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고정 관념 뛰어넘는 혁신과 기술
[이슈메이커] 고정 관념 뛰어넘는 혁신과 기술
  • 김종서 기자
  • 승인 2018.07.02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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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종서 기자] 

고정 관념 뛰어넘는 혁신과 기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열망으로 이뤄낸 결과

 

지금까지 산업계에서 사용되던 압력탱크의 용기는 하나같이 실린더형이었다. 엔지니어들에게 ‘압력용기 = 실린더’라는 등식은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믿음이었다. 이에 카이스트 장대준 교수가 박스 형상의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을 제시했을 때의 부정적인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관념을 깨부순 격자형 압력탱크는 당당하게 상용화되었으며, 관련 학계와 산업계에 획을 긋는 역사적인 기술로서 평가받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갈망으로 하나의 아이디어를 혁신의 기술로 상용화하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장대준 교수는 아직 이뤄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상용화에 대한 열망으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장대준 교수는 친환경 시스템 중에서 특히 대형 기술에 관심이 많다. 그가 대형기술을 선호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용화에 따른 여파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충격을 주는 기술 혁신'이 장대준 교수 연구실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기술의 상용화는 공학 연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으나 장 교수는 유난히 상용화에 집착한다.
  학생 시절부터 플랜트 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장 교수는 28살에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배우기 위해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변변한 엔지니어링 교과서나 자료가 없었던 그 시절에 장대준 교수는 공사자료들을 분석하며 자신의 기술력을 키워갔다. 이곳에서 13년간 근무를 마친 장 교수는 이후 모교인 카이스트에서 혁신적인 기술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분야 중의 하나가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 개발이었다. 당시 선박에 사용되는 초저온 탱크는 해외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었고, 지불하는 기술 로열티가 피땀의 결과인 조선사의 마진과 비슷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장대준 교수는 이 불합리한 상황을 타파할 뿐만 아니라 이 해외 기술을 넘어서는 원천 기술을 원했다. 그간의 많은 상용화 연구 경험을 통해 장대준 교수는 ‘따라 해선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는 한계를 확신했고, 혁신적인 것만을 추구했다. 기술력의 부재로 인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한계 돌파를 위한 혁신 추구가 격자형 압력탱크 개발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혁신의 기술을 이뤄내기까지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은 자유형상의 압력용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존 정사각형 단면을 갖는 직육면체의 적재공간을 강요하는 실린더형의 제약에서 탈피한 것은 물론, 팔면체나 불규칙한 형상의 압력탱크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울산항 청항선의 경우, 실린더 대비 저장량을 50%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가까운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기대되는 수소의 저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 시점부터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원천 특허를 출원하고 탱크 한 대를 시범 설계한 후, 산학공동연구를 위해 국내 대형 조선사를 접촉했지만 ‘박스형 압력탱크’라는 개념이 전무해서 공동연구 체결이 지지부진했다. 수백 년 동안 기술적 진보가 없었던 압력용기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의 첫걸음을 떼기가 그만큼 쉽지 않았던 셈이다.
  장 교수가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때, 포스코에서 연구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가 설계한 탱크의 구조해석 결과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믿어준 것이다. 장 교수는 그날로 포스코와 산학협력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장대준 교수는 “‘경험’은 공학에서 때로는 합당하지 않는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경험과 과학이 충돌할 때, 단기적으론 경험이 승리하곤 하지만 장기적으론 항상 과학이 승리한다. 포스코는 ‘과학’을 믿었다”며 “포스코의 합리적인 판단이 없었다면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이 빛을 볼 날이 늦춰졌을 것”이라며 상용화에 한발 다가섰던 순간을 얘기했다. 이어 “포스코의 결단이 단순히 기술에 대한 믿음이 아닌 자사의 ‘고망간강’의 판로를 바라본 것”이라며, “초저온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거의 같은 시대에 개발되었고, 두 연구팀이 서로 협력했다는 사실을 후세 사람들이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원동력
장대준 교수는 순탄하지 않던 상황 속에서도 결국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의 상용화를 이뤄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와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너무나도 많고, 쉽지 않은 만큼 걸리는 시간도 많다. 장 교수에게는 6년이 지루했겠지만, 격자형압력탱크 기술의 혁신성과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이 시간은 어쩌면 놀랄 만큼 짧았을지 모른다. 이 놀라움을 가능케 한 것은 수많은 전문가의 노력과 비전문가들의 지원에 장 교수가 가진 열정이 더해져 빚어낸 결과다. 포스코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과 기관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공동 개발자이면서 세계적인 석학인 노르웨이의 폴 베르간 교수, 카이스트의 연구팀과 동료 교수들, 초기 투자자들과 동종업계의 동료 엔지니어들, 추가 연구비를 지원한 중소기업청, 첫 번째 사용자가 되어준 정부 기관, 그리고 상용화 일선에 있었던 ㈜래티스테크놀로지 직원 등 수많은 사람들의 각고의 노력과 응원이 격자형 압력탱크라는 혁신적인 기술의 기반이자 전반이 되어 준 것이다. 그는 “고마운 분들과 기관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번 기술 상용화는 단순한 기술과 과학의 성과만은 아니다. 나만의 성과는 더더욱 아니며,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의 성과다”라며 지금의 성과를 있게 해준 조력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나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거지와 다를 게 없다”는 말을 나태해지는 자신에게 되뇐다는 장대준 교수. 장 교수의 희망 중 하나는 기술로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본인의 실패와 성공의 과정이 좋은 모범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말처럼 앞으로 더 가치 있는 일을 해내기 위해 준비 중인 장대준 교수. 언젠가는 자신이 만든 기술로 10개의 기업을 창업해 내는 것이 하나의 목표라고 말하는 욕심 많은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일이 기술의 진보를 따르는 일이 되길 마음속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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