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단독인터뷰 - 최진철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이슈메이커] 단독인터뷰 - 최진철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06.1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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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행정가로 축구 인생 2막 시작하는 2002 월드컵 레전드

두 번의 월드컵 참가,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

 

K리그의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을 꼽자면 누굴까? 포르투갈 전에서 결승 골을 기록한 박지성,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에서 각각 동점 골과 골든골을 기록한 설기현과 안정환,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각각 멋지게 막아내고 마지막 골을 넣으며 환하게 웃었던 이운재와 홍명보. 대중에게는 이러한 순간과 선수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은 이들 선수 이외에도 그라운드 위에서나 밖에서나 하나 된 마음이었던 태극전사 23인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이 어느새 16년이 지났다. 2002년 월드컵 멤버 중 마지막 은퇴 선수인 현영민 선수가 지난 3월 공식 은퇴식을 가지며 이제 당시의 영웅들은 그라운드에서 모두 떠났다. 이들은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또 다른 기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2년 대표팀의 수비 라인을 우직하게 지켰던 투지의 아이콘 최진철 선수 역시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거쳐 축구 행정가로 새로운 축구 인생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Q. 최근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 감독직을 내려놓고 1년 정도 쉰 후에 프로연맹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경기위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연맹에서는 아무래도 제가 선수와 감독을 거치며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점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있지만 축구와의 인연을 놓지 않고 많은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수락하게 됐습니다. 경기 위원장을 맡으며 제가 몰랐던 행정적인 부분을 포함해 프로축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경기위원장을 맡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월드컵을 앞두고 다양한 축구 관련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고 축구 팬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Q. 경기위원장이라는 직함이 다소 낯섭니다.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을까요?
- 한마디로 정의하면 프로축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관리하며 통제하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 라인이나 골대 등의 경기장 규격을 확인하는 일부터 경기 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도 대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K리그 경기를 불법 중계하는 중국인들을 적발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Q. 경기장에서 바라본 축구와 외부에서 바라본 축구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 처음 경기위원장을 맡으면서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나 감독으로 그라운드 위에 있을 때보다 축구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심판들의 처우나 판정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현장에 있으면서도 놓쳤던 변화된 축구 규칙을 빠르게 숙지할 수 있고 어느 한 팀에 치우쳐서 경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축구를 바라보니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최근 대표팀은 물론 K리그에 대한 팬들의 불신도 많습니다.
- 2002년 월드컵 전후로 한국축구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유명 스타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며 국내 프로축구의 열기는 조금씩 식어갔습니다. 국가대표팀의 근간과 성적은 K리그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수들이 빈 경기장에서 뛰는 것보다 많은 관중이 찾아와 응원해주시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표팀의 성적도 좋아지고 팬들의 불신도 조금씩은 사라지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에 앞서 팬들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맹이나 협회 차원에서도 부족한 점은 과감히 개선하는 모습과 노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선수들 역시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서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플레이타임도 더 늘려야 합니다. 팬들은 경기장에서 공이 멈춰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관심과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지만 선수와 연맹, 그리고 팬 모두가 K리그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비난보다 응원이 필요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월드컵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심지어 월드컵이 열리는지 몰랐다는 사람도 많다. 대표팀의 부진이 이어지며 팬들의 관심은 멀어졌고, 기대와 응원보다 비난과 질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팬들이 대표팀을 외면하고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성적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지더라도 예전 선배 선수들처럼 그라운드 위에서의 치열함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최진철 경기 위원장은 2004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이 어려움을 겪자 축구로서는 은퇴 시점에 다다른 나이에 2006년 월드컵에 참가했다. 단순히 후배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이 아니었다. 2002년 월드컵보다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부상을 당해 출혈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붕대투혼으로 경기를 마쳤다. 어쩌면 팬들이 대표팀에 바라는 바는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Q. 2002년 월드컵 멤버로 선발됐을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 당시 히딩크 감독님께서 저희 팀 경기를 보러 오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다른 선수들을 보러 오셨겠지라는 생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구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 중에 구단 관계자를 통해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두 차례 국가대표팀에 뽑혔음에도 훈련만 하고 실제 경기에는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좋지 않았던 기억도 많았고 상처도 받았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솔직한 마음은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단 버스가 도로에서 멈추고 저는 마지못해 끌려가다시피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던 당시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Q. 당시 본인의 어떤 부분이 히딩크 감독에게 어필돼 대표팀에 뽑혔을까요?
- 솔직히 히딩크 감독님이 저를 왜 뽑으셨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시 그냥 제가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선수로서 생활이나 훈련 모두 제 기준에 맞게끔 성실하게 했었는데 그렇기에 체력관리는 잘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32살의 나이가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감독님께서는 저의 성실함과 체력에 좋은 점수를 주시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라운드에 직접 뛰면서 월드컵 4강이 현실이 될 것이란 생각은 해봤을까요?
- 당연히 4강 진출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현실적인 목표는 이전까지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경험이 없으니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16강을 목표로 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힘든 훈련도 집중력 있게 열심히 준비했고 선의의 경쟁도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 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영광이었고 한 경기 한 경기 좋은 결과를 거두면서 자신감도 배가 된 것 같습니다.

Q.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뤘지만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당한 부상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16강과 8강을 거치며 연장 승부가 이어졌기에 독일과의 준결승전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의 체력이 고갈된 상황이었습니다. 후반전을 맞이하며 벤치에서는 제 움직임이 달라진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교체 사인을 보냈지만 저는 더 뛰고 싶다는 사인을 전달했습니다. 저만 힘든 상황이 아니었기에 끝까지 함께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수비는 조직력이 우선이기에 저 때문에 수비 라인의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벤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4강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위해 더 큰 부상을 방지하고자 교체해주셨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나가자마자 미처 적응할 시간적 여유 없이 결승 골을 내줘 대신 들어간 이민성 선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Q. 두 차례 월드컵,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 앞서 이야기했듯이 2002년 월드컵 멤버로 선발 당시 원치 않았던 부분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저는 선수로서 마지막 꽃을 피우고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제가 2002년 월드컵 멤버가 아니었다면 분에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고 지금까지 저를 기억해주는 팬들도 드물었을 것입니다.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은 월드컵 참가입니다. 두 차례나 월드컵에서 뛸 수 있었던 저는 꿈을 이뤘기에 그 어떤 선수보다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Q. 당시의 대표팀과 지금의 대표팀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 2002년 월드컵 준비 기간에는 자국에서 개최됐기에 그 어느 월드컵보다 많은 지원이 뒤따랐고 오랫동안 모여서 훈련할 수 있었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알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 대표팀에게는 이러한 시간적 여유가 당시보다 부족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불어 2002년에는 모든 프로팀의 스케줄이 월드컵에 맞춰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모두 힘든 상황이라 예상됩니다.

Q.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을까요?
- 남은 시간 동안 새로운 것을 개발하거나 드라마틱한 변화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기간 체력회복과 컨디션 유지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긴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 당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100%를 다 보여주기 위해서는 100% 뛸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에게 축구란 어떤 의미일까요?
- 감히 말하자면 축구는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10살 때 시작한 축구인데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축구와 함께할 계획이기에 축구는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선수로서 은퇴한 순간 제 축구 인생의 1막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축구 인생 2막을 시작하며 현재는 다소 어려움도 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32살의 나이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출전했듯이 지금의 힘든 과정을 잘 극복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 팬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최진철 경기위원장에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물었다. 그는 16강에 진출할 것 같다는 답변이 아닌 16강에 꼭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가 너무나 침체되어 있기에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이외에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최진철 경기위원장은 “많은 축구팬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축구란 모르는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대한민국이 4강 진출을 하리라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비난도 좋고 비판도 좋지만 이 모든 것들은 월드컵 이후에도 충분합니다. 최근 대표팀 선수들을 지켜보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팬들의 긍정적 에너지가 선수들의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월드컵과 대표팀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입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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