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숨겨진 진실 수면위로 드러날까
[이슈메이커] 숨겨진 진실 수면위로 드러날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6.1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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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숨겨진 진실 수면위로 드러날까

공소시효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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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정 이후 지난 보수정권 체제에서 주춤했던 과거사 청산 작업이 다시 궤도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뒤늦게라도 과거 사건에 대해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은 법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1건의 대상 사건 재조사 예정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5월3일 과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상 사건 11건에 대해 재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히며 선정배경와 조사 방향 등을 발표했다. 이번 재조사 권고 대상에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 청와대·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 등 11건이 선정됐다. 이를 다시 세 분류로 나누면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과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의혹이 있는데도 검찰이 수사 및 공소 제기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검사 12명과 교수 12명, 변호사 12명, 수사관 6명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최대 오는 10월까지 총 11건의 1차 본조사 대상 사건을 재조사한다. 아울러 장자연 리스트 사건, 용산철거 사건 등 5건을 2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으로 정했는데, 향후 이들 사건 중 일부가 본조사 대상이 될 예정이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경우에는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각각의 사건에 대해 조사단이 조사할 방향도 제시했다. 일례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의 수사착수 배경과 필적감정이 객관적·중립적으로 진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재조사하라는 게 과거사위의 의견이다. 아울러 ‘형제복지원 사건’이나 ‘약촌오거리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자백 강요나 이를 위한 고문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구체적 사항과 방법은 조사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사건의 의미와 중요성, 검찰권 남용 정도를 고려했는데 그 가운데 조사 가능성이 있고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봐서 선정했다”고 설명하며 “대상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간부) 등에 대해서도 성역없이 조사하겠다”고 발혔다.

강제조사 불가능해 실체적 진실규명은 우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임의조사만 가능한 것은 큰 한계다. 당사자들이 조사를 거부하면 체포 등의 방법으로 조사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용구 실장 역시 “특정인을 처벌·징계하는 것보다 과거 검찰의 권력 행사가 부적절했는지를 재검토하는 데 중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이 당시 검찰의 사건 은폐 혹은 무마 등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이미 법원 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대해 재조사가 법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공소시효 제도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날 때까지 그 범죄에 대하여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에 국가의 소추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를 뜻하는데, 이를 다시 들춰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법질서의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뒤늦게라도 진상규명을 해야 법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덮힌 사건의 경우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는 것이 우리 법의 이념 정신에 오히려 부합하는 것이다”며 “어떻게 잘못한 과거를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과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공소시효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 있다면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유독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짧은 편이다”며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책임을 피한 범죄자가 활개치고 다니는 것을 막으려면 공소시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대학교 이선신 교수 역시 칼럼을 통해 “길지 않은 공소시효 기간만 넘기면 한몫 크게 잡을 수 있겠구나하고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까 두렵다”며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뼈아픈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이다. 과거사위의 이번 활동을 계기로 가해자는 증발되고 피해자만 억울하게 마무리 되었던 과거사건의 진실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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