구소에서 서비스 연구를 시작하며 새로운 학문에 많은 인원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왜 IBM이 서비스 사이언스에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전 세계의 산업구조가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고, 특히 제조업의 주요 가치창출 활동이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IBM의 매출 중 1981년 50%에 달하던 하드웨어 부문의 매출은 2011년 16%로 축소됐다. 반면 컨설팅, IT서비스, 아웃소싱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업 등 서비스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85%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IBM이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중심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서비스 혁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2004년 12월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미국을 혁신에 적합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서비스 사이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가과학재단 중심으로 서비스 사이언스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국가과학재단은 유통·판매, 의료, 방재·안전, 금융, 교통, 환경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연간 약 5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독일도 서비스 부문에 제조업과 같이 연구·개발 기능을 도입해 국제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국가전략 아래 2008년부터 5년간 7,000만 유로를 투입했다. 핀란드는 2006년부터 7년간 2억 유로를 투자해 서비스 분야를 지원하는 산·관·학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향후 미래를 주도할 새로운 학문 영역으로 지목하는 등 서비스 사이언스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전 세계 92개국에서 호텔 4,426개(2011년 기준)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계 호텔 체인 아코르도 서비스사이언스의 좋은 사례로 거론된다. 호텔 수익성은 객실 관리에서 판가름 난다. 빈방이 남을 때는 가격을 낮춰 객실을 채워야 하지만 동시에 너무 싼값에 방을 내놓으면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묵었던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는다. 이에 아코르는 2002년부터 중앙 집중 예약 시스템인 타스(TARS·Travel Accor Reservation System)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투숙일까지 남은 날짜, 예약률, 주변 경쟁 호텔의 가격 등을 계산해 '최적 가격'을 제시하는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호텔 지점과 여행사가 상품 판매를 위해 호텔 방값을 과도하게 할인하면 이 시스템을 통해 파악, 해당 지점에 경고하기도 한다. 타스로 처리되는 예약 건수는 1분당 5,000건이 넘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변국 일본에서는 서비스 생산성협회가 서비스 혁신 및 생산성 제고의 우수사례기업단체에게 2007년부터 ‘하이서브’라는 상을 시상할 정도로 서비스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 내 간코푸드서비스는 초밥·두부 전문점, 주점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196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점포별로 작업 효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골칫거리였다. 이 회사는 외부 전문 기관에 생산성 분석을 의뢰했다. 종업원들 허리에 소형 센서를 달아 동선 데이터를 모았다. 주방에도 카메라를 달아 녹화했다. 그 결과 매장과 주방에서 개선 사항 200개를 발견해 물건 배치와 직원의 동선을 바꿨다. 그 결과 접객(接客) 직원 69%의 서비스 속도가 향상됐다.

 

▲서강대학교와 한국IBM은 서비스를 전문적인 학문 체계로 정립하여 서비스의 혁신을 도모하고 서비스 산업 발전을 견인할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며 지난 2006년 9월 '서비스 사이언스 트랙 개설'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국내 서비스 산업 질적 향상

서비스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돈이 든다는 점이다. IT 발달은 고객 관리와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IBM은 가천의과대학 길병원 연구진과 함께 환자용 포털 사이트를 개발했다. 온라인으로 환자가 자기의 건강 정보를 비롯해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직 시험 단계인 이 서비스는 환자들이 자기 건강 기록을 직접 보고 관리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사이트는 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환자 개인별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품 정보도 제공한다. 병원으로서도 환자들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오프라인 자료 정리와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의료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발돼 이루어지고 있다. 한 예로, 한국석유공사에서는 2011년 말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SAS와 협력해 유가예보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오피넷’ 웹서비스를 통해 국내 1,300여개의 주유소로부터 수집된 휘발유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를 기반으로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추정하는 예측모델을 개발해 국내 유가예보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예상판매가격을 확인하고 유류를 구입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 및 차량을 중심으로 최저가의 유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며 국제 유가에 민감한 국내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IT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관리 서비스는 기업의 성공 전략을 넘어 정치, 사회 전반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현재 서비스에 사이언스가 접목되며 IT기술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는 전자상거래로 알려져 있는 온라인 비즈니스다. 옥션, G마켓 등의 쇼핑몰을 예로 들어보면 이들 사이트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바꿨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영향력과 파급력을 증대시키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쇼핑문화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IT기술의 적극적 활용 필요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서비스 사이언스는 과학, 특히 IT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5위권의 전자정부를 보유하고 있고, 가장 강력한 정보기술(IT)을 가지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되는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 사이언스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러한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빅데이터 관리서비스다.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와 글로벌화 및 IT 기술의 발전으로 각 국가 간의 서비스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서비스 산업이 새로운 고용창출의 역할을 담당할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서비스 산업 비중은 평균 70%에 근접하고 있고 주요 국가의 서비스 인력 비중도 70%에 달한다. 더구나 자유무역협정(FTA)이 보편화되면 서비스 산업과 인력의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김수욱 교수는 “서비스 사이언스 개념을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 내야 한다”라며 “고객의 니즈를 느끼고 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고 활용하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서 고객의 가치에 기반한 창의적인 서비스를 발굴해 기존 제조 업무에 추가함으로써 서비스 회사로 자사를 포지셔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서비스 사이언스의 시대다. 우리나라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기업들과 정부 모두 서비스 사이언스에 대한 단순한 관심에서 벗어나 IT기술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를 서비스 대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IT기술 기반의 빅데이터 관리서비스다. 뛰어난 IT기술과 엄청난 수의 IT유저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을 감안하면 빅데이터 관리 서비스는 우리 경제가 세계를 호령하기 위한 핵심 우위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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