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별들, 갈곳을 잃다
떨어진 별들, 갈곳을 잃다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3.25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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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과 국민의 관심이 절실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Military Focus] 군인취업

 

 

▲ⓒ 국방부

김용희(46·예비역장교)씨는 최근 전역하고 매일 아침 일자리 소개소로 출근한다. 물론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20여 년을 자신의 휘하에 장성들을 거느리고 있던 김 씨에게 일자리소개소의 분위기는 낯설기만 하다. 지금에서야 취업 준비를 할 줄 몰랐다는 그가 느끼는 봄바람은 아직 차갑다. 김 씨처럼 장기 군복무후 전역을 하더라도 남은 일생을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제대군인을 위한 취업제도의 계도와 법제도의 미비로 군에서 빛난 별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퇴직한 장성들은 무기중개상으로 취업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 내정자들의 청문회가 이어지면서 많은 의혹들이 나오기도 하고 의혹을 책임지고 사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장관 내정자들의 의혹 중 하나였던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무기중개업을 했다는 사실이다. 즉 전역 후 ‘죽음의 상인’을 돕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예비역 장성·장교들의 취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국내 무기 중개업체는 1,200여 곳으로 그 시장도 연 1조 원에 다다른다. 중개업체들은 기수서열을 이용해 후배들이 선배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예비역 장성·장교들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무기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에 등록한 무기중개업체는 700여개다.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업체도 500개가 넘을 것으로 방위사업청은 파악하고 있다. 방산 관계자는 “무기중개업체 수가 워낙 많은 데다 등록하지 않은 곳도 많아 예비역 군인의 취업 현황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무기중개업체가 아니라 대형 외국 방산업체에 고문이나 이사 등으로 들어가 무기 중개 관련 일을 하는 예비역들도 늘고 있다. 사업비 8조 3,000억 원이 배정된 차기 전투기 사업(F-X)에 뛰어든 록히드마틴과 보잉, EADS사(社) 측은 우리 공군 예비역 장성들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기 도입 사업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다. 사업 담당자들에 대한 외부 인사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되기 때문에 더욱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다. 전관예우를 이용해 무기중개업체에 취직한 예비역들은 사업 담당자들에게 접근한다. 군 관계자는 “실무를 담당하는 계급은 거의 중령급”이라며 “군 생활을 함께 했던 선배한테 연락이 와서 식사 한번 하자고 하면 이를 뿌리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행태는 종종 군사기밀 유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1년 12월 김상태(83) 전 공군참모총장이 공군 전력증강사업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에 넘긴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군인들이 제대 후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무기중개업체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고 현행법상 제재도 힘들다”며 “결국에는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군인들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현실을 토로했다.

 

 

법제도의 미비, 기밀유출은 예견된 일

그렇다면 무기중개업체에 취업하지 못한 퇴역 군인들은 어떠한가? 한국의 법은 퇴직 공직자에게 업무와 관련된 자본금 50억 이상 일반 기업과 대형 로펌에 2년간 취업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50억 미만의 무기중개업체는 법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예비역 장성을 선호한다. 방위산업 관계자는 “예비역 군인의 무기중개업체 취업은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방안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군인도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전역 후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은 행정안전부가 정한 자본금 50억 원 이상 매출액 150억 원 이상인 일반기업과 자본금 규모와 상관없이 매출액 상위의 법무법인(로펌)·회계법인 등 총 3,931곳이다. 방산 관계자는 “무기중개업체의 경우 자본금이 50억 원 이상인 곳은 거의 없다”라고 전했다. 이번 국방장관 내정자가 비상임 고문으로 있었던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의 경우 2009~2011년 사이 평균 매출액은 400억 원에 이르지만, 자본금은 10억 원이다. 이처럼 법을 악용한 사례가 많아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부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 기준을 강화했다. 로펌과 세무·회계 법인은 새 기준에 적용을 받지만, 무기거래 업체는 이 기준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선 예비역들의 방산업체와 무기거래업체 재취업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강화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역해도 기업들은 ‘나 몰라라’ 무관심으로 일관

2012년 기준 제대군인 고용률이 55.9%로 국민전체 고용률 58.3%에 못 미친다. 선진국의 경우 제대군인 재취업률이 90%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제대군인은 군 복무 중에 리더십, 근면성실성,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추진력,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책임감 등을 함양한다고 군 관련 취업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주장과 달리 능력을 지닌 이들이 사회에 나와 생계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준다면 과연 현역 장병들이 국가안보에만 전념할 수 있을까? 현실을 감안해 국가보훈처에서는 2012년부터 중기복무자(5년 이상 10년 미만)를 대상으로 전직기본교육(2주)을 실시하고, 최초로 제대군인주간을 운영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전국의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는 전문 직업 상담과 월 1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채용박람회는 물론 동행면접 지원을 통해 우수 제대군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역 후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국가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에 제대군인 상담가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전역 2~3년 전부터 사회에 나온다는 전직에 대한 심리적인 전환점과 전직계획 수립을 위해 ‘사회적응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들의 교육과 더불어 기업체에서는 제대군인의 책임감과 리더십보다는 전문성 부족, 기업문화 부적응 등의 사유로 채용을 꺼리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어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자신의 장점을 고용업체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사회적응교육과 더불어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A 씨는 덧붙였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공공분야 뿐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제대군인 의무적 채용 강화에 동참이 이뤄져야한다는 의미다.

2012년 2월 지난 KIDA에서는 제대군인취업에 있어 아주 의미 있는 보고회가 있었다. 전역한 장성들의 모임인 군사문제연구위원회에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이 출석하여 육군의 “제대군인 취업지원 정책”을 소상하게 소개한 것이다. 당시 전역군인에겐 너나할 것 없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모두들 숨죽여 경청했고 또 큰 격려의 박수로 화답했다. 육군이 발표한 지원정책의 요지를 정리하면 육군은 10년 이상 군에서 장기복무 후 전역하는 군인이 매년 2,000 여명으로 이중 41.9%가 실업상태로, 50% 이상이 중, 하층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육군은 제대군인에 대한 최대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데 유념하여 군 전임교수, BCTP 교관, 복지시설 관리직 등 8개 분야의 현역 또한 군무원 직위를 제대군인 취업직위로 전용하여 그동안 2,636개 직위를 군 자체에서 창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업들의 관심은 없이 군인들 그들만이 살길을 강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법은 없을까?

 

▲ⓒ 국방부

 

국민들의 인식과 제대군인의 취업 관심 절실

2013년 3월 7일 제대군인의 취업 문제를 위해 기업은행은 육군과 함께 중소기업의 취업지원에 나섰다. 이날 기업은행은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조준희 기업은행장과 조정환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대군인 취업지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골자는 상호 구인·구직의 정보제공과 우량 중소기업의 알선, 채용박람회 개최등 제대군인이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무료취업포탈사이트인 잡월드 내 제대군인 전용 채용관을 운영하는 등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군인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군 생활에서 책임감과 리더십을 배운 청년들이 우량 중소기업에 취업해 능력과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제대 군인의 취업을 위해 뛰어든 것은 기업은행뿐만 아니다. 경기도는 제대군인 지원 사업을 2010년부터 시행해 3년간 469명의 인원이 참여 354명이 취업했다. 2012 말 기준으로 취업률 75.4%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추후 9월 이후에는 취업률은 80%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도는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제대군인 취업지원의 성과의 배경에는 군부대와 원활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현장 실무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통해 참여자가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인업체를 발굴해 1:1 채용면접을 주선한 것이 주효했다. 이에 오현미 경기일자리센터 복지일자리팀 담당은 “제대군인 취업지원 사업은 민선5기 경기도지사 공약사업으로 북부 지역에 많은 군부대가 밀집해 있는 도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사업이며, 인접한 강원도에서 벤치마킹 하는 등 모범사례로 정착했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정부의 제대군인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금영훈(40·중소기업 취업자)씨는 “전역후에 막막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다”라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도 실상 정보가 없어 찾지 못하는 선·후배가 많다”고 전했다. 금 씨는 제대군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도 좋지만 홍보가 많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한다.

최근 북한의 핵도발이 이어지며 국방의 의무를 책임지고 있는 군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애국심을 다해 국방의 의무를 다 하더라도 전역 후,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앞길을 못찾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서울지방보훈청 최완근 청장은 “국가에 헌신한 사람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 향후 군에 우수한 인력을 유입시켜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라며 “안보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야말로 군인들이 국방에 전념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제대군인 취업에 정부와 기업의 지원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국민의 관심을 피력했다.

대한민국은 자주국방국가이다. 그렇지만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국군의 역할은 평화로운 시대에 잊히기 일쑤다. 자신의 열정과 청춘을 다해 국민의 안녕을 위해 조국에 헌신해도 돌아오는 것은 어두운 유혹과 씁쓸한 현실뿐이라면 누가 군인을 자랑스러워하겠는가? 조국을 위해 헌신한 군인들의 처우개선과 활발한 활동을 위해 법제의 개선과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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