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모든 것을 담은 밴드, 레이지본
밴드의 모든 것을 담은 밴드, 레이지본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8.06.2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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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밴드의 모든 것을 담은 밴드, 레이지본

“언제나 젊음으로 살아있는 공연을 선보이겠습니다”

사진 제공 = 락킨코리아
사진 제공 = 락킨코리아

올해로 결성 21주년을 맞이한 레이지본은 한국 스카펑크의 1세대이다. 스카펑크는 스카보다 훨씬 빠른 템포, 왜곡 효과를 가한 전기기타 리프, 관악기 연주, 펑크 록에서 기인한 샤우팅 창법과 간헐적인 합창 등이 일반적 특징으로 레이지본은 ‘두 잇 유어셀프(Do It Yourself)’와 ‘그리움만 쌓이네’ 등을 선보였다. 최근 홍대를 중심으로 인디밴드의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 인디밴드를 대표하는 레이지본을 이슈메이커에서 만났다.

레이지본의 음악으로 다가서다
예나 지금이나 홍대는 젊음의 상징이다. 항상 많은 젊은이와 아티스트로 넘치는 이 거리는 언제나 한국 음악 실험의 장으로 트랜드를 선도했다. 90년대 말 홍대에 기존 펑크 음악과 자메이카 레게 리듬 중 하나인 스카(Ska)를 결합한 레이지본이 등장했다. 당시 레이지본은 1998년 펑크대잔치 1, 2집과 조선펑크와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들의 음악성을 알림으로서 대중의 높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을 강조한 음악을 선보이며 기존의 인디밴드에 비교해 더 대중적인 밴드로 알려졌다. 2002년 1집 ‘Lazy Diary’로 그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알린 레이지본의 지난 21년에 대해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데뷔 21주년을 맞이한 레이지본의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998년 결성된 레이지본은 스카와 펑크를 기반으로 요절복통다운 활동을 하며 해체와 재결성 등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 올해 결성 2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까지 6장의 정규앨범과 다양한 음반들을 발표했으며, 한국 밴드 최초로 몽골 국립극장에서 콘서트를 했고 일본 후지락 페스티벌을 비롯한 다양한 해외 페스티벌에서 공연했습니다. 또한,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공식 응원가 Go west로 최다 응원 공연을 했으며, 후아유, 똥개, 신라의 달밤 등 다양한 영화 OST에 참여했습니다. 최근에는 KBS 불후의 명곡에 참여해 우승했으며 그외에도 열린음악회, 복면가왕 등 방송들에서도 신나게 날뛰며 라이브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디 밴드 1세대인 레이지본의 결성 과정이 궁금합니다.
“1998년에 노진우를 주축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함께 타던 친구들로 결성되었습니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등이 활동하고 있었던 클럽 드럭에서 활동하며 스카, 레게, 펑크가 공존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친구들이 합류해 지금의 레이지본이 완성되었습니다”

지난 21년간 많은 명곡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레이지본을 대표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Do it yourself입니다. 2집의 타이틀 곡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매우 단순한 메시지를 긴 가사로 장황하게 써 놓았습니다. 뮤직비디오도 에피소드가 많은 곡인데 지금은 한국 뮤직비디오계의 필두에 있는 제작사인 쟈니브로스의 첫 작품입니다. 명동 한복판에서 게릴라 라이브를 펼치고 그것을 뮤직비디오로 담는다는 계획으로 ‘사람들이 많아도 재미있고 없어도 그것대로 재미있겠다’, ‘단지 이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진행된 공연에서 명동역 앞 거리가 마비되어 버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고 그것이 그대로 뮤직비디오가 되었습니다. 또한, 멤버들의 삶도 연출로 담아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애정이 가는 노래는 무엇입니까?
“항상 이 질문에는 답이 그때그때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2017년에 발매된 20주년 기념 6집 앨범에 사자, 팅커벨 이 곡들에 애착이 큽니다. 뮤직비디오도 재밌습니다. 사자는 뉴욕필름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광고와 뮤직비디오 등 영상감독으로 바쁜 노진우 감독(부업 레이지본 보컬 기타)의 야심작입니다. 항상 레이지본의 뮤직비디오가 고급스러운 멋짐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어서 불만이었던 노진우 감독이 최신 장비와 영상기술을 동원해 마치 해외 명품브랜드의 영상과도 같은 작품을 제작했으나 출연진이 레이지본 멤버여서 웃긴 비디오가 되어 버렸습니다. 팅커벨은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직접 핸드폰으로 촬영한 노래하는 모습들이 담긴 영상입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대기업의 스마트폰이 동원된 거대 프로젝트의 산물입니다”

오랜 기간 한결같은 노래를 들려주셨는데 레이지본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입니까?
“레이지본의 음악입니다. 그룹 초반에는 펑크, 스카 등 어린 시절 좋아한 해외의 장르 뮤지션들처럼 되고 싶어서 옷도 따라 입고 비슷한 곡들을 만들곤 했는데 수많은 공연과 다양한 경험에 점점 독특한 밴드의 색이 생겼습니다. 해외 뮤지션들 외에도 동 시간에 듣고 자란 한국의 음악적 감성들을 감추지 않고 함께 녹여 내 왔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멤버들이 생각하고 겪은 이야기들을 곡으로 써 왔기에 자연스레 레이지본의 감성과 생각 그리고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공연할 때도 살아있는 무대를 추구합니다. 잘 계획된 무대나 높은 수준의 가창, 연주력도 중요하겠지만 최우선은 함께 즐기는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있고 관객도 살아있고 실시간으로 함께 있으니까요”

한때 카피머신과 뉴 레이지본으로 나뉘기도 했는데 재결합의 계기, 또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멤버들의 입대와 견해차로 팀이 분열되어 8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 재결성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유학 이후 귀국한 노진우와 다른 멤버들이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오리지널 멤버로 레이지본 공연하면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일회성 콘서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날 가득 찬 공연장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과 처음 보는 얼굴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과거 함께 날뛰었던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 아이를 안고 오기도 하고 변하고도 변하지 않은 모습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다시 함께 뛰고 소리치며 웃고 있는데 많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신나는 곡인데 오열하며 때창을 하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날을 계기로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레이지본을 즐기는 매니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팬 층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팬들과의 소통을 어떻게 하나요?
“라이브! 라이브입니다. 레이지본은 시작도 성장도 라이브였습니다. 무대를 통해 함께 날뛰며 즐깁니다. 그곳엔 나이도 성별도 없습니다. 마치 유랑극단처럼 전국과 외국에 공연을 다니면서 20대를 보냈고 삶의 경험이 그곳에 있고 그렇게 노래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악에 미리 정해둔 장르나 경계가 없다 보니 소위 이야기하는 정해둔 연령층은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이보다 각자 스타일에 맞아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보니 어른이고 중년이고 고민 많고 혼란스럽고 힘든 것, 똑같은 것, 노는 것, 재미있는 것, 모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10년 뒤의 레이지본을 그려본다면?
“지금보다 더 나이가 있겠지만, 여전히 날뛰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미래를 생각도 안 했던 것도 있지만 사십, 오십이 넘어 거칠게 날뛰는 밴드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이가 들어보니 여전히 철없고 신나게 뛰고 있습니다. 만약 오십 육십이 넘어서 그런 팀이 있다면 그게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어떤 밴드로 회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묻자 레이지본은 ‘앞으로도 신나게 날뛰면서 한결같이 요절복통 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레이지본에 대해 ‘레이지본은 밴드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한 밴드다’라고 말했다. 한국 인디밴드의 1세대로 오랜 기간 팬들과 호흡한 레이지본. 그들의 요절복통한 음악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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