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Cover Story]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 시장을 뒤집다
[이슈메이커-Cover Story]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 시장을 뒤집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6.08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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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 시장을 뒤집다

 

소유에서 공유로 음악 소비패턴 바꿔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미국 대중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지난해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100인’을 발표하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의 최고경영자 다니엘 에크를 1위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냅스터 등장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음원 산업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니엘 에크 덕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음원 산업 매출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를 기록하는데 스포티파이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후발주자에서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사업자로

 

세계 최초의 음악 공유 서비스로 불리는 냅스터는 1999년 서비스 시작 이후 음원 시장의 일대 침체를 불러왔다. 음원 파일을 너도나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큰 논란 속에 법원의 폐쇄 판결로 2년 만에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이미 P2P 서비스에서 음원을 내려 받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후 무려 17년간 하락세만 그리던 음반 시장은 2016년이 되어서야 3.2% 반등에 성공한다. 이는 애플 뮤직과 유튜브의 성장, 그리고 스포티파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서비스는 뮤지션의 음악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에 공급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줬고, 덕분에 음악 산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중 스포티파이는 국내에서 아직 정식 서비스되고 있지 않은 낯선 회사이지만 이미 음원 스트리밍 부문 세계 최고 강자로 성장한 기업이다. 2006년 북유럽의 음악 강국 스웨덴에서 설립된 뒤 2008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사 서비스인 미국의 판도라나 한국의 벅스뮤직보다 꽤나 늦게 출발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차별화 된 경쟁력으로 이겨내 유럽과 미주 지역을 점령했다.

 

비결은 모바일 중심의 사용자 환경과 경쟁사 대비 월등히 많은 음원 확보가 꼽힌다. 유명 가수들이 만든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OST까지 제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적자를 감수하고 음원 저작권료를 경쟁사보다 높게 지급해 주요 음반사들을 끌어들였다. 실제 제작자에 돌아가는 수익을 1,000뷰당 평균 1달러로 책정한 유튜브와 달리 7달러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는 가라오케 문화가 발달한 현지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트랙이 재생되는 동안 가사를 함께 노출시키는 등 국가별 맞춤 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스포티파이는 2010년 50만 명에 불과하던 유료회원 수를 4년 만에 1,000만 명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현재는 7,500만 명에 달한다. 총 가입자 역시 1억 7천만 명으로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이는 유료 회원 수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수치로 2위인 애플뮤직(19%)의 2배가 넘는다. 현재 로컬 음원 서비스 업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중심의 환경과 경쟁사 대비 월등히 많은 음원 확보는 스포티파이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사용자 중심의 환경과 경쟁사 대비 월등히 많은 음원 확보는 스포티파이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소년 사업가의 성공과 방황

 

스톡홀름 외곽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다니엘 에크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페라 가수였던 외할머니와 재즈 피아니스트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이미 네 살 때부터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지만 그는 일찌감치 음악이 아닌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IT 업계에서 일하던 새아버지 덕에 다섯 살 때부터 컴퓨터를 접해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14살 때 홈페이지를 만들더니 이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여 건당 500만원씩 받기에 이르렀다. 18세 땐 또래 친구들 25명을 직원으로 고용할 정도로 사업이 커져 월 순수익이 5만 달러를 넘어섰다. 고등학교 시절 당시 스타트업이던 구글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가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일도 유명한 일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스웨덴 왕립공대에 진학했으나 1학년 내내 수학 이론을 공부해야 하는 등 사업과는 먼 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2달 만에 자퇴했다. 이후 현지 IT 기업에서 일한 에크는 온라인 광고회사 애드버티고를 설립했고, 역시 큰 성공을 이뤄 2006년 또 다른 광고회사인 트레이드더블러에 매각했다. 덕분에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그였지만 돌연 차와 아파트는 물론 인간관계까지 모두 정리한 후 친가 인근에 있는 작은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겼다. 에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돈만 생기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큰돈을 벌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다”며 허탈했던 당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에크는 애드버티고를 인수했던 트레이드더블러의 마르틴 로렌존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그들의 대화는 음악 이야기로 가득했다. 냅스터와 같은 P2P 서비스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던 추억을 이야기하던 둘은 문득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게 된다. 저작권을 침해하고 보안에 취약하던 냅스터의 모델 대신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운로드 하지 않고도 합법적이면서도 공짜로 듣게 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게 된다.

 

다니엘 에크 CEO는 “스포티파이 앞에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다니엘 에크 CEO는 “스포티파이 앞에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합법적 무료 음악 서비스에 대한 꿈

 

에크와 로렌존이 생각한 사업의 구체화를 위한 방법은 ‘광고’였다. 라디오에서 광고가 나오듯 음악을 청취하던 도중 광고가 흘러나오고, 그 대가로 모든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광고로 얻은 수익은 음악 제작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된다. 만약 광고가 듣기 싫다면 월 12달러를 내고 유료로 전환하면 된다.

 

회사를 설립한 후 유니버설, 워너, 소니 등 대형 음반회사와의 계약을 위해 접촉했으나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에크는 “3년간 ‘맨땅에 헤딩’하는 일을 해야 할 거라고 누군가 내게 말해줬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소개하기도 했다. 계획을 바꾼 그는 각 지역의 중소규모 음반사와 일일이 계약을 해가며 음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미국 지역 음반사와의 협상은 냅스터 창업자였던 션 파커가 주도했다. 스포티파이의 가능성을 알아본 파커가 2009년 에크에게 접촉해 투자를 제안하면서 이뤄진 일이었다.

 

스포티파이의 라이브러리가 확장되자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자 간결하고 편리한 UI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사용자 수를 한층 끌어올렸다.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한 후 이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기능이나 친구나 유명인의 재생목록을 볼 수 있는 기능을 통해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꾀했다. 2011년에는 파커의 도움을 통해 페이스북과 제휴를 맺어 가입절차를 간소화해 회원을 확보에도 도움을 얻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4월 스포티파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SPOT’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를 시작한 스포티파이의 주가는 첫 거래에서 165.90달러를 기록했는데, 당초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가격인 132달러를 훌쩍 넘긴 수치였다. 이날 공개시장의 첫 거래가 165달러를 넘어서면서 스포티파이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에크는 뉴욕 증시 상장도 직상장(Direct Listing)으로 했다. 월가의 금융회사를 통해 진행하는 일반적인 기업공개(IPO) 대신 기업이 주식을 거래소에 직접 등록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간소하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사 내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만이 시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고 말했는데, 실제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자산만 5억 8,2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금융 전문 방송 CNBC 역시 “높은 글로벌 인지도와 두둑한 현금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상장의 새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4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어 첫 거래에서 165.90달러의 주가를 기록하는 등 현재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파이 트위터
스포티파이는 지난 4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어 첫 거래에서 165.90달러의 주가를 기록하는 등 현재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파이 트위터

흑자 통한 창작자와의 상생 도모

 

지속적인 성장과 음악 산업 내의 막대한 영향력에도 스포티파이는 창사 이래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16년 기준 영업 손실만 해도 5억 3,9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유료 회원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의 70% 이상을 저작권료로 지불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저작권료를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는 이상 흑자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에크는 지불하는 저작권료를 낮추라는 시장의 요구를 일축했는데, 음악 제작자들이 정당한 이익을 얻어야 전체 음악 시장이 상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작 많은 음악 제작자들은 스포티파이를 냉소적으로 보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등 유명 아티스트들은 스포티파이의 음원 수입 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잠시 음원을 빼기도 했다. 당시 스위프트는 “음악을 만든 창작자, 가수, 작사·작곡가, 프로듀서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실험’에 내 삶을 바친 작품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 덕분에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거나 수익 구조가 개선된 아티스트들의 사례도 많다.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로드는 무명 가수였지만 션 파커의 플레이리스트에 자신의 곡 ‘로열스(Royals)’가 소개된 뒤 빌보드를 정복하면서 미국 대중음악 최고 권위의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 부문까지 수상했다. 미국의 인디 음악가 타이코는 지난해 스포티파이에서 음원 재생 빈도수가 높은 지역 위주로 유럽 공연 투어를 진행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데이터 분석에 따라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은 도시에서 공연했는데 데뷔 이래 전 공연 매진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지금이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황금시대인 셈이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스포티파이에는 여전히 희망적인 관측이 많다.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약 2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크 본인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유료 가입자수를 늘림으로써 이 추세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4년 후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크 역시 회사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고 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우리는 스포티파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며 “지금 스포티파이가 확보한 시장보다 10배나 더 큰 시장이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지금은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할 시기이며, 스포티파이 앞에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더하며 새로운 음악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스포티파이와 에크의 실험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전세계 음악팬들과 음악 창작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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